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하
능동적 아키비스트인 이경민이 사진아카이브연구소에 소장된 사진 자료들을 대상으로 한 ‘아카이브 기반의 기획 전시’이다. 한 개인의 집요한 추적 끝에 역사 속에 묻힐 이미지가 발굴,수집되고 재맥락되어 박정희 시대를 경험의 차원으로 끌어냈다. 진정한 아카이빙이 수행되려면 눈에 보이는 현상만이 아니라 현상을 둘러싼 구조도 놓치지 않아야 한다. 현상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파악해서 구조까지 재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장의 사진은 그 자체로 역사적 텍스트를 형성할 수도 있지만, 그 사진이 놓이는 맥락에 따라 새로운 의미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경민이 과거의 사진 이미지를 발굴하고 보관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 가치를 평가하고 중재하는 역사가의 역할을 맡게 된 것도 아카이빙의 가변적인 틀과 다양하게 ‘생성되는 Becoming’ 실천의 지점들을 염두한 것이기 때문이다. 박정희 시대의 흩어진 기억의 파편들을 소환하여 관객들의 접근을 돕는 이 전시의 미덕은 무엇을 어떻게 기억할지, 그리고 그것을 보존해야 할 가치에 대해 숙고하게 하는 데 있다. <사진가 구보 씨의 경이의 방(WunderKammer)>은 ‘구보 씨’를 자처한 이경민의 ‘경이로운’ 수집벽과 기록과 기억의 예술인 사진이 만나 비로소 그 실체가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