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IMA Picks》는 국내외 다양한 예술 현장에서 10년 이상 작가로서 주목할만한 작업을 해온 30-40대 작가들을 조명하는 프로젝트로, 2018년 《IMA Picks》에 선정된 김아영, 이문주, 정윤석 세 작가의 개인전을 통해 신자유의주의 시대 예술가들이 이 시대를 읽어내는 방식을 살펴보고 그들이 증언하는 다양한 경험들을 공유해보고자 한다.
주최
일민미술관
후원
주한호주대사관
책임기획
조주현 (일민미술관 학예실장)
전시기간
2018년 2월 23일(금) ~ 4월 29일(일) *월요일 휴관
장소
일민미술관 1, 2, 3 전시실
관람료
어른 5,000원, 학생 4,000원 (중학생-대학원생), 초등학생 3,000원
단체관람료(20+) : 어른 4,000원, 학생 3,000원 (중학생-대학원생), 초등학생 2,000원
(전시문의: 02-2020-2050, info@ilmin.org)
선정작가 및 개별 개인전 정보
1전시실 : 김아영, 《다공성 계곡》 Ayoung Kim, Porosity Valley
2전시실 : 이문주, 《모래산 건설》 Lee Moon Joo, Sandpile Construction
3전시실 : 정윤석, 《눈썹》, Jung Yoonsuk, Lash
전시소개 (전시실 층 순서)
- 본 전시는 3명의 선정작가 개인전으로 구성된다.
일민미술관(관장: 김태령)은 2018년 첫 전시로 국내외 예술 현장에서 10년 이상 주목할 만한 활동을 펼쳐 온 30-40대 작가들을 조명하는 프로젝트 《IMA Picks》를 개최한다. 김아영, 이문주, 정윤석 세 작가를 선정해 각각의 개인전으로 구성한 이번 《IMA Picks》는 신자유주의 시대 예술가들이 이 시대를 읽어내는 방식과 작업에 함의된 급진성에 대한 다양한 차이들을 살펴보고, 이들이 증언하는 각기 다른 삶의 영역과 경험들을 함께 공유해보고자 기획되었다.
《IMA Picks》는 세 작가의 개인전을 동시에 개최함으로써 한국의 중간 세대 작가들이 나름의 방식으로 시대를 사유하고 저항하는 방식을 보여줄 예정이다. 2000년대 초, 국내 미술계의 신자유주의 바람은 각종 신진작가 지원 프로그램들을 통해 젊고 활기찬 작가들을 시장에 소개하며 수많은 청년작가들을 발굴해 왔다. 한편, 시대의 목격자이자 증언자로 상업적 프레임에 맞서 자신의 시각언어를 실험해 온 작가들이 30대 후반에 이르면 외로운 자립을 위한 또 다른 도전이 시작된다. 이들이 시대를 체험하고 시각화하는 방향과 전략이 일관성을 갖고 있다고 할 수는 없으나, 그 다름과 다양성은 글로벌 자본주의에 포섭되고 있는 모든 차이들을 구출해낼 수 있는 중요한 조건이자, 이들이 새로운 연대의 가능성을 위해 분투할 수 있는 토대를 이룰 것이다.
일민미술관의 《IMA Picks》는 이제 본격적인 궤도의 제 2 라운드에 오른 30-40대 작가들에 주목함으로써 이들의 향후 행보에 중요한 모멘텀이자, 동시대 예술가들이 펼치는 치열한 사유의 장을 경험할 수 있는 전시가 되고자 한다.
1) 김아영 개인전 《다공성 계곡》
- 전시 제목 : 《다공성 계곡 (Porosity Valley)》
- 전시 장소 : 일민미술관 1 전시실
- 전시 작품 : 영상, 설치, 이미지
김아영(b. 1979)은 시각디자인 전공 후 영국에서 사진과 순수미술을 전공하였고, 최근 팔레 드 도쿄(2016), 멜버른 페스티벌(2017)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하였으며, 제56회 베니스 비엔날레(2015) 본 전시에 참여한 바 있다. 특유의 작가적 상상력으로 오늘날 일어나고 있는 사회문화적 이동이나 변형의 문제를 이미지, 텍스트, 목소리, 사운드, 비디오 등으로 가공하며 상이한 내러티브 형식의 가능성을 다각도로 모색해 왔다.
김아영, 다공성 계곡, 이동식 구멍들
이번 개인전《다공성 계곡》에서 작가는 지질학적 측면에서의 다공질, 이야기 구조에서 논리적 허점을 의미하는 ‘플롯 홀’, 20세기 애니메이션에서 물리법칙을 넘어 이동할 때 흔히 사용되는 장치인 '이동식 구멍' 등을 토대로 ‘사변적 내러티브’를 구성해 동시대 이주(migration) 문제에 다의적으로 접근한다. 인류의 역사는 이주의 역사라 할 만큼, 고대부터 현재까지 ‘이주’는 인류 문명의 창조적 진화에 실마리로 작용해 왔다. 한편, 오늘날 국경 넘어 발생하는 생태적, 정치적, 경제적 이주 등의 비자발적 이주는 ‘난민’ 문제와 같은 적대와 갈등, 분쟁의 원천이기도 하다. 최근 데이터 마이닝이나 데이터 이송으로 인한 네트워크상의 정보 재배치, 플랫폼 이동 또한 빅데이터 생태계를 구축하는 또 다른 국면의 이주 문제이다. 작가는 이러한 상이한 차원의 이주 문제들을 동일한 관점으로 바라보며, 인류가 직면한 다가올 세계의 존재와 이동, 증식에 대한 비판적 사유의 장을 ‘사변 소설(Speculative Fiction)’의 형식을 통해 현실과 동떨어진 불연속적 시공간들을 경유하여 다층적으로 펼쳐낸다.
<다공성 계곡(Porosity Valley)>(2017)에 등장하는 주인공 페트라 제네트릭스(Petra Genetrix)는 가상의 공간 "다공성 계곡"에 거주하는 유사-신화적 존재로 설정된 상상의 지하 광물이다. 뜻하지 않게 일어난 폭파로 인해 그 신화적 존재는 다른 지하 암석 플랫폼으로 이주를 시도하며 여러 실질적 문제에 도달하게 된다. 이주 심사 인터뷰를 거치고, 새로운 플랫폼에 위협이 될 바이러스 보유 가능성을 점검 받기 위해 40일간 격리 조치가 가해지기도 하며, 데이터 센터에 의해 주거지가 복제되기도 한다. 작가가 등용한 ‘사변 소설’ 장르의 형식적 특징은 이처럼 실재세계에서는 존재할 수 없는 현실을 상상할 수 있게 함으로써, 역설적으로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이 얼마나 기이한가를 깨닫게 만드는 인지적 소격효과(cognitive estrangement)를 가져오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김아영은 오늘날 파편화된 미디어 경험에 따라 점점 더 분절되어 가고 있는 존재와 삶의 조건들 속에서 다공성 이야기 구조가 유발하는 상이한 생각들이 서로 공존하고 충돌하여 보다 날카롭고 분명한 현실 인식을 가능케 한다고 말한다.
2) 이문주 개인전 《모래산 건설》
- 전시 제목 :《모래산 건설 (Sandpile Construction)》
- 전시 장소 : 일민미술관 2전시실
- 전시 작품 : 대형 회화, 입체 캔버스, 드로잉, 리서치 자료 등 40여점
이문주(b. 1972)는 서울대학교 서양화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크랜브룩 아카데미 오브 아트를 졸업했다. 2005년 금호미술관, 대안공간 풀 등에서 개인전을 가지며 본격적으로 국내미술계에서 활동을 시작하였고, 창동레시던시, 베를린 쿤스틀러하우스베타니엔 스튜디오 프로그램, 난지스튜디오 등에 입주작가로 참여한 바 있다. 자신이 목격한 사회적 현실을 회화의 형태로 재해석해 보여주는 이문주는 1990년대 중반부터 서울, 보스턴, 디트로이트, 베를린 등 서로 다른 시공간에서 관찰한 사회적 폐허의 현장을 연결시켜 전 세계 어디에서나 똑같은 풍경이 펼쳐지는 도시의 이면을 시각화해왔다.
이문주, 모래산 건설
작가는 우연히 자신이 거주했던 몇몇 지역에서 도시개발정책에 의해 주거공간이 순식간에 철거된다거나, 한때 부흥했던 산업도시가 버려지고 퇴락의 길을 걷는 현상을 반복적으로 목격하고, 신자유주의와 자본주의 재생산 과정으로서 도시계획이 지닌 메커니즘을 발견하게 된다. 이후, 직접 경험한 도시문제들을 사회학적, 인류학적 현지조사에 근거해 회화작업으로 재구성하며, 일종의 ‘거리를 둔 관찰자’로서 예술적 개입을 시도해왔다. 이문주의 회화작업은 짧게는 6개월, 길게는 2년여에 걸쳐 한 장소에서 현장연구를 진행하고, 그 관찰 기록을 실크스크린과 특유의 콜라주 기법을 통해 재구성한 것이다. 한 화면 안에 다큐멘터리적 속성의 사실성과 미학적 허구성을 결합하는 이와 같은 형식적 특성은 사회적 실천으로서 회화가 특정 시공간을 넘어 지속적으로 성찰과 사유의 장으로 기능할 수 있게 한다.
이문주,걷는사람 Ⅲ, Passerby Ⅲ, 149.5x189.5cm, 2015
이번 전시《모래산 건설》은 작가가 2000년대 초반부터 현재까지 여러 도시를 이동하며 관찰해 온 경로를 따라, 세계화와 글로벌 자본주의에 의해 구축된 여러 도시들이 쇠락과 재건을 반복하며 구축된 풍경들을 오버랩 시킨 30여 점의 대형 회화와 드로잉, 아카이브 자료들을 선보인다. 특히 2010년 이후 작가는 4대강 사업의 명목으로 만들어진 엄청난 규모의 모래산이 있는 낙동강 주변 풍경과 베를린의 크루즈 관광의 모습을 콜라주해 당시 정부가 제시한 개발 이후 미래 청사진을 허구적으로 구성해 제시하였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신작들을 통해 작가는 2000년대 이후 부조리한 사회적 현실을 증언하는 예술가의 역할에서 변화하여, 인간과 생태적 관점에서 도시를 바라보는 달라진 작가적 태도와 시선을 전달하고자 한다.
3) 정윤석 개인전 《눈썹》
- 전시 제목 : 《눈썹 (Lash)》
- 전시 장소 : 일민미술관 3 전시실
- 전시 작품 : 영상, 사진 및 설치 등 10여점
정윤석(b. 1981)은 한국예술종합학교와 동 대학원에서 조형예술과 다큐멘터리를 전공하고 영상작업과 영화의 경계를 넘나드는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그는 지존파사건 같은 구체적인 사건이나 밴드 밤섬해적단처럼 그가 주목한 개인의 삶을 통해 국가와 사회의 공공성, 신자유주의 경제체제, 레드 콤플렉스 등 사회정치적 문제의식에 대해 이야기해왔다. 또한 눈앞의 문제적 상황 앞에서 특유의 예리함과 세밀함으로 촉발된 사적 정서를 미술과 영화를 언어 삼아 공론화 해왔다. 그는 다큐멘터리 영화, 영상작업, 설치, 사진 등 다양한 작업 형식을 취하면서 이 각기 다른 매체들이 어떻게 다른 감각의 지평을 제시할 수 있을지에 대한 실험도 꾸준히 진행해 왔다.
이번 전시 《눈썹》은 작가가 10년만에 갖는 두 번째 개인전으로, 그간 여러 전시에서 파편적으로 선보였던 신작 <눈썹>의 전체가 공개된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가 택한 구체적인 장소와 대상은 마네킹 공장과 섹스돌 공장, 그리고 그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다. 전시와 동명의 신작 <눈썹>은 인간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인간이 가질 수 없는 비율과 스스로 움직일 수 없다는 수동성을 가진 마네킹과 섹스돌, 그리고 그것을 만드는 섬세하고 강도 높은 노동의 과정에 초점을 맞춘다.
정윤석, 눈썹
전시의 제목 ‘눈썹’은 인간 형상을 띤 사물들을 보다 인간답게 보이도록 붙이는 장식물에서 착안한 것이다. 그러나 자연스러워 보이기 위해 섬세한 노력을 기울인 부분은 결국 이들을 가장 인위적으로 보이게 하는 요소가 된다. 《눈썹》은 낯설고 그로테스크하지만 사실 우리 주변에서 매일 일어나고 있는, 사람의 형상이 제조되고 폐기되는 풍경에서 수집한 이미지와 인터뷰, 거기에서 파생된 사진과 설치 작업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번 전시는 동시대가 가진 기괴한 이미지를 통해 인간과 인간다움에 대해 사유해볼 기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