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안 스텝스 - 언매핑 유라시아(Unmapping Eurasia)의 첫 번째 움직임
2018-06-30
백남준 기념관
[NEDXPO] 유라시안 스텝스 – 언매핑 유라시아(UNMAPPING EURASIA)의 첫 번째 움직임
네덜란드의 문화적 경관은 지역적이면서도 국제적으로 작용하며,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프레젠테이션 방식을 사용하고, 장기간에 걸친 예술적 연구와 실험에 집중하는 현대 예술 기관들이라는 독특한 풍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카스코 아트 인스티튜트: 커먼스를 향하여’(Casco Art Institute: Working for the Commons – 이하 카스코)’는 이러한 예술기관 중에서도 선구적인 예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반 대중과의 소통과 더불어, 카스코는 동료 기관들과 예술 전문가들에게 기관적, 조직적 형태에 실험적으로 접근하는 영감을 제공하고 있으며, 예술의 존재하는 개념에 대해서 도전의식을 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활동의 중심에 한국어로 공유재 혹은 공통으로 번역되며 좁게는 공동재화와 공동의 관리를 지칭하는 커먼스라는 개념을 두고 있습니다.
이번에 카스코에서 기획하는 ‘언매핑 유라시아’ 프로젝트는 공유재를 ‘유라시아’의 차원에서 탐험합니다. ‘유라시안 스텝스’는 그 첫 번째 여정으로, 미디어시티 2018년 프로그램의 일환이자 주한 네덜란드 대사관 NEDxPO2018(네덜란드 올림픽 문화 프로그램)의 지원, 더치 아트 인스티튜트와 서울시립미술관과의 협력으로 개최됩니다. NEDxPO2018은 네덜란드의 예술과 문화적 실천을 선정하여 보여줄 예정입니다. 그 중에서도 ‘언매핑 유라시아’는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예술가, 프로듀서와 연구가 등이 모여서 조화적으로 작업을 해가는 네덜란드의 선구적인 현대 예술 기관으로서의 카스코의 활발하고 실험적인 접근을 보여줄 것입니다.
<유라시안 스텝스>
언매핑 유라시아(Unmapping Eurasia)의 첫 번째 움직임
·일시: 2018년 6월 30일 토요일 오후 1시 – 6시
·장소: 백남준 기념관 (서울시 종로구 종로 53길 12-1, 출발 장소), 시청각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 57-6번지), 그 외
·기획 : 카스코 아트 인스티튜트(Casco Art Institute: Working for the Commons)
·참여 작가 및 연구자: 안톤 카르마노브, 최빛나, 휌커 헤레흐라벤, 조전환, 마르욜레인 데이크만, 김남수, 슬라브스와 타타르, 유 미, 역사학자 이병한과 은정태 외. (아테네 참여 작가 김성환, 니콜라이 스미르노프)
·2018 서울미디어시티 비엔날레 프로그램
·관람예약: dutchculturekorea@gmail.com 으로 이메일
“유라시아는 현재 유럽이라 불리는 지역의 서쪽 끝 그리고 아시아라 불리는 지역의 동쪽 끝을 포괄하는 거대한 대륙덩어리를 뜻합니다. 이러한 유라시아라는 개념은 우리를 새로운 사고 방식으로 초대합니다. 기존의 영토적 경계와 문화적, 정치적, 사회적 구별에 질문을 던지고 우주적이고 지질학적이면서 또한 영적인 차원을 포괄하며 새로운 복잡성과 공동체를 찾아 떠나는 사고의 여정 말입니다.
‘언매핑 유라시아’는 카스코 아트 인스터튜트에서 시발하여 여러 파트너와 더불어 장기간 지속되는 초지역 문화 프로젝트입니다. 유라시아를 가로지는 물리적인 움직임과 더불어서 유라시아 내의 여러 다른 운동들, 기관, 기반시설, 자원, 문화 등에 대한 연구과 예측들을 나눌 것입니다. 이러한 매 움직임에 따라 예술작품이나 지도, 글 등을 만들어가고 유라시아 내의 기존의 지도를 알아가면서 또한 지워하고, 그리고 새로운 여행법을 익히고 공유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전세계적으로 ‘보장’ 할 것이 없는 시대를 살고 있다. 지난 몇 십년 동안 세계화를 둘러싼 치열하고 양가적인 담론이 점차 진정되는가 하면, 포퓰리스트한 내셔널리즘과 탈식민화 과정이 대치하고, 다른 형태의 근본주의가 출현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보편화 되는’ 인공 지능과 같은 기술적 발전이 후기 자본주의의 오점을 보완하고 극복해 나갈 것이라 낙관하는가 하면 어떤 이들은 전 지구적 생태계의 위기에 직면하여 지역 중심의 자발적 탈성장주의를 주창한다. 미래와 현재 사이, 이러한 혼잡한 좌표 위에서, “언매핑 유라시아”는 예술가와 연구자들과 함께 새로운 정신적, 미학적, 정치적 방향을 위한 방안으로 유라시아에 대한 여정을 선택한다. 근대의 지도제작이 제국의 확장과 인위적 국경을 기술하는 데 쓰였다면, 구글 어쓰로 대표되는 새로운 ‘경계 없는’ 디지털 영역은 실상 자본주의적 가치를 위해 감시되고 추출되고 있다. “언매핑 유라시아”는 이러한 자본과 제국 혹은 국가적 차원에서 유지되고 사용되는 정치적이고 문화적인 지도법을 풀어헤치면서 단순히 경제 정치, 지리적 차원이 아니라, 역사적, 지질적, 영적인 차원에서의 다발적이고 다중적인 움직임과 그 흔적과 경로 그리기를 시도한다. 가령, 한국의 ‘신 북방/남방 정책’, 중국의 신 실크로드 전략 구상인 ‘일대일로’, 러시아의 ‘유라시아니즘’, 요셉 보이스와 백남준의 ‘유라시안 에코즈’와 같은 주목할 만한 예시를 포함하여 유라시아를 가로지르는 새로운 연결을 만들어볼 것이다. 이렇게 하면서, 이미 존재하는 나라의 경계 뿐만 아니라, 길, 산, 스텝 지대, 툰드라, 바다 등을 따르는 새로운 기반시설과 여정을 상상하는 것은 이러한 프로젝트들의 맹점과 맞물리게 한다.
‘유라시안 스텝스’는 ‘언매핑 유라시아’의 첫 번째 움직임이다. 이 첫 움직임의 이름은 유라시아의 심장으로 알려져 있는 중앙아시아의 대 평원 스텝 지대(steppe)를 연상하면서 동시에 유라시아를 가로지르는 여정의 첫 걸음을 지칭한다. 그 첫 걸음은 유라시아 서쪽의 한 끝지점으로서의 암스테르담을 출발하여 유라시아의 게이트웨이로 알려진 아테네를 경유하여 서울로 움직이는 여정이다. 신체적인 움직임을 포함하지만 무엇보다 사고와 상상의 여정으로, 암스테르담-아테네-서울의 이동을 우리는 서울의 한 복판 동대문 근저의 백남준 기념관에서 서촌으로의 이동을 통해 마주할 것이다. 우리는 이를 하루에 걸친 ‘움직이는 전시’라 지칭한다.
[유라시안 스텝스 움직이는 전시]
서울에서의 유라시안 스텝스는 하루에 걸친 움직이는 전시로 펼쳐져서 대중들을 초대하여 함께 연구하고 역사적, 지리학적, 정치적, 경제적, 우주의, 영적인 차원을 가로질러서 다른 유라시아의 경로를 상상할 수 있도록 한다. 고정적인 전시나 심포지엄이 아닌, ‘유라시안 스텝스’는 서울의 도시 중심에서 걷고, 이야기하고, 서로 배우는 집단적인 여정이 될 것이다. 여기에서 ‘원족’은 예술가와 연구자들에 의해서 유라시아를 구성하는 것을 둘러싼 기술과 다양한 위치들을 선보이기 위한 기본적인 이동 방법으로 사용될 것이다. ‘원족’은 옛 단어로 ‘소풍’이나 ‘장거리 도보’를 뜻하며 문자 그대로 걸어서 먼 곳을 간다는 뜻이기도 하다. 글로벌 정보 고속도로를 상상했던 백남준(1932-2006)은 그가 서울에서의 학창 시절 즐겨했던 원족으로 종종 떠올렸다고 한다. 그런 그가 독일의 작가 요셉 보이스와 더불어 유라시아에 대한 상상을 독려한 것은 특기할 일이다. 우리가 서울에서의 ‘유라시안 스텝스’ 혹은 원족을 백남준 기념관에서 시작하는 이유이다.
백남준 기념관에서 우리는 한국 연구자이자 큐레이터인 김남수, 그리고 두 명의 ‘언매핑 유라시아’의 큐레이터 최빛나와 요우미는 백남준과 요셉 보이스의 유라시안 프로젝트를 소환할 것이다. 여기에 백남준과 요셉 보이즈와 같은 전후 시대를 살았던 네덜란드-수리남계 작가 스탠리 브라운(1935-2017)의 ‘이동법’을 끼어들게 한다. 동시대인으로서 브라운 역시 기존의 문화적 정치적 구별을 넘어선 세계를 상상했다. 하지만 선진 기술 실험을 낙관하고 적극 활용했던 백남준 그리고 스스로를 샤먼으로 표상하며서 공공적 페르소나를 이용했던 보이스와는 다르게, 스탠리 브라운의 이동법과 위치 지우기는 그의 신체와 몸, 그리고 지극한 프라이버시의 보호, 그리고 시적 언어 사용에 기반한다.
기념관을 출발하면 우리는 서촌을 향해 이동할 것이다. 이 전시는 여정 중에 절, 미술관, 상업공간, 공원과 같은 공간에 멈추어 설 것이다. 각각의 정거장 마다 혹은 가는 길에서 참여 예술가와 연구자들이 유라시아 지도 그리기 혹은 지우기를 위한 개념적이고 미적인 방법론을 공유할 것이다. 가령, 발표자중 네덜란드 작가 마르욜레인 데이크만은 이미 존재하는 지도제작을 해체하고 다른 행성의 좌표와 이동을 인식하는 그녀의 활동에 초점을 맞출 것이며, 또다른 네덜란드 작가인 휌커 헤레흐라벤은 데이크만과 글로벌 네트워크의 물질적인 기반을 밝혀 내면서 지리 이전의 지질학적 층위의 유라시아를 그려내도록 할 것이다. 러시아 작가인 안톤 카르마노브의 집단의 행렬을 촉발시킨 구성주의에 민족의 신화적 종교적 메타포와 공연의 참가의 형태로 존재하는 철학을 결합할 것이다. 또한 슬라브스와 타타르는 그들이 베를린 장벽의 동편부터 만리장성의 서편에 이르기 까지의 지역이라고 정의하는 유라시아의 개념적인 역사, 언어, 정치에 따른 여러 궤도를 따라 비서구적 근대성 소개하며 한국의 건축가이자 전통적인 목수인 조전환은 유라시아를 짜여진 신경학적이고 생태학적인 관점에서 접근, 즉 유라시아를 ‘숲’의 관점에서 바라보도록 할 것이다.
서울 이전의 유라시안 스텝스
[유라시안 스텝스 로밍 어셈블리]
·일시: 2018년 6월 3일, 13:30─18:00
·장소: 아테네 스테이트 오브 컨셉
아테네의 유라시안 스텝스는 유라시아의 ‘관문’으로 스스로를 위치하는 아테네에서 유라시아의 영토가 아닌 경로를 열어 낼 여러 지점들을 소개하고 연결하기 위한 사유, 움직임의 방식을 탐구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가령, 뉴욕을 기반으로 한 한국 작가인 김성환은 19세기 말 그리고 20세기 초 한국 이민자들의 이동 경로를 쫓으며 어떻게 경제적이고 정치적인 동기들, 지질적 조건 그리고 우발적 사건들이 그들의 경로를 결정지었는지를 살펴볼 것이다. 러시아의 지질학자 니콜라이 스미르노프 그리고 언매핑 유라시아의 현 큐레이터인 최빛나와 유미는 러시아의 유라시아니즘부터 한국의 신 북방/남방 정책,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의 경로를 따르면서 지구와 지질, 그리고 정신, 영적 차원에서의 유라시안 경로를 대입시킨다. 특히 우리는 중국의 야망 가득한 유라시안 계획의 결과로 나타난 아테네서의 사회 기반 시설 개발에 대한 그리스와 중국의 공동작업에 주목하면서 (엘리제 르클뤼의) ‘더 느린 실크로드’의 이미지를 구성해 보고자 한다.
[유라시안 스텝스 암스테르담에서 온 편지]
·일시: 2018년 6월 중
·장소: 온라인(카스코에서 이메일로 발송)
암스테르담으로부터 온 상상의 편지가 유라시안 스텝스를 시작할 것이다. 이는 다양한 시공간, 지정학적이고 지질철학적인 주제, 그리고 계속 진행 중인 유라시아의 매핑, 리매핑, 언매핑을 이끄는 참여 방식을 함께 엮을 것이다. 개념적인 텍스트를 넘어서, 이 편지는 유라시안 생각으로부터의 촉감과 감수성을 아우르는 글이 될 것이다.
언매핑 유라시아는 최빛나Binna Choi (큐레이터, 카스코 디렉터), 유 미You Mi (큐레이터, 쾰른매체예술대학 교수)에 의해서 구조화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