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노트
나비의 날개는 꽃의 색깔을 띄어 화려하지만, 부엉이 나비는 화려함 대신 천적의 눈을 날개에 새긴다. 풍뎅이가 딱딱한 껍질을 가졌다면. 껍질이 없는 개구리는 풀색이 되어 환경에 붙어있다, 간혹 앙심을 품은 아이는 화려한 색을 하나 둘씩 몸에 새긴다. 그렇게 독 개구리는 어디서도 눈에 띈다. 이처럼 자연에서는 생존이란 이유로 형태나 색이 그에 맞는 상황에 따라 변화되며 발전하고 있다. 수명을 늘리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성별 속에서는 위와 같은 노력은 잊어버린 채, 어떤 장애들이 나타난다. 수컷들이 치장이라는 것을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본능 혹은 믿음일까? 치장, 장식 등을 통하여 몸을 과시하거나, 환심을 사면서 번식이라는 과제를 수행하지만 이를 위해 그들은 그들의 육체적 가용 예산으로부터... 즉 그들의 면역방어로부터 그 비용을 짜낸다. 수명이 줄어드는 것이다. 이들의 아름다움이라는 노동은 생명을 죽음으로 인도하였다. 실제로 많은 종 들에서 가장 화려한 수컷들은 대체로 가장 수명이 짧다. 그들은 단명의 대가로 많은 후손들을 얻는 것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그 반대 이다. “한쪽에서는 수명을 늘리는 노력을 하지만, 다른 쪽에서는 수명을 줄이는 노력을 한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서 브레이크를 동시에 밟는 것이 생명의 프로그램 이란 말인가?”
새, 동물들의 장식은 어찌나 다양한지, 모든 형태의 깃, 색, 부풀린 화려한 공기주머니, 각각의 휘장, 혹과 융기 등 없는 것이 없다. 어떤 특징이라도 연관성을 생각할 수 없는 그렇게 해괴한 장식품들 (“무엇 때문에 세계에 있는 모든 것 들에는 과부새의 꽁지나 공작새의 깃처럼 눈에 띄는 장식이 있는 것일까?”-다윈의 수수께끼 에서) 은 생명이 가진 본능일까 혹은 가지려는 욕망일까.
원시시대 여러 부족들은 물건에 새겼던 문양이나 주술을 몸에 새겨왔다. 그렇게 타투는 시작되었고 다양 해져 갔으며 온몸을 뒤덮었다. 피부는 바늘이 밟고 다니는 대지 와도 같다. 빨강, 검정, 파랑, 노랑 등 각양각색이 물들여진다. 머리는 (두개골은) 길어지고 삐죽하게 성형되기도 했다, 정수리는 이윽고 하늘에 가까워져 갔고 신성시 되었다. 목은 이에 질 세라 조금씩 길어져 갔다. 혹여 부러지지는 않을까 쇠로 만들어진 링이 걸려진다. 그렇게 목걸이는 목을 받들어주는 든든한 친구가 되었다. 바늘이 뚫고 지나간 귀에는 귀걸이가... 코에는 코걸이가 걸렸다. 입술에도 여지없이 구멍을 내기 시작했다. 귀걸이는 점점 커져만 갔고, 코걸이는 점점 두꺼워져 갔다. 마치 땅따먹기라도 하듯이... . 혹여 놓친 곳이 없는지 피어싱(뚫다)은 연약하고 깊숙한 곳까지 은밀하게 자리 잡는다. 유두며 배꼽이며 심지어 성기까지... 문득 발이 작아 지기 시작한다. 뼈가 꺾이고 성장을 억제하니 한 손에 가볍게 들려져 가냘프다. 애처로운 모습이 저기 가는 허리와 비교된다. 길게 내쉬는 한 숨 두 숨조차도 작게 걸러내 주는 마른 허리... 힘내라며 가죽을 질끈 동여매 준다. 한편으론 색이 한 겹, 두 겹 얼굴에 덮여졌다. 희고 흰 가루분이... 빨갛고 빨간 루즈 (rouge)로 부터.......조금씩 화장이라는 제품으로 바뀌어 져갔다.
( “얼굴과 몸을 치장하고 손에 닿는 모든 것을 장식하려는 충동이야 말로 조형예술의 출발점이다.” - 아돌프 로스 Adolf loose )
신은 절대적이지만, 우리는 그렇지 못 한가 보다. 사소한 것 하나라도 의심했던 걸까? 자연스런 신체는 미개한 것으로 여겨지듯, 몸은 자연의 이상 저 반대로 나아갔다. “가장 발전된 형태는 가장 완전한 형태” 라는 말처럼. 우리는 외식적인 변화를 거치면서 (깎이고 다듬어 지면서) 점점 더 인간다워지려 했던 것일까? 아니면 헤파이스토스(Hephaistus)가 판도라 (pandora)를 조각했듯이 조물주가 되려했던 것일까?
신체는 변화하고 있다. 그 촉매제가 문화일수도, 혹은 다른 어떤 것 일수도 있지만, 가장 근본적으로 미를 배제할 수가 없다. 미는 마치 문화가 내어주는 보증서와도 같다. 절대자가 찍어낸 것처럼 신의 거룩함을 닮았으며, 좋다 나쁘다의 기준이 되기도... 절대적 가치를 지니고 있기도 했다. 소유하기를 원하며, 추구해야 하는 방향, 혹은 목표이기도 했다. 희생과 인내를 요구할 수도 있지만, 늘 우리를 밑에서 위로 끌어 올려주는 도르래 역할을 해준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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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인사건에 등장하는 칼은 흉기이다. 피부를 뚫고, 뼈를 헤집고, 생을 도둑질 해간다. 범죄이다 가장 무서운 범죄. 상상만 해도 잔인하다.
- 의학에서 등장하는 칼은 신성하다. 피부를 뚫고, 뼈를 헤집고, 생을 지켜낸다. 눈물이 난다. 생의 소중함에 두 손을 꽉 잡아준다.
- 하지만 성형이라는 괄호 속에서 피부는 이곳 저곳이 잘리고, 뼈가 깎이고, 이곳저곳에 보형물들이 들어온다, 늘어지기도, 줄여 지기도 한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이 모든 과정이 결코 잔인하지도 무섭지도 않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단지 예뻐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이 믿음에 너무나도 쉽게 몸을 내어준다. 그래서 잔인하고 무섭기까지 하다. 우리가 인식하는 것은 아름다움이라는 것이지 위 과정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 과정... 그 과정에 얽매인 모순들을 하나 둘 붙여 나아간다. 덩어리는 모여서 형태를 이루고, 형태는 곧 신체라는 한 조각을 얻는다.
강 대 근 Daegeun Kang
(b. 1984)
2016 Diplome National superieure d'Arts de NANCY (DNSEP)
낭시 국립 미술학교 "아트"과 (석사)
2011 Diplome National superieure d'Arts de NANCY (DNAP)
낭시 국립 미술학교 "아트"과 졸업 (학사)
개인전
2018, <신체와 장식 – 색 그리고 봄>, 갤러리 그안, 헤이리 예술마을, 파주, 한국
2018, <큰눈을 가진 여린 발>, GALLERY SPACEOPT, 서울, 한국
단체전
2017, <아트페어 SOFA Chicago>, 조각, 시카고, 미국
2017, <CICA MUSEUM 시카 미술관>, 김포, 한국
2017, <시간의 숲>, 현대백화점 판교점, 성남, 한국
2017, <제 8회 서울 모던 아트쇼>, 한가람 미술관, 서울, 한국
2016, <Marche de noel>, 뽕데자르 갤러리, 파리, 프랑스
2016, <Revoir>, 뽕데자르 갤러리, 파리, 프랑스
2011, <Regard croisé> 시선, 트리스탄 갤러리, 파리, 프랑스
2011, <NOV’Art>, 빌베끄 시청, 빌베끄, 프랑스
2011, <Theatre silencieux> 무언의 연극, 트리스탄 갤러리, 파리, 프랑스
2010, <Botanique 공원>, 낭시 그룹전, 트리스탄 갤러리, 파리, 프랑스
기타경력
2016, 무대제작 "호두까끼 인형", Ranelagh극장, 파리, 프랑스
2015, 무대 소품 제작 "송지오 옴므", 마레지구, 파리, 프랑스
2014, 무대 소품 제작 "송지오 옴므", 바그람, 파리, 프랑스
언론매체
2017, Paris Jisung (파리지성) 인터뷰 - 치장과장식 그 모순에 대해...
https://issuu.com/parisjisung0/docs/838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