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기는 1963년 충북 제천에서 태어났다. 서울대 미술대학 조소과와 동대학원 조소과를 졸업했다. 김무기는 2000년대 초반부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해서 일민 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포항시립미술관, 아트포럼 뉴게이트, 아트사이드 베이징, 뒤셀도르프 미술관 등지에서 전시회를 가졌다. 작가의 주제는 나무이다. ‘중얼거리는 나무(Murmuring Tree)’라는 시리즈에서 나무를 집중적으로 탐구하기 시작했다. 나무를 추상적으로 변형시켜 인간과 자연의 관계, 신화와 역사의 관계, 초월적 시간과 일상적 시간의 구분이라는 주제를 피력해왔다. 2012년부터 시리아 내전 사태에 충격을 받고 적극적으로 사회 문제를 성찰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산출된 드로잉 연작이 <Save My Friend!>이다. 현재 이 드로잉을 3차원 입체로 재현하는 프로젝트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 프로젝트로 올해 5월부터 대안공간 루프에서 개인전을 갖는다.

김무기는 2000년대 초반부터 나무의 조형성에 대하여 탐구했다. 그러나 이 형식적 외투 속의 몸집에는 뜻밖의 내용이 숨겨져 있다. 나무는 수직적 이미지로서 수평적 대지와 대비된다. 인간은 숲에서 살다가 대지로 나왔다. 우리는 대지에 살면서부터 시간과 역사라는 개념을 개발했다. 숲에 살 때에 우리는 시간을 인식할 필요가 없었다. 따라서 대지는 일상이며 숲은 초월이다. 대지는 언어의 세계이며 숲은 느낌의 세계다. 대지는 아버지의 세계이며 숲은 어머니의 세계이다. 대지는 역사의 무대이며 숲은 신화의 무대이다. 김무기는 언어와 시간, 그리고 아버지라는 제도 이전에 형성되었던 신화 세계 속에서 오히려 인간의 본연을 발견할 수 있다고 믿었다. 순수한 조형이 갖는 아름다움에서 역설적으로 인간의 본질을 발현시키려 했던 의도였다. 그런데 2012년 시리아 내전을 계기로 작가는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다. 현실에서 벌어지는 모든 문제를 껴안아 해결하는 것이 작가의 본령이기에 매일 드로잉을 하면서 인간의 문제에 대해 성찰했다. 이 성찰의 범위는 전쟁과 기아의 문제에서부터 힘의 불균형, 생명, 생태, 사랑, 우정을 비롯해 신과 우주로까지 확대된다. 이 드로잉의 요소를 3차원 조각으로 재현한 것이 이번 전시회의 요지이다. 작가가 말하는 '내 친구'란 어려움에 처한 타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내 안에서 잠들고 있는 진정한 자아를 뜻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