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SeMA 개관30주년 기념전 《디지털 프롬나드》
서울시립미술관 소장품(30점)과 디지털미디어 뉴커미션(10점)의 만남, 그 새로운 해석․몰입․참여
전시명 / SeMA 개관30주년 기념전 디지털 프롬나드
전시기간 2018. 6. 12.(화)~8. 15.(수)
※개막행사 : 6. 14.(목) 오후5시
전시연계행사 학술심포지엄 2018.7.10.(화) 세마홀
전시장소 서소문본관 2-3층
전시부분 평면, 설치, 영상, 뉴미디어
참여작가
(소장품) 김환기, 유영국, 장욱진, 최영림, 박생광, 김종학, 박노수, 이대원, 천경자, 최욱경, 김호득, 정서영, 이불, 김수자 등 (30명)
(뉴커미션) Sasa[44], 권하윤, 김웅용, 박기진, 배윤환, 이예승, 일상의실천, 조영각, 조익정, 최수정 (10명)
주최 서울시립미술관, 한국콘텐츠진흥원
● 서울시립미술관 개관 30주년을 맞이하여 미술관을 대표하는 소장품을 통해 미술, 그리고 미술관이 지나온 역사를 반추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짚어보는 전시로서, 관람객이 서울시립미술관의 서소문본관 2-3층의 전시장과 계단, 복도를 산책(프롬나드)하듯 거닐면서 전시에 참여해보는 기회
● 김환기, 유영국, 장욱진, 천경자, 박생광, 김수자, 이불 등 한국 현대 미술사의 주요한 작가들의 작품을 소장한 서울시립미술관의 4700여 소장품 중에서 자연과 산책을 키워드로 선정한 소장품 30점
● 디지털 테크놀로지를 활용해서 미술과 미술관, 그리고 소장품에 대한 재해석을 보여주는 10점의 뉴커미션 작업들은 드로잉, 퍼포먼스, 영상과 같은 전통적 매체부터 음성인식, A.I 딥러닝, 로보네틱스, 위치기반 영상 ‧ 사운드 인터랙션, 프로젝션 맵핑 등 최신 테크놀로지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을 담고 있으며, 이는 동시대 미디어 아트의 현주소를 반영함
● 공동 주최기관인 한국콘텐츠진흥원은 디지털 테크놀로지를 통해 새롭게 해석되는 문화예술 분야의 신진작가 발굴을 위해 뉴커미션 부문 10점의 전시작품의 디지털 구현을 지원함
전시개요
서울시립미술관은 개관30주년을 맞이하여 《디지털 프롬나드》展를 선보인다. 1988년 경희궁 구(舊)서울고등학교 터에서 시작한 서울시립미술관은 올해로 30년이 되었다. 2002년 구대법원터에 건축물 전면부를 보존하여 지금의 서소문 본관을 신축하였고 2004년 남서울미술관 분관, 2013년 북서울미술관 분관 등을 차례로 개관했다.
《디지털 프롬나드》展은 먼저 미술관 소장품 4천700여점 중에서 ‘자연과 산책’을 키워드로 30점을 선별하고, 디지털 미디어를 활용하는 젊은 작가들의 뉴커미션 작업 10점을 한자리에서 보여줌으로써 미술/미술관과 소장품에 대한 새로운 해석, 몰입, 참여를 이끌어내는 전시이다. 우리 사회는 지금 제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뇌과학과 신생물학(neo-biology)의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시대의 급속한 변화의 한 가운데에 서 있다. 이번 전시는 역설적이게도 작품과 창작, 그리고 예술가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질문부터 시작한다. 작품이라는 것은 어떻게 사회를 표상해왔는지, 예술가들은 어떻게 매체를 다루고 작품을 창작하는지, 예술을 창작한다는 것은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와 같은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1961년부터 2017년 사이에 제작된 선별된 소장품 30점을 통해 찾아보고자 했다.
전시의 질문은 10명의 뉴커미션 작가들의 신작 작품들을 통해 이어진다. 경험이 고도화되는 디지털 환경 속에서 자연을 산책하는 것과 같은 인간의 실존적 경험이 어떻게 변화해갈 것인가, 미술은 이러한 시각적 표상과 경험들을 어떻게 예술적으로 해석하고, 작품으로 끌어들이며, 반성적으로 성찰할 것인가, 다가오는 미래에도 인간은 여전히 예술을 창작할 수 있는가. 이 시대 젊은 작가들은 기술의 발전에 따른 예술의 변화에 대한 기대와 두려움, 그리고 또 다른 해석과 재매개의 과정을 거치면서 과거 속에서 미래를 발견하기도 하며, 미래가 이미 현재에 도래해있음을 깨닫기도 한다. 이번 전시는 드로잉, 퍼포먼스, 영상과 같은 전통적 매체부터 음성인식, A.I 딥러닝, 로보네틱스, 위치기반 영상 ‧ 사운드 인터랙션, 프로젝션 맵핑 등 최신 테크놀로지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을 한자리에 보여줌으로써 미디어아트의 현주소를 반영한다. 또한 인터넷 기반의 디지털 네트워크나 소셜 미디어의 광범위한 시각적 영향 아래 비물질화, 분절화, 정보화, 자동화 등의 시각 언어의 변화도 이번 전시에서 확인할 수 있다.
《디지털 프롬나드》展의 ‘프롬나드(promenade)’는 ‘산책’이라는 뜻을 가진 불어다. 이 전시는 관람객들이 서소문본관 2층과 3층의 3개의 전시장과 계단, 그리고 복도로 이어지는 미술관과 작품, 그리고 그 작품이 담고 있는 과거와 현재, 미래 속으로 산책하기를 제안한다. 전시는 모두 4개의 섹션으로 이루어져있지만 각 섹션은 작품에서 가져온 해시태그(#)의 키워드들로 제시된다. 관람객 각자가 자신만의 인덱스를 구성하면서 자유로운 동선과 고유의 해석을 통해서 적극적으로 함께하기를 바란다. 이것은 작품이 표상해냈던 그 시대의 마음과 온도의 변화들을 느껴볼 수 있는 기회이자 관람객이 미래의 산책자가 되어 전시에 함께 참여하기를 제안하는 것이다.
소장품 30 작품
1. 박생광, 무속(1985)
13. 이성자, 무제(1960년대)
18. 김환기, Untitiled_15-VII-69#90(1969)
26. 박노수, 수렵도(1961)
28. 박서보, 묘법No.991009(1999)
뉴커미션 10 작품
박기진, <공>, 미디어 설치, 혼합재료, 앱, 앱서버, 260x260x260cm, 2018, 프로그래밍: 김아욱
박기진은 여행이나 일상 속의 실제 경험과 상상력으로 엮어낸 허구가 뒤섞인 스토리를 만들고 그 스토리를 구성하는 각 요소들-배경, 장치, 인물, 사건과 상황들-을 대형 설치작업으로 펼쳐낸다. 그는 영상이나 센서와 같은 미디어 요소들을 결합해서 실제와 허구가 혼합된 현실을 은유하는 에세이-장치를 고안해왔다.
신작 <공>은 지름 2.5미터의 비정형 구형이며, 구형 내부에는 대형 스피커와 우퍼로 이루어진 사운드시스템, 땀처럼 흘러내리게 하는 수증기 분사시스템, 무소음 모터와 유압기를 이용한 진동시스템, 그리고 참여 관람객들의 개인 휴대전화로 수집된 사운드를 수집가공해서 중계하는 IT시스템이 내장되어 있다. 이 복잡하고 불안정한 시스템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구형을 통해 박기진은 캐빈 캘리의 ‘통제 불능(Out of Control)’에서 말하는 ‘태어난 것들과 만들어진 것들의 결합’에 대한 예술적 상상을 시각화시킨다. 그에게 예술 작품이라는 것이 ‘하나의 사물’(object)로 존재하고, 이 하나의 사물을 복잡한 시스템으로 얽힌 거대한 구형으로 의인화하는 과정을 통해 박기진은 이 시대 예술작품이라는 정의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수집된 참여자들의 사운드는 이 거대한 구형에 내장된 사운드-진동-액체의 복합적인 시스템을 통해 전혀 새로운 어떤 것으로 만들어지게 된다.
Sasa[44], <18개의 작품 18명의 사람, 18개의 이야기와 58년>,
미디어 설치, 모니터, 헤드셋, 시트지, 가변크기, 2018, 그래픽 디자인: 슬기와민
Sasa[44]는 설치, 출판, 사진, 퍼포먼스 등 다양한 매체로 작업하면서 '같은 아이디어가 어떻게 다른 외형의 결과로 귀결될 수 있는가'하는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왔다. 만화책, 신문, 위키피디아 등에서 수집과 조사를 거쳐 가공한 정보들을 데이터베이스화 하거나 메타-서사를 교차/조합하는 작업을 선보여 왔다.
신작 <18개의 작품, 18명의 사람, 18개의 이야기와 58년>은 사람과 작품의 이야기, 사람과 사람의 만남, 작품과 역사의 관계, 이야기의 역사성 등을 질문하며, SeMA 미술관과 30년 동안 다양한 접점을 이루는 작품, 사람, 이야기와 역사에 대해 질문하며 시작된 작품이다. 작가는 미술관의 소장품이 몇 개의 층위에서 몇 개의 방법으로, 몇 명과 관계를 맺으며 만들어지고, 관객은 이 소장품을 어떻게 바라볼 수 있을까를 고민하면서, 관람객 각자가 역사의 프롬나드를 통해 산책하기를 제안한다. 작가는 선별된 소장품 30점 목록으로 작품의 제목과 제작년도를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에서 키워드 검색하여 동일한 년도와 단어로 이야기를 찾았다. 검색이 불가능한 단어를 제외하고 18명의 작가의 작품으로 최종 선택된 18개의 뉴스를 각 작품 제작년도에 태어난 관객을 섭외, 기사를 낭독하고 녹음하여 전시장에 설치하고 낭독한 관객과 해당 작품을 함께 사진 촬영하여 전시한다. 또한 전시장 입구에는 디자이너 슬기와 민과 협업하여 제작한 데이터 그래픽을 벽면에 설치한다.
배윤환,<스튜디오 B로 가는 길>,뉴미디어,싱글채널 HD 비디오, 15분,400x300cm(가변크기), 2018
배윤환은 인터넷에 떠도는 이미지, 미술사 속 고전 명화, 영화 속 시퀀스 등의 다양한 이미지에서 촉발된 이야기들을 만들어낸다. 산발적이고 일화적인 일상에서 시작해서 끝없이 이어지는 이야기들은 초대형 3면화/2면화라는 전통적인 회화의 방식을 차용하되, 만화책이나 카툰이라는 인접 장르, 캔버스 대신 합판이나 장판과 같은 소재를 믹스 매치함으로써 전통적인 회화의 클리세를 비껴나간다.
신작 <스튜디오 B로 가는 길>은 배윤환이 직접 쓴 단편소설 「오두막」을 모티브로 그림 한 장, 오브제 하나까지 모두 직접 그리고 만들어서 완성한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작품이다. ‘작가의 머릿속에서 하나의 작품은 어떻게 만들어질까’라는 단순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했지만 실제 애니메이션의 전개는 창작의 과정만큼이나 복잡하고 불안정하며 쉼 없이 변한다. 작가가 빚어놓은 ‘마음 덩어리’들이 놓여있는 작업실은 애니메이션 속에서 도박장, 지옥, 수련장, 놀이터, 동굴과 같이 그 모습을 바꾸고, 새로운 작업실을 향해 가는 여행(모험) 속에서 벌어지는 생성, 실패, 실망, 환희, 좌절, 도달, 종결, 시작과 같은 종잡을 수 없는 일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겨난다. 바로 이것이 새로운 작업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이며,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마음의 덩어리들의 생성과 이동에 대한 기록이다.
일상의실천, <Poster Generator 1962-2018>, 인터랙티브 미디어 설치
, 터치스크린, 프로젝터, PC, 사운드, 600x440cm(가변크기), 2018
‘일상의실천’이라는 스튜디오의 이름 그대로 현실에서 디자인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며,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고민하는 공동체를 지향한다. 디자인적 실천이 어떻게 우리의 일상을 바꾸어낼 수 있는가에 관심을 가지고 노동 잡지 『워커스(Workers)』, 난민문제, 세월호, 촛불집회 등 실천의 현장에서 디자인적 참여의 방식을 함께 해왔다.
신작 <Poster Generator 1962-2018>은 선정된 소장품들을 관람객들이 참여해서 새로운 포스터로 만들어내는 과정을 제공하는데, 소장품과 관람객이 만나서 재해석되며 새로운 작업으로 탄생하게 하는 과정 전체를 디자인한다. 이것은 하나의 디자인 작업이 완성되는 과정을 은유하는 ‘디자인 스튜디오’이자 공간 전체가 참여자의 행위에 따라 시시각각 변화하는 캔버스다. 큐레이터 혹은 평론가의 관점으로 기술된 소장품에 대한 작품해설 중에서 작품의 색채, 구조, 표현기법 등을 카테고리화 하여 키워드를 도출하고, 각 키워드를 반영할 수 있는 이미지변환 필터를 적용함으로써 참여하는 관람객들 각자가 예측 불가능한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공간이다. 이 새로운 변환의 과정에서 참여자들의 대화가 음성 인식 시스템을 통해 시각화되어 공간 속에 텍스트로 표현된다. 이미지가 특정 단어(요구)에 의해 변환되고 대화의 내용이 텍스트(의사소통, 타이포그래피)로 표현되는 공감각적인 공간을 구현해낸다. 여기서 포스터(poster)는 텍스트를 이미지화 시키는 과정을 공유하는 매개체이자 관람객 각자의 내적 심상을 대표하는 각자의 포스터이며, ‘포스트 제너레이터(post generator)’와의 언어유희를 통해 AI시대 디자인의 존재 방식에 대한 질문까지 담아낸다.
최수정, <불, 얼음 그리고 침묵>, 미디어 설치, 시멘트에 복합매체, LED 필름디스플레이 260x260x400cm, 2018
최수정은 회화를 기반으로 설치나 오브제와 같은 매체를 결합시켜왔다. 캔버스이라는 전통적 회화의 조건(평면성)과 그것을 넘어서기 위한 메타-회화적 방식들을 고민함으로써 캔버스 자체가 하나의 물리적인 오브제로 설정하는 확장을 통해 공간과 회화, 그리고 내러티브와 그 내러티브를 작동시키는 이미지의 사이를 탐색해왔다.
신작 <불, 얼음 그리고 침묵>은 나르키소스와 에코의 그리스 신화를 모티브로 접촉과 부재, 시각기계와 청각기계, 매체와 정보, 기억과 죽음, 0과 1, 생성과 소멸 등과 같이 ‘불과 얼음’처럼 서로 상반되는 대립쌍들의 변주를 가져온다. 최수정은 그리스 신화를 현대의 매체 환경에 대입함으로써 정보의 유한성, 인간의 기억과 죽음의 문제, 인공기억의 삭제 가능성, 그 모든 과정에서 존재하는 변이, 오류, 돌발, 왜곡, 간섭 그리고 잡음을 문명과 자연의 쓰레기장, 소멸과 생성의 중간지대이자 잡음과 침묵이 오가는 유적지-패총(선사시대의 쓰레기장, 조개 무덤)으로 만들어낸다. 점멸하는 눈의 빛(시각기계-나르키소스)과 목소리(청각기계-에코)가 동시에 접촉하는 표면은 화석을 연상시키는 조개들과 오랜 역사의 매체들이 파편적으로 섞인 소음으로 가득 찬 퇴적된 조개무덤이다. 회화를 주매체로 사용하는 작가가 새로운 디지털 미디어에 대한 비판적 성찰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김웅용, <데모>, 뉴미디어, 3채널 HD 비디오, 15분, 1500x500cm(가변크기), 2018
김웅용은 고전영화, 뉴스 등에서 가져온 파운드 푸티지나 사운드를 자신이 연출한 영상과 조합, 편집함으로써 보이는 세계 저편의 이야기들을 직조해내는 영상작업을 선보였다. 특히 사운드, 커트, 색채, 시퀀스, 오브제 등의 요소들을 분해해서 과감한 콜라쥬 재배치를 통해 기묘한 서사를 시각화한다.
신작 <데모>는 3채널 영상으로 2명의 게이머가 1인칭 시점의FPS(First-Person Shooter) 데모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하기 위해 접속해서 1970년대 초 일본 적군파의 활동과 그들의 하이재킹 미션을 구현/실패하는 과정을 담은 영상 작품이다. 적군파 멤버들은 세계혁명과 단일하며 평등한 세계를 구현하겠다는 목표로 당시 북한에 가서 혁명 군사훈련을 받고자 했다. 그들이 장난감 총을 소지하여 비행기를 탈취하고 김포공한 관제탑에서의 교신교란을 통해 북한이 아닌 남한 김포공항에 착륙했던 당시 뉴스를 교차 편집한다. 가상성과 산화를 통한 낭만적 신체를 동경한 모순적 존재인 적군파의 세계관이 인터넷이라는 네트워크를 통해 접속하고 공간 시뮬레이션 데모 게임 속에서 되살아나게 된다. 뉴스릴 속 남아있는 과거의 사건과 2018년 현실의 공항, 게임 속 시뮬레이션 공간. 그리고 3D그래픽의 중층적 교집합은 과거의 적군파 활동과 FPS게임의 전개 과정을 유영하는 몸과 파편화된 몸, 그리고 몸의 변환으로 이어진다. 작가는 마우스나 터치스크린을 누르는 반복적이고도 하찮은 손가락의 움직임이 결국 버튼을 누르거나 방아쇠를 당기는 결정적 움직임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그리고 마침내 이 오픈소스 프로그램은 시한폭탄처럼 시간이 지나면 파기된다.
조영각, <깊은 숨>, 인터랙티브 미디어 설치, PC, 산업용 로봇팔(KUKA KR AGILUS), 프로젝터,
웹캠, 강철프레임, 채이너 패스트 뉴트럴 네트워크 라이브러리, 600x300cm(가변크기), 2018
조영각은 기계와 시스템의 작용 속에서 산출되는 새로운 경험과 디지털 감수성을 인터랙티브 미디어로 선보여 왔다. 다양한 사회적 기술적 이슈에 대해 시스템 안과 밖에서 위치하는 다양한 요소들을 최신의 디지털 테크놀로지를 결합하여 탐색한다.
신작 <깊은 숨>는 인공지능 딥러닝, 로보네틱스, 빅데이터 등 최신의 첨단 기술의 요소들을 예술 작품(선별된 시립미술관 소장품) 속으로 끌어들여 다가오는 미래에 인간과 사회, 기계 사이의 맺어지는 새로운 관계항을 실험하는 작품이다. 작품은 크게 소장품의 인공지능 학습, 빅데이터의 입력에 의한 로봇암 퍼포밍, 관람객의 비디오 이미지 인터랙션이라는 3가지 최신의 기술적 요소가 하나로 결합하면서 전면 5미터 크기의 영상으로 투사된다. 시립미술관 소장품은 인공지능 딥러닝 중 Chainer fast neural network algorithm이라는 이미지 학습 프로그램으로 색채와 패턴 등의 요소에 따라 이미지가 학습되어 새로운 이미지가 생성되고, 전시장의 로봇암에 부착된 카메라를 통해 수집되는 관람객의 비디오 인터랙션과 이미 입력된 빅데이터와의 결합과 같은 첨단 테크놀로지의 결합을 통해 작가는 우리 앞에 펼쳐진 거대하고 촘촘한 시스템 속에서 인간과 기계 사이의 그 어딘가에 새로운 생산자의 발현을 끊임없이 실험하고 있다.
조익정, <올드 스폿>, 비디오 퍼포먼스, 3채널 HD 비디오, 18분 30초, 400x500cm(가변크기), 2018
조익정은 개인이 체감하는 정서와 균열, 갈등 상황들을 이야기를 덧입힌 ‘극’으로 제작하고 인물이 주체가 되는 퍼포먼스 공연이나 그 과정을 촬영, 편집한 비디오 작업으로 선보여 왔다. 사용된 소품과 무대는 자신의 만들어낸 극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제작한다.
신작 <올드 스폿>은 조익정이 2016년부터 진행해 온 작업 <올드 스폿>의 연장선에 있되 새로운 3채널 퍼포먼스 영상으로 제작되었다. 작가는 설명한다. “지킬 가치가 있는 것, 버리고 싶은데, 갖고 있어야 하는 이유가 있는 것, 내 의지와 무관하게 나와 엮여서 생의 한 부분을 함께 해야 하는 것, 짐스러운 것. 이런 사물을 갖고 있을 때 나는 그 사물을 어떻게 대하는가. 언제까지 내 책임 하에 관리할 것인가.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은 어떤 것들이 있나. <올드 스폿>은 사물의 보존에 대한 복잡하고 애매한 입장을 담아냈다. 영상에는 국가 혹은 기관의 차원에서 보호 중인 박물관의 유물과 미술관의 소장품 그리고, 개인이 간직하고 있는 유품과 먼 곳으로 떠나는 친구가 주고 간 옷 등 가지각색의 이유로 보존중인 사물들이 하나씩 등장한다. 사물의 보존을 둘러싼 이야기는 오래 묵은 감정, 오래 끌고 온 관계 등에 대한 이야기로 확장될 수 있고, 관객들은 자신의 경험에 빗대어 서로 다른 추측과 해석을 할 수 있다” 조익정의 작업은 끊임없이 공적인 보존(미술관 소장품)과 사적인 간직(개인적인 사물/관계) 사이를 오가며 질문한다.
이예승, <중간 공간>, 인터랙티브 미디어 설치,프로젝션 맵핑, 500x500cm(가변크기), 2018
이예승은 영상, 오브제, 사운드 등 다양한 매체를 이용하여 작업한다.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혼동하게 하는 거대한 미디어 설치 작업을 통해 동시대를 바라보는 인간의 인지 방식과 미디어 환경 속에서의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다양한 사회적 현상들에 대하여 질문을 던지는 작업을 선보여 왔다.
신작 <중간 공간>은 평면과 입체, 물질과 비물질, 있음과 없음, 디지털과 아날로그, 시간과 공간, 주체와 객체 사이의 중간 공간을 탐색하는 인터랙티브 미디어 설치 작품이다. 산점투시나 삼원법과 같은 동양화의 전통적 조형 원리가 동시대 미디어 환경과 어떻게 맞닿아 있으며 이를 새롭게 읽어낼 수 있는 가능성을 탐색한다. 서양적인 원근법과는 달리 동양적 산수화는 여러 시점에서 바라본 풍경을 한 화면 속에서 시점이 이동되면서 다층적으로 중첩되어 표현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이는 동시 다접속, 주체와 객체 사이의 경계의 모호성, 데이터의 자유로운 조작과 압축 등과 같은 최신 인터넷 네트워크나 데이터의 특성과 연결된다. 이 작품은 산수화의 필치, 준법, 제관과 같은 동양화 형식들을 차용해서 전통적 산수의 풍경을 미디어 조각으로 분절해낸다. 자연합일의 통합적이고 이상적 자연이라는 고정관념과 달리 전통적 동양화에서 자연을 인식하는 방식은 때로는 파편적이고 산발적인 동시에 그 모두를 아우르며 총체적이 되는 상반성을 가진다. 관람객은 작가가 새롭게 환기시킨 동양적 자연 개념을 미디어 설치의 인터랙티브 속에서감각적으로 조우하게 된다.
권하윤, <그 곳에 다다르면>, 인터랙티브 미디어 설치, 키넥트 센서, 컴퓨터, 3채널 프로젝션,
사운드, 1500x500cm(가변크기), 2018, 사운드 디자인 : Pierre DESPRATS
권하윤은 정체성, 이주, 지정학적 이슈 등의 사회적 의제를 VR, 3D애니메이션, 단편 필름 등의 매체를 이용하여 암시적이고 우회적으로 시각화한다. 특히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 가상의 공간과 접속하는 낯선 경험과 상상을 펼쳐내면서 관람객들로 하여금 객관적 진술과 허구적 해석 사이의 경계를 넘나들게 한다.
신작 <그 곳에 다다르면>은 석철주의 <신몽유도원도>(2009)와 안견의 <몽유도원도>(1447)을 모티브로 하여 위치 센서를 이용해서 관람객의 위치에 따라 영상 프로젝션과 사운드가 실시간 반응하는 디지털 인터랙티브 설치작품이다. 안평대군이 어느 날 무릉도원을 거니는 꿈을 꾸고 난 후 자신이 꿈에서 풍경을 화가 안견에게 그리게 한 것에서 시작된 몽유도원도의 풍경, 이 오래된 이야기 속 풍경은 석철주의 <신몽유도원도>와 겹쳐지면서 다다를 수 없는 이상향의 공간, 임시적이고 불확실한 상상을 거닐 수 있는 실제의 공간으로 전시장에 펼쳐낸다. 가로 5미터 세로 15미터로 길게 이어진 전시 공간을 따라 산책하면 겹쳐진 산봉우리와 골짜기들이 관람객이 다가서고 멀어지는 동선에 따라 만들어지고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석철주가 <신몽유도원도>를 통해 물감과 맹물을 번갈아 사용하면서 누구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마음의 산을 지워나가면서 그렸듯이, 권하윤이 만드는 디지털 풍경 역시 0과 1의 점멸 속에서 다다를 수 없는 곳을 향해 다가서는 임시적이고 일시적인 행위로서의 예술을 상기시키고, 그 산책에 우리가 동참하기를 제안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