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7-07 ~ 2018-10-07
류텐 폴 로젠블럼, 김미경, 아만다 마찬드, 앨리사 후지타 가루이, 훈리
031-798-2581
존재는 언제나 시간과 공간의 선이 만나는 한 지점에 놓입니다. 스쳐 지나가는 현재가 켜켜이 쌓여 과거가 되고 아직 오지 않은 미래는 생각을 지배하며 삶을 무겁게 합니다. 하지만 온 존재를 다해 집중해야 할 참된 삶의 의미는 지금 이곳에 있습니다. 현재는 시공간이 만든 한 편의 완결된 생의 ‘시 詩’와 같기 때문입니다.
류텐 폴 로젠블럼 Ryuten Paul Rosenblum, 김미경 Mikyung Kim, 아만다 마찬드 Amanda Marchand, 앨리사 후지타 가루이 Alyssa Fujita Karoui, 훈리 Hoon Lee 다섯 명의 작가는 순수하게 바라보는 행위를 통해 삶을 섬세하게 포착하여 자신만의 시로 정화합니다. 구도자이자 사진가인 류텐 폴 로젠블럼은 시간의 켜가 쌓인 사찰 벽을 고요하게 응시하며 사진으로 생을 성찰하고, 김미경은 세상과 마주하며 쌓은 직관을 사각 캔버스에 한 겹씩 쌓아가며 삶의 시간을 정화하는 과정을 드러냅니다. 아만다 마찬드는 핀란드 겨울 풍경의 미묘하고 섬세한 빛의 변화에 주목하며, 관찰자로서 사진을 통해 생을 깊이 바라보고 체험합니다. 앨리사 후지타 가루이에게 사진이란 일상을 섬세하게 돌아보며 이름 없는 작은 풍경에 의미를 부여하는 따뜻한 의식과도 같습니다. 훈리는 사람들의 시선에서 놓치고 버려진 길 위의 하찮은 대상을 사진을 통해 빛 가운데 공평하게 드러내며 이를 다시 종이 위에 그립니다. 이들의 작업에는 현재에 몰입하는 감각과 직관의 정화 과정을 통해 얻어지는 지혜와 영감이 담겨있습니다.
다섯 작가는 각자의 고유한 언어를 구상과 추상의 형식으로, 사진과 회화, 또는 드로잉으로 순간과 영원의 경계를 지워냅니다. 현존하는 이들의 명료한 시선은, 빠르게 내달리는 현대인에게 잠시 멈추어 서서 지금 이곳에 고요히, 또 온전히 존재할 것을 제안합니다. 하나의 마음이 존재하는 여기, 이 공간으로 지금 그대로의 당신을 초대합니다.
강민정_닻미술관 학예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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