일시 : 2017. 3.30 ~ 4.15 open 3.30(목) 오후6시
작가 유정훈의 11회 개인전이 3월 30일부터 4월 15일까지 아트스페이스 플라스크(
www.plasque.co.kr)에서 열린다.
‘~의 관계학(너를 이해하는 12가지 방법)‘이라는 흥미로운 제목의 이번 전시는 아이들도 즐겁게 감상할 수 있을 정도로 재미있고 엉뚱한 이미지들로 가득하다. 밝고 선명한 색채에 만화 캐릭터를 연상시키는 해맑은 형상들로 붐비는 유정훈의 그림은 시각적인 즐거움에서 시작된 감상을 심정적인 공감으로 편안하게 이끄는 묘한 매력이 있다. 미술비평가 강정호는 유정훈의 그림이 ’생에 들뜬 아이처럼 짓궂으면서도 생을 관조하는 현자처럼 사려 깊다‘고 말하며, 그의 작품 세계에 ’삶의 그늘을 보듬고 나아가는 담담한 긍정성이 담겨 있다‘고 평했다.
실제로 유정훈의 그림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동심의 세계를 연상시키는 생기 넘치는 표면 아래 이별, 죽음, 우울, 고독을 나타내는 형상들이 군데군데 배치되어 있음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유정훈은 그것을 별도의 방법으로 나타내지 않고, 다른 형상들과 마찬가지로 밝고 영롱한 캐릭터의 형상으로 나타낸다. 그들의 표정은 슬프고 아프지만 그런 감정으로 전체 화폭의 활기를 깨뜨리지 않는다. 유정훈은 그와 같은 ‘삶의 그늘’마저 감싸 안고 진행되는 일상의 흐름을 특유의 회화적 뉘앙스와 리듬을 곁들여 나타낸다.
이번 개인전은 첫 개인전을 가졌던 1998년부터 쉼 없이 작품 활동을 펼쳤던 유정훈의 작가적 삶이 고스란히 투영되어 있는 전시이다. 그의 작품은 국립 현대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고, 서울시립미술관과 예술의 전당과 같은 유수의 전시공간에 초대될 정도로 공적인 인정을 받고 있으며, 타이페이 아트페어나 한중일 교류전시에도 참여하여 해외에서도 인지도를 쌓고 있다. 하지만 유정훈은 그처럼 화려한 이력에 아랑곳없이 목동의 주택가에 위치한 작업실에 매일 ‘출퇴근’하며 우리네 일상을 담은 자신의 캔버스를 채우는 데 여념이 없다.
이번 전시는 삶과 호흡하는 유정훈의 작품 세계를 가감 없이 견실하게 드러낸다. 특히 오래된 골목길에 접해 있어, 일상의 결이 생생하게 배어나는 아트스페이스 플라스크의 전시공간은 그의 작품 세계를 적절히 뒷받침하고 있다. 볼거리와 생각할 거리를 항시 기울임 없이 풍족하게 제공하는 유정훈의 전시는 이번에도 관객들의 기대에 넉넉하게 부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