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 간 분 할 – Space Division >
ENJO 엔 조
- 피카소의 드로잉에서 영감 받은 입체작업
- 엔조의 대표 시리즈 ‘공간분할’ 신작 15여점 공개
- 일반 조각과는 달리 입체와 평면의 양면을 담아낸 조각
▴ 엔조 l 공간분할 여자-06 l 2018 l 알루미늄, 자동차 페인트 l 63×40×181cm
▷ 조소를 전공하고 조형의 기본단위인 점, 선, 면에 대한 탐구를 통해 자신만의 이미지를 찾아가던 엔조 작가는 어느 날 피카소의 자유롭고 역동적인 드로잉을 보고 깊은 감흥을 받게 되었다. 펜을 종이에서 떼지 않고 한 번에 대상의 윤곽과 움직임을 표현한 피카소의 작업은 단순한 선 하나로 표현되는 이미지가 얼마나 강렬하고 경이로운지를 느끼게 했다. 엔조는 피카소의 선으로부터 받은 영감을 재해석하면서 선의 가능성을 찾았고, 이를 통해 사물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것과는 다른 시각적 표현을 발견하였다. 3차원의 입체를 만들어내는 일반 조각과는 다른 출발점에서 시작된 그의 발상은 평면의 드로잉을 입체적으로 표현하되 불필요한 형상을 최대한 배제시켜 엔조만의 모던하고 심플한 입체작품을 구현해내었다. 즉 일상의 인물이나 사물을 단순화시켜 3차원의 공간에 2차원으로 표현한 역발상의 작업으로, 3차원으로 소환된 ‘평면입체’라고 볼 수 있다.
엔조 l 공간분할 남자-08 l 2018 l 스틸, 자동차 페인트 l 78×20×90cm
▷ 엔조는 선을 중심으로 한 여러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지만 가장 주목할 만한 연작은 단연 이번에 전시되는 ‘공간분할’이다. 평면의 인물아웃라인이 그 어떤 조각보다 입체적으로 보이는 데에는 무엇보다 원근과 투시를 이용한 분할에 있다. 그의 작업은 남성 혹은 여성으로 구분되는 사람의 윤곽이 검은 선 하나로만 연결되어 단순하지만 명료하고, 인물의 특정한 포즈가 주는 역동성이 느껴지기도 한다. 자세히 살펴보면 인물의 포즈는 실제 형태에 가까우며 근육, 머리카락, 옷자락 등이 만들어내는 굴곡 또한 디테일하게 묘사되어 심플함을 표현한 가운데서도 작가의 면밀함을 발견할 수 있다.
엔조 l 공간분할 여자-05 l 2018 l 스틸, 자동차 페인트 l40×20×100cm
▷ 작품에 사용된 색은 블랙, 화이트, 블루로 제한되었는데 흰색은 화이트 큐브에 의지하여 비어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블랙은 그가 주요하게 나타내고자 하는 선을 입체와 평면의 관계에서 극대화하는데 적합하다. 볼드 블랙의 뚜렷한 라인과 함께 광택을 띠며 경쾌하게 발색하는 블루 컬러 또한 한눈에 들어온다. 블루를 절망의 색이라 칭하기도 했던 피카소는 그것으로 우울하고 차가운 느낌을 표현했지만 엔조는 푸른색을 통해 청량하고 신선하며 신비로운 느낌으로 작품에 생기와 활력을 불어넣는다. 공간을 가로지르며 교차되는 라인이 만들어내는 미묘한 공간감과 조형이 놓인 위치와 조명의 각도에 따라 만들어지는 그림자도 감상에 흥미를 더한다. 기하학적으로 볼 때 선(Line)은 눈에 보이지 않는 본질이며, 점이 움직여 나간 흔적, 다시 말해 점(Point)이 만들어낸 소산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입체와 평면의 양면을 선으로 담아내며 공간을 분할하는 새로운 시각의 조각은 모던한 현대미술의 감성을 나타내기에 충분하다.
▷ 엔조(ENJO)는 동아대학교 예술대학 조각과, 동대학원 교육대학원에서 미술교육 석사과정을 졸업하였다. 2012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현재 8회의 개인전을 가졌고, 30회 이상 단체전에 참가하였다. 국내를 비롯 해외 아트페어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으며 심플하고 모던한 조각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 엔조 l 공간분할 여자-07 l 2018 l 스틸, 자동차 페인트 l 29×18×80cm
소울아트스페이스는 2018년 2월 23일(금)부터 3월 22일(목)까지 갤러리 전관에서 신진작가 지원전시를 개최한다. 설립 초기부터 지속적으로 신진작가들을 지원해온 소울아트스페이스는 올해 조각 작가 2명을 선정, 제제(JEJE)와 엔조(ENJO)의 개인전을 기획하였다. 제 1/ 2전시실에서는 제제, 제 3전시실에서는 엔조 작가의 작품을 전시하여 위트 있고 현대적인 조각 작품을 갤러리 전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 특별히 이번 전시의 오프닝은 포럼을 통해 하나의 주제로 작가와 관객이 함께 토론하며 깊이 있는 담론을 형성하는 뜻있는 자리로 마련될 예정이며, 작가와 관객이 더욱 친밀하고 적극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