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위해서라면 (2015.10.24, 아현동)
한국 포크록(folk rock)의 전설이자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인 가수 한대수(69)의 일상이 다큐멘터리 사진가 원춘호의 앵글에 담겨 전시된다. <사람, 한대수> (Hahn Dae Soo, the man).
제목처럼 인간적이며 소탈한 한대수의 뒷 이야기들이 사진속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한국 대중음악사에 가수의 일상을 더듬는 사진전은 귀하다. 그래서 가치가 있다. 사진전에는 평소 인간적인 교류를 해온 사진가 배병우, 김아타, 고원재, 소설가 김훈, 가수 강산에 등 지인들의 애정 어린 글들도 함께 구성하여 인간 한대수의 진면목을 느껴볼 수 있다. 또한 오프닝에는 가수 조동진의 동생이자 싱어송라이터인 조동희의 공연이 준비되어 있다. 조동희는 가수 장필순 등이 소속되어 있는 작가주의 집단 '푸른곰팡이'의 대표이기도 하다.
원춘호는 그동안 8번의 개인전과 3권의 작품집을 냈다. ESQUIRE, GQ, ARENA, ALLURE, MAXIM, VOGUE 등의 글로벌 라이센스 매거진과 협업하며 창의적인 비주얼을 만들어 냈고, 한대수 정규앨범 14집 Creme De La Creme의 커버 사진을 촬영했다. 또한 매년 예술의전당에서 전 세계 사진가 100여명을 모아 펼치는 대한민국국제포토페스티벌(KIPF)을 기획하는 전시기획자이자 총감독이다.
눈 오는 날 1 (2016.2.16, 경복궁 영추문)
Work Note
한대수, 영혼의 무게 4g을 담다.
늘 불안하고 멜랑꼴리한 오늘을 살던 청소년 시절, 낡은 라디오의 거친 주파수를 통해 들려오는 '행복의 나라로'는 한대수 특유의 컬컬한 보이스와 통기타의 빠른 템포가 인상적이어서 듣자마자 최고의 애창곡이 되었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기대감이 상존하던 당시, 호소력 있는 한대수의 목소리는 답답한 현실을 밝히는 희망가이자 인생찬가였다.
'고통뿐인 세상에 행복의 나라는 없었어. 울고 살 수 밖에 없었어!
그래서 기쁨, 평화, 사랑을 찿는거라고...'
한대수 본인도 고통과 절망뿐인 세상을 향해 외치는 독백이었다는 것을 뒤늦게 알고 배시시 웃었던 기억이 난다. 행복의 나라로 가자던 외침은 역설이었음을 시간의 흐름속에서 깨달았다.
인연은 의도하지 않은데서 자연스레 이루어 진다. 한대수와의 만남도 그랬다. LG아트센터에서 한대수 트리뷰트 콘서트 40주년 공연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인터넷에서 2011년 녹음한 '행복의 나라로'(LAST ver.)MV를 보았다. 젊은 시절의 노래와는 다른, 인생의 부침(浮沈)을 겪으며 허허실실 살아가는 사람 한대수와 귀여운 딸 양호가 있었다. 가슴 먹먹해지는 감동을 먹었다.
뉴욕의 유명한 사진학교를 나왔다는 그를 만나러 갔다. 집 앞 커피숍에서 대화를 나누자는 내게 ‘경제공황인데 웬 커피냐’ 며 집에서 인정한(!) 훌륭한 바라스타이니 고시원(한대수는 집을 고시원이라 부른다)에서 마시자며 나를 집으로 이끌었다. 만남은 그렇게 시작 되었다.
초상사진은 사랑과 존경 없이는 영혼의 깊이를 담을 수 없다. 한대수를 만나고 인연을 만들고 필연으로 엮이기 까지... 지금까지 함께 했던 시간들은 진정 행복이었다.
인간의 심오함을 시각화시켜 보여주는 포트레이트는 힘든 작업이다. 더군다나 '가수 한대수'가 아닌 '사람 한대 수'다. 평소 존경해 오던 그를 만난 후 평정심을 잃어버렸다. 만남이 익을수록 기록에 대한 사진가의 욕구가 머리끝까지 올라왔다. 굴곡이 많은 드라마틱한 삶을 살아온 한대수의 생을 영원의 기록으로 남겨보고 싶었다. 마침내 허락을 받고 이 시대의 진정한 보헤미언의 자유로운 영혼을 담을 수 있었다.
한대수는 쉬운 피사체가 아니다. 까다롭다. 앨범 작업도 원테이크(One take)로 1~2번만에 뚝딱 녹음을 마치는 그다. 사진촬영도 “액션~~” 외치자 마자 바로 끝. 사진은 감정작업이다. 양질의 이미지는 친밀도와 비례하는데 그는 시간 끄는걸 용납하지 않는다. 그 와의 첫 작업이었던 14집 자켓 커버도 처음 만나 스튜디오에서 10분만에 인스턴트로 처리했다. 그럼에도 포토제닉한 그는 고우면 고운대로 거칠면 거친대로 셔터를 누르면 작품이 된다. 신기하다.
한대수를 알기 이전...
영국의 4인조 팝그룹 Dooleys의 ‘Wanted’를 FM 라디오에서 처음 듣고 pop에 푹 빠졌다. 신시사이저의 비트있는 인트로와 여성보컬의 파워풀한 보이스는 라디오에 한없이 귀를 기울이게 만들었다. 기타를 사서 ‘Romance’와 애니멀스의 ‘House of The Rising Sun’을 연주하던 음악 초보시절 조금, 대학에 합격하고 전문 음악다방 DJ를 하면서 음악은 호기심 어린 대상이었지만 세상밖으로 나오면서 관심은 카메라로 향했다.
음악을 좋아하던 어릴적 기억들과 사진에 대한 상상들이 보태져 오늘의 한대수를 대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족적을 남긴 뮤지션을 기록하여 책으로 엮어 내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찰나와 같은 순간이었지만 사진을 통해 나이를 초월한 사람 한대수의 내면과 만날 수 있었다. 시대의 관찰자이자 기록자가 된것이다.
‘대수형’이라고 부르라지만 아직은 어색하다.
더 깊고 넓게 담아내지 못함이 마음 한 구석에 남아있다.
그래도
나는 행복하고,
대수형님은 이 책을 통해 영생(永生)을 얻었다.
2017년 8월
원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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