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 방은겸은 보물 창고를 갖고 있었다. 집안에 흔하게 놓인 평범한 물건이라도 그녀의 눈에 이쁘면 사라졌다.
'아니! 이걸 왜 여기다가 숨겨놨지?'
비밀 장소의 물건들은 발각되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가진 '이쁘다'의 기준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그녀는 그때의 자신을 떠올릴 수 있을까? 꼬마 방은겸에게 '이쁘다'는 어떤 것이었는 지를...
어른 방은겸은 사과를 그렸다. 4년간 등장하는 사과 그림들, 왜 사과만 그리냐고 물어보면 '이뻐서'라고 말한다.
'그림을 그린다기보다는 '메이크업'하는 기분이야.'
'그래?'
'응. 반짝반짝 이쁘게 사랑스럽게 그리고 싶어. 남들이 보기에도'
다른 사람의 눈도 중요해졌다.
'반복적으로 사과를 그리면서 조금씩 변해'
'무엇이?'
'그림이랑 나'
그녀는 사과에 자신을 담나 보다. 그렇다면 보물 창고에 이쁜 것을 감추던 추억의 행동이 '업그레이드' 된 것 아닌가? 사과는 자신을 담는 보물창고가 되었다.
여기에는 '나 이쁘지?' 보다는 '나에게 이쁜건 이런거야'가 담겨 있다.
감추고 싶은 것을 은근 보여주고, 보여주고 싶은 것을 살짝 감추기도 한 것 같은 방은겸의 보물창고 '사과방'
4년 전부터 사과를 그리는 그녀는 혹시 지겹지 않을까? 그러지는 않은 것 같다. '반복적으로 사과를 그리면서 조금씩 변한'다니까.
파괴와 창조를 오가며 명작을 만들어 내고 싶은 것이 화가의 아니 사람의 욕심이겠지만, 현실의 열쇠는 화려하지 않다.
'사람은 갑자기 변하지 않는다.'는 말과 '그림은 갑자기 변하지 않는다.'라는 말이 비슷하다는 것을 경험한 화가는 천천히 변신한다.
20년간 방은겸 그림의 변화를 지켜본 나는, 그녀가 그림에 인생을 담고 있는 화가 중에 한 명 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명작을 남길거야'라는 말보다 '조금씩 변해.'라는 말을 신뢰한다.
- 홍학순 -
<작가 약력>
방은겸 (BANG EUN-KYUM)
-학력-
2004 프랑스 그르노블 국립 미술대학 졸업
-개인전-
2016 사과방, 스칼라티움 아트스페이스, 서울
2015 사과방, 갤러리이즈, 서울
2008 HOT TROPICAL JUICE, 갤러리벨벳 인큐베이터, 서울
2007 THE MIXED GIRL, 대안공간 미끌, 서울
-그룹전-
2017 아트부산, 벡스코, 부산
2017 드로잉파티전, 스페이스원, 서울
2016 조형아트서울, 코엑스, 서울
2016 모락모락전, 갤러리일호, 서울
2015 아티스트 런치박스, 서울시립미술관, 서울
2014 광주국제아트페어, 광주
2014 다른모습전, DGB갤러리, 대구
2013 하우스 아트페어, 백해영갤러리, 서울
2012 ITAEWON PROJECT, 백해영갤러리, 서울
2010 DYAPORAMA, 리포갤러리, 도쿄
2010 GOD&MONKEY씻나락오픈짭짭사운드, 몽스트르갤러리, 서울
2009 서교난장, 갤러리상상마당, 서울
2009 인물.징후전, 갤러리킹, 서울
2009 꽃꽃꽃전, BK갤러리, 청도
2009 HOT TROPICAL JUICE 상설전, 갤러리카페 미엘, 서울
2009 QUAND ENOS RENCONTRE MONSTRE,MOULAIN MOULEETE갤러리, 프랑스
2008 서교육십전, 갤러리상상마당
2008 BODY AND NO BODY전, 연세대학교 성암관 미디어 스페이스, 서울
2007 비디오방전, 갤러리킹, 서울
2006 맛없는 음식전, 아트스페이스휴, 서울
2006 DJING KOREA CULTURE 전, 갤러리 스케이프, 서울
2005 서울의 예쁜것들, 쌤쌤쌈지회관, 서울
2003 제10회 움직이는 이미지 영상 비엔날레, 현대 이미지센터, 제네바
*작품소장
메이크샵 아트 스페이스, 헤이리
sk 아펠바움 스포츠센터, 동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