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시개요
- 전 시 명 : 광주시립미술관 아카이브 프로젝트 3: 삶과 예술 그리고 여성
- 전시기간 : 2017. 12. 09 - 2018. 2. 10.
- 전시장소 : 광주시립미술관 본관 제3, 4전시실
- 전시작가 : 강숙자, 류봉자, 박양선
※ 전시서문
생활공간을 옮길 때 쌓여있는 책과 미술 관련 자료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비단 연구자들만의 고민은 아닐 것이다. 평생 미술가로 살았던 미술인들, 정년을 앞둔 대학교수들, 연구실을 옮겨야 하는 학자들이 그동안 애지중지하며 모아 수북하게 쌓인 자료들을 대하며 고민하는 모습들은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광경이다. 그러다 보니 중요한 많은 자료가 사라졌고 사라지고 있다.
반면, 미술관에서는 미술작품과 미술가에 대한 연구를 위해 사료적 가치가 있는 자료를 수집하고 운영해야 하는 과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아직은 걸음마 단계이지만 광주시립미술관은 자료의 중요성을 알리고, 광주전남 미술 관련 자료를 수집하려는 방법으로 아카이브실을 운영하며 전시회를 개최해 왔다. 2015년도 《광주시립미술관 아카이브 프로젝트 1: 호남미술을 듣다》, 2016년도 《광주시립미술관 아카이브 프로젝트 2: 호남미술을 말하다》가 이와 관련된 전시회였으며 원로작가들의 삶과 예술을 작가의 구술을 통해 알아보고, 전시회를 통해 작가가 소장한 자료들을 작품과 연관 지어 볼 기회였다. 지금까지 전시회에 초대된 미술인들은 1920년대와 1930년대에 태어나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분단을 거쳐 격동기 한국의 역사 속에서 미술인으로 삶을 살았던 예술가들이었다. 이들의 작품과 자료, 구술채록들은 작가와 당대 예술가들의 삶과 생애에 대해 더욱 세밀하게 주목해 볼 기회였고, 미술 자료들이 현존하는 여부와 함께 아카이브 수집과 연결되어 광주시립미술관 아카이브 축적을 도왔다. 또한, 일반인들에게도 자료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알리는 기회였다.
세 번째로 개최한 이번 전시 《광주시립미술관 아카이브 프로젝트 3: 삶과 예술 그리고 여성》은 조각가 우홍(宇紅) 박양선(朴陽善, 1937~), 서양화가 강숙자(姜淑子, 1941~), 서예가 소현(素玄) 류봉자(柳鳳子, 1946~) 등 원로 여성 미술인들을 초대했다. 이 작가들은 남성보다 상대적으로 미술 학습을 하기 어려웠던 시대에 미술인으로 성장했고, 가부장적 한국의 특수 사회 상황에서 미술작가로 활동했다.
한국에서 여성과 예술의 관계는 한국의 근대성을 이루는 전통의 계승, 새로운 문물, 도시화, 가족제도 등 여러 다양한 관점에서 복잡한 양상으로 변화해 왔다. 이번 전시는 이들 여성 작가들이 활동하며 이끌어왔던 예술세계를 여성적 시각에서 순응과 도전 그리고 어떤 양상으로 표출되었는지를 작품과 자료를 통해 살펴볼 수 있으며 광주전남 미술문화에 대해서도 알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홍윤리_광주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 작가 및 전시작품 소개
박양선 가면의 여인 2000 브론즈 80x70x90cm
박양선 절규II 1980 브론즈 50x30x30cm
1) 우홍 (宇紅) 박양선(朴陽善)
함경남도 원산 출신인 조각가 박양선은 여고 시절 한국 최초의 여류조각가인 김정숙과 윤명자에게 조각 실습을 지도받았고, 이후 홍익대학교 미술학과에서 조각을 전공했다. 결혼과 함께 광주에 거주하게 되었던 그녀는 1963년부터 조선대학교 미술학과에서 12년간 교수로 재직하였고, 이후 전남대학교에 출강하며 제자들을 배출하며 작품 활동을 진척시켰다. 그녀는 1970년대에 추상성을 강조한 조형작품을 제작했으나 1970년대 후반부터는 작품이 모더니즘적 실험과 구상이 공존하는 양식으로 변화했고, 1990년대 이후에는 구상형상의 조형세계를 보여주었다. 그녀의 조각 작품은 기도하는 여인, 기다리는 여인, 어머니 등 자신의 내면적 심상을 주로 표현했고, 특히, 페르조나(Persona) 연작을 제작하여 인간적 삶의 허상과 실상, 가식과 진실 사이에서 고뇌하는 자신과 현대인들의 고독을 조각으로 제작했다. 이번 전시에는 박양선의 대표작품과 작가 자신의 예술 활동을 볼 수 있는 자료와 함께 그녀의 예술적 환경에 영향을 주었던 아버지 박거영(朴巨影, 1916-1995) 관련 자료도 함께 볼 수 있다. 박거영은 상해에서 ‘대한일보’를 발행했고, 해방과 함께 귀국하여 ‘시인(詩人)의 집’을 운영하며 시낭독회와 연구회를 여러 번 개최했고, 출판사업과 함께 『바다의 합장』 등 여러 시집과 산문집 등을 간행했던 시인이었다.
강숙자 그리움 1992 캔버스에 유화 72.7x53cm
강숙자 기쁜 우리 젊은날 2003 캔버스에 유화 91x116.5cm
2) 강숙자(姜淑子)
서양화가 강숙자는 전라남도 순천 출신으로 1959년 조선대학교에 입학하여 오지호 선생과 임직순 선생으로부터 그림을 배웠으며 1963년 졸업했다. 졸업 후 전남일보(현 광주일보)에서 문화부 기자로 2년여 근무했으며 숭의중학교에서 미술 교사로 재직하며 작품활동을 병행했다. 5회 개인전과 200여 회 단체전에 참여했던 그녀는 특히 광주여류화가회에서 창립멤버로 지속적인 활동을 하며 작품세계를 전개했다. 그녀는 꽃과 여인을 소재로 자신의 내면에 숨겨진 삶에 대한 열정을 섬세하고 온유한 감성으로 표현했다. 그녀의 맑고 투명한 색채는 보는 이에게 환상적 세계로 이행하게 한다. 1984년 광주여류화가회 회장을 비롯하여 광주미술협회 여성분과위원장, 전라남도미술대전 심사위원, 오지호 미술상 운영위원, 광주시미술대전 심사위원 등을 역임했던 작가는 2006년에는 광주예총예술문화상을 수상했으며 현재는 광주전남여성작가회 고문 및 광주 미술상 운영위원으로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광주여류화가회 초창기 멤버로서 활동했던 자료와 함께 동시대의 광주전남 화가들과 작가 생애를 볼 수 있는 사진들을 감상할 수 있다.
좌: 류봉자 임송풍각(臨松風閣) 1970 화선지에 먹 200x70cm
우: 류봉자 탁족만리류(濯足萬里流) 2010 화선지에 먹 200x55cm
3) 소현(素玄) 류봉자(柳鳳子)
서예가 소현 류봉자는 전라남도 나주 출신으로 1964년 남용(南龍) 김용구(金容九, 1907-1982) 선생의 지도를 받았고, 1971년부터 1989년까지 소암(素菴) 현중화(玄中和, 1907-1997) 선생에게 서예를 배웠다. 그녀는 전서, 예서, 행서, 해서, 초서 등 모든 서체를 쓰지만, 특히 해서와 행서를 즐겨 쓰는 서예가이다. 작가는 서법을 중시하면서 여성 특유의 단아하고 섬세함을 볼 수 있는 서예작품을 제작했다. 그녀는 1971년 첫 개인전과 함께 다섯 번의 서예개인전을 개최했고, 다수의 서예 관련 단체전에 참여하며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작가는 광주교육대학교와 호남대학교에서 서예를 가르쳤으며, 대한민국미술대전 초대작가와 심사위원, 이사를 역임 했고, 전라남도미술대전, 무등미술대전, 광주광역시전 등의 서예부문 심사위원과 운영위원 등을 맡았으며 한국예술문화단체 총연합회 공로상을 받았다. 이번 전시에는 작가의 대표작품과 함께 제주에 거주했던 소암 현중화 선생에게 우편으로 사사 받았던 체본과 편지들, 서예작품 제작시의 원고와 초본, 서예활동을 하면서 촬영한 동료, 선후배들과의 사진들, 소묵회를 주도적으로 이끌면서 제작했던 여러 서집 등이 전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