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계훈
다양한 색채의 아크릴 잉크를 사용하여 주로 정물화, 풍경화를 수채화나 아크릴화의 느낌이 아닌 정교한 펜화로 탄생시키는 작가는 20년 전 둘째를 임신했을 즈음에 경기지역의 퇴촌으로 이사를 하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접한 일상 풍경을 그냥 스치지 않고 예민한 눈길로 구석구석을 관찰한 것이 오늘날의 작품으로 연결되었다. 일상의 소소함을 놓치지 않고 포착하였으며 매일 산책길에 보았던 구멍가게의 풍경에 매료된 때부터 20여 년간 전국 곳곳의 사라져가는 구멍가게들을 하나씩 펜화 기법으로 그려내어 다큐멘터리처럼 기록해오고 있다. 이번에 출품된 작품들도 이러한 맥락에서 제작된 작품들로서, 한 장소를 사계절 동안 관찰하여 기록한 연작 작품과 다양한 지역에서 우리 일상의 추억을 담고 있는, 그러나 개발과 변화의 흐름을 견디지 못하고 점점 희미해져 가는 소소한 풍경을 치밀한 필치로 그려낸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치밀한 테크닉과 친숙한 소재가 결합하여 전문가들은 물론 대중적인 호평도 받았는데 이러한 분위기는 전시 개막일 현장의 분위기에서도 잘 느낄 수 있었다. 보통의 개막식과 달리 작가의 팬클럽 모임 같은 분위기가 미술과 대중의 자발적이고 진정성있는 접점을 이룬 것 역시 이미경 작가의 노력을 칭찬해주어야 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