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Yoon Suk One, Wet Coffin- Gyrocompass, 2017, oil on canvas, 193.9x130.3cm
개인과 사회, 기억과 기록, 현재와 과거 등 상반되면서도 연결고리를 지닌 세계를 그리는 윤석원이 이번엔 근 일년간의 작업환경과 그에 따른 내밀한 경험과 소고를 ‘잠수함’이라는 일견 생소한 주제에 담아낸다. 윤석원은 평소기록하고 수집한 자료에 기반을 둔 객관적 사실에 주관적인 감정과 기억을 더한다. 기법적으로 가상의 구획을 설정해 대상을 세밀하게 묘사하면서도 최종적으로 캔버스를 지배하는 것은 과감함과 적나라함이 도발해논 정교한 거침이다.
이는부분적으로 추상의 효과를 불러오되 전체적으로는 구상의 정도를 벗어나지 않는 균형감을 선사한다. 그가 빛과 어둠이주는 잔상을 섬세하게 활용해 자줏빛이 가미된 특유의 톤다운된 색감으로 완성한 화면에 다양한 감정의 레이어가 얹힌다. 특히, 잠수함을 소재로한 이번 작품에서는 원형의 이미지가 중첩되어 나타나는데, 이는 수직과 수평으로 이루어진 다양한 사각형의 형태인 우리의 생활공간과 달리 수압을 견뎌야 하는 잠수함은 앞이 둥근 긴 원통형의 공간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작품에서 묘사되듯이 잠수함에서 쓰는 시계, 심도계, 나침반, 관성항법장치, 온습도계, 잠망경, 각종해 치와밸브,스크루등이 다양한 원형을 하고있고 이는 윤석원이 잠수함 내부를 그리며 다양한 '원’을 그린 이유다.
Yoon Suk One, Crew-045, 2017, oil on canvas, 46x53cm
우연히 2차 세계대전에서의 독일잠수함을 소재로한 영화 <DasBoot>를 작가는 극히 좁고폐쇄적인챔버 (Chamber)에서음파와 잠망경이라는 제한된 정보 소스 에 의존해 심해의 협곡과 수로를 따라 하루하루를 이어 가는 잠수함 승조원의 생활에서, 레지던시와 작업실을 옮겨다니는 작가자신의 모습을 투영하게 된다. 실제로 대학원 졸업 후 수없이 작업실을 옮겨야만 했던 작가는 외부와 단절된 스튜디오에서 자신이 맞닥뜨린 감정과 잠수함 승조원의 심리 상태에서 동질감을 찾아낸 것이다. 최근의 아르헨티나의 비극적인 사건이 대변하듯이 현대에도 사고와 위험에 노출된 승조원의 열악한 환경은 변함이 없다. 끝없는 기다림, 위급상황에서 오는 긴장감, 거기다 고립과 단절된 상황이 일으키는 외로움을 피할수없다.
Yoon Suk One, Old Satellite, 2017, oil on canvas, 46x53cm
이또한 작업실에서 오로지 작품에만 매진하는 작가와 심정적으로 유사하다. 그뿐만 아니라 영화에서 묘사되듯이 잠수함 승무원의 극히 낮은 생존율은 동시대에서 활동하는 작가 중에서 얼마나 살아남아 작업할지 모르는 작가의 고민과도 연결된 다. 경쟁과 생존, 그리고 지속이라는 함수 관계에 놓인 작가의 생활은 작업의 순수성과 고결함 이외에 무언가 도사리고 있지 않을까 하는 서늘함마저 느끼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