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구성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의 건축적 특징을 활용하여 전면 유리에 설치된 초대형 LED 파사드는 이번 전시를 위해 특별히 기획된 작품입니다. 줄리안 오피는 화성행궁 옆에 위치한 미술관의 특성상 행궁광장에 많은 사람들이 모인다는 점에 착안하여 지나가는 사람들의 유리에 반사된 모습이 그림자처럼 보이도록 구현하였습니다. 작가는 스크린에 보이는 이미지와 관람객의 다양한 상호작용이 가능하도록 단순하고 효과적인 방식으로 이미지를 전달합니다. 연속 프레임 안에서 반복적인 끝없는 움직임으로 만들어진 이미지는  하나의 거대한 드로잉으로 표현됩니다.

줄리안 오피는 오랜 동안 사람들을 주제로 그림을 그려왔습니다. 그중 사람들의 얼굴과 두상은 각자의 개성이 나타나는 강렬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전시실 1 에는 다양한 재료로 제작된 두상과 초상화를 함께 배치하였습니다. 두상조각은 인물의 모습을 3차원으로 스캔한 후 단순화 작업을 거쳐 입체로 프린트하는 과정으로 제작되었습니다. 프린트된 조각 표면은 캔버스처럼 채색하여 완성되었습니다. 작가는 개인의 얼굴과 두상을 통하여 존재에 대한 감각을 표현하였습니다.

걷거나 뛰는 사람들의 모습은 인간 행동 중 가장 자연스럽고 일반적으로 보이는 특징입니다. 전시실 2의 작품들은 런던 공원에서 조깅하는 사람들과 서울, 런던 및 멜버른의 거리를 걷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작가는 거리에 지나가는 사람들과 주변의 다양한 도시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내는 작업으로 개개인이 지닌 특징들을 포착합니다. 대상이 지닌 시각적인 특징만을 이미지화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의 다양한 요소와 환경을 창의적으로 해석하여 그룹화된 이미지를 만들었습니다. 전시실에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고 있는 작품을 설치하고 구분된 8m의 전시공간에는 최신작 <타워>(2017)를 설치하였습니다. 미술관의 건축적 특징에 맞게 의도적으로 공간을 더하고 분할하는 과정을 통해  미술관도 작품의 일환으로 확장시키는 작업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는 일상의 공간에서 주변풍경을 관찰합니다. 정지 상태로 바깥 풍경을 바라보는 것과는 달리 움직이는 자동차와 같은 곳에서 바라보는 밖의 풍경은 변형된 모습으로 보입니다. 가까이 있는 물체의 모양, 각도, 색상의 전반적인 모습들은 흐려지거나 뒤틀어진 추상화된 이미지로 보이며 터널과 같은 어떤 장소를 통과하는 느낌을 줄 것입니다. 작가는 이런 풍경속의 각각의 색을 납작한 띠로 만들어 마치 단순한 그림처럼 보이는 작품으로 만들고 전시장 중심에 다섯 마리의 양 조각을 설치하였습니다. 양 조각은 관람객과 작품사이에 놓여 위치에 따라 달라지는 풍경을 경험 할 수 있게 합니다.

전시실 5에 설치한 가벽들 사이로 서로 다른 풍경을 제공하며 관람객으로 하여금 여행을 다니는 기분을 느끼도록 공간을 구성하였습니다. 이 공간에는 스크린을 통해 파도의 움직임, 새들의 모습 그리고 지나가는 보트의 풍경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작가는 일본 우키요에(Ukiyo-e)의 목판화와 중국의 화권 그리고 스크린 페인팅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산골짜기나 폭포의 풍경을 화면에 표현하고 있습니다. 작가는 사진이 실제로 움직이는 듯 한 기법을 사용하는 등 다양한 기술적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전시홀 공간은 공항, 쇼핑몰 또는 공중 화장실과 같은 기능적이고 공적인 건축 공간에서 영감을 얻어 조성되었습니다. 이 공간의 가벽은 관람객의 안전을 최대한 고려한 범위 내에서 복잡한 미로 구조로 완성되었습니다. 벽면에 사용된 색상들은 전시실 4의 <Fields. 3>(2017)에서 차용하였으며 여기에 단순한 음향 효과를 더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