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소개
지난해 페리지갤러리가 시작한 공모전 ‘페리지팀프로젝트’는 별도의 심사를 통해 각각 선정된 작가와 기획자가 한 팀이 되어 전시 담론의 다양한 방향성을 모색하고자 기획되었다. 첫 당선자인 작가 고재욱과 기획자 권혁규는 1년 프로젝트의 결과물을 올 12월 <ABCDE>라는 제목의 전시로 제시한다. 둘은 1년 동안 주고받은 일련의 대화를 전시의 중심축으로 설정한 뒤, 모순적일 수 있는 협업이라는 창작 방식을 어떤 체계를 가지고 진행해 나갈지에 대해 논의한다. 그들의 희망하는 협업의 형태는 어느 한쪽이 포기하거나 한 사람의 목소리가 다른 한쪽을 가리지 않은 채 전시를 완성해가는, 다소 불가능해 보이는 방향이었다. 그들은 서로를 작가나 기획자가 아닌 어떤 ‘A’와 ‘B’라고 명명하며 얻게 되는 ‘가짜 익명성’을 가지는 데 합의했다. 이를 기반으로, 그들은 제한적인 역할의 틀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상태를 유지하며 서로의 의견을 교환하고 그 사이의 틈과 연결 지점들을 발견해간다.
두 사람의 대화는 전시에서 우선 한 권의 책으로 구체화된다. A와 B의 대화는 C와 D 그리고 E로 확장되어가는데, 이 일련의 대화는 누구의 대화인지 모호한 상태로 진행되기도 하고, 실제인지 가상인지 밝혀지지 않은 새로운 등장인물이 나타나 대화에 끼어들기도 한다. 고재욱 작가가 일련의 작업 활동을 통해 수집해 온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가 익명의 A, B, C, D, E에 덧붙여지고, 이 과정에서 이야기의 대상은 점차 모호해지고 이야기 자체가 강조된다. A와 B가 시작한 협업이라는 창작 방식에 대한 대화는 점차 넓은 미술의 대화, 삶의 이야기로 넓어져간다. 한편 전시장은 책에서 드러난 A, B, C, D, E를 시각화하는 이미지와 오브제로 채워진다. 어떤 사람들 A, B, C, D, E의 이야기가 담긴 오브제는 독립된 상징물 혹은 미적 관람의 대상으로 존재하기보다는 책이 전달하지 못했던 경험적 감각을 촉발하는 매개체로 작동한다. 이번 팀 프로젝트에서 두 사람이 만들어 온 협업의 과정은 한 권의 책과 전시라는 형식을 통해 허구와 실체의 위치를 계속 바꾸어 가며 무한한 이야기의 가능성을 생성해낸다.
작가 소개
고재욱(1983-)은 홍익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했다. 사회의 현실적인 이슈들에 귀 기울이고 우리가 살아가는 이야기들을 수집하며 작업을 완성해나간다. 그는 2016년 <Art around>, 2015년 송은아트큐브의 <ROOM SWEET ROOM>, 동대문 옥상 낙원 DRP <RENTAL HOUSE>(2015), <오빠 생각> (2015) 등의 개인전을 통해 활발한 작업 활동을 해오고 있다. 주요 단체전으로는 대구사진비엔날레(2016), <INTRO> (고양 국립현대미술창작스튜디오, 2016), <미술관이 된 구 벨기에 영사관> (서울시립 남서울생활미술관, 2015) 등이 있다. 2017년에는 명륜동에 위치한 캔 파운데이션 아티스트 레시던시에 참여한 바 있다.
기획자 소개
권혁규 (1982-)는 영국 왕립예술대학 큐레이팅과를 졸업했고, 제4회 아마도 전시기획상에 최종 수상작으로 선정되어 전시 <러브스토리(Love Story)>(2017)를 기획했다. 그 밖에 주요 기획으로는 <Exhibition Ⅱ>(왕립예술대학 스티븐스 갤러리, 2016), <When I Encounter You>(런던 도심, 2015), <허은수: 쇼케이스>(대학로 예술극장 Stage 3x3, 2014), <리처드 스미스(Richard Smith)>(윈터프로젝트 런던, 2013), <after the Event>(캘벤키안 갤러리 런던, 2013) 등이 있다.
고재욱, they are untitled 1, c-print, 60X80cm, 2017
고재욱, they are untitled 2, c-print, 60X80cm, 2017
고재욱, they are untitled 4, c-print, 60X80cm, 2017
고재욱, they are untitled 5, c-print, 60X80cm,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