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정도 천년·2018광주비엔날레기념
천년의 하늘, 천년의 땅
2018-07-06 ~ 2018-11-11
광주시립미술관
전 시 명 : 천년의 하늘, 천년의 땅
전시기간 : 2018. 7. 6.~11.11
장 소 : 광주시립미술관 제1,2전시실
참여작가 : 마종일, 박경식, 박종석, 송필용, 신창운, 오상조, 오윤석, 유휴열, 정정주, 조광익, 조재호, 허달재, 홍범
주 최 : 광주시립미술관
“천년의 하늘, 천년의 땅”은 전라도 천년 역사의 줄기를 상징적 주제로 구분하여 <발아하는 땅>, <의기의 땅>, <인문의 땅>, <예향의 땅>의 총 4개 섹션으로 나누었으며, 허달재, 유휴열, 박종석, 조광익을 비롯 원로작가에서부터 청년작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가 층의 중량감 있는 작가 13명이 참여하고 있다.
발아하는 땅(마종일, 신창운)
전통과 개성이 뚜렷한 전라도의 천년 문화가 개화할 수 있었던 첫 번째 조건으로 학자들은 서남해안의 온난한 바다와 드넓은 평야가 이어진 천혜의 자연환경을 꼽는다. 사람 살기에 풍족한 터전은 땅 위의 생명들을 자연스레 낙천적이고 개방적인 기질로 만들어갔다. 더불어 이 땅은 강줄기가 모여진 바다처럼 외부에서 유입되는 문화를 배척하지 않고 포용케 하면서 ‘서로 다름’을 갯바람에 절이고 곰삭혀 전라도만의 멋으로 싹트게 했다.
마종일_그대, 풍요로운 땅에 서있는 당신이여, 대나무, 페인트, 로프, 가변설치, 2018
신창운, 내 땅에서_In my territory, gold dust, mud dust, acrylic on canvas, 291×218.2cm, 2002
마종일이 개방감이 큰 미술관 로비에 500여개의 대나무 줄기를 자유분방하게 휘고 얽히게 하면서 설치한 대형 대나무 구조물은 전라도 땅의 잠재된 무궁한 에너지를 발산시켜 내고, 전라도의 색으로 인식되는 황토와 함께 금분을 입히고 긁어내면서 완성한 신창운의 “내 땅에서” 작품에는 생명을 불어 넣듯 땅의 혈맥에 수혈하는 군상들이 등장한다.
의기의 땅(송필용, 조광익, 박종석)
19세기 중반, 사회비판적 잠재력이 민중화되면서 탄생한 동학의 후천개벽 사상은 우리나라 민중운동사에서 가장 큰 영향을 끼친 동학농민운동(1894)의 사상적 기반이 된다. 태생적으로 의기의 기질이 강한 전라도 땅은 왕권이 바뀔 때마다 절의를 지킨 인물들의 은둔지가 되었으며, 항쟁의 역사를 써내려간 땅이 되었다. 임진왜란 중의 의병활동이나 광주학생독립운동을 비롯한 일제강점기의 숱한 항일운동, 격변기 정치의 독재 투쟁, 그리고 1980년 5.18민주화운동까지 역사의 질곡 속에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불의에 항거하는 역사를 남겼다.
송필용, 땅의 역사-일어서는 백아산4, oil on canvas, 130.3x194cm, 1995
조광익, 담양아리랑, 한지에 수묵담채, 317x990cm, 2012
박종석, 매천 황현, 종이에 혼합채색, 220x1,480cm, 2018
박종석, 매쳔 황현(부분)
투박한 붓질로 묵직한 울림의 백아산을 일으켜 세우는 송필용은 땅의 아픔을, 민초의 아픔을 치유하고자 하고, 조광익의 역작 “담양 아리랑”의 9m가 넘는 화면은 담양 풍경을 배경으로 10인의 허상이 가로지르는데, 그 허상은 과거의 민중이자 오늘을 사는 사람들로도 읽혀진다.
또한 박종석은 15m에 달하는 종이 위에 구한말 대표적 역사학자로 국권참탈에 통분하며 자결한 매천(梅泉) 황현(黃玹)(1855~1910)에 관한 대서사시를 담았다.
인문의 땅(오상조, 정정주, 박경식)
당쟁으로 인한 정치적 격동기에 절의를 지킨 선비들은 피화(被禍)를 계기로 호남지방으로 낙향하는데, 깨끗한 원림 속 누정은 은일처사나 은둔자들의 최고의 안식처였다. 탈속한 선비들은 학문을 교류하고 후학을 교육하면서 의(義)를 실천하는 지식인의 모습을 보여주었고, 이들의 도학적 학풍을 존경하고 숭배하는 사류(士類)의 형성은 호남지방의 유학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되었다. 원림문화의 대표적 공간인 소쇄원과 담양지역에 밀집된 누정을 중심으로 한 당대의 걸출한 학자들의 교류는 뛰어난 시가와 함께 사유 깊은 인문정신의 요람으로서 누정문화를 만들어 나갔다.
오상조, 운주사, digital color print, 178x228cm, 1989
정정주, 소쇄원, 청자 기법의 도자로 제작된 소쇄원 모형, 8대의 소형 비디오카메라, 2대의 프로젝터, 360x240x140cm, 2018
박경식, 나무도 나도, 나무, 가변설치, 2014~2018
조재호, 개화( 開花), 덤벙기법, 다완, 15x15x9cm, 100점, 2018
누정문화의 중심에 있는 소쇄원과 선비정신, 그리고 선비들의 높은 학문을 존경하는 민중들을 거두는 <인문의 땅>은 오상조의 “운주사” 사진작품, 정정주의 “소쇄원” 영상미디어 설치작품, 박경식의 “나무도 나도” 입체설치작품, 조재호의 “개화(開花)” 다완시리즈 작품으로 구성된다.
예향의 땅(오윤석, 유휴열, 허달재, 홍범)
전라도 땅은 근대의 시각으로 보수의 틀을 깬 공재 윤두서의 철학이 배태된 땅이다. 또한 조선 양대 서맥을 이루는 동국진체와 추사체가 완성된 땅이며, 추사 김정희를 정신적 지주로 삼은 소치 허련의 호남 남종화맥이 뿌리 깊은 예향이다. 의(義)를 근간으로 퍼져나가는 전라도 예술은 정신세계로만 머물러 있지 않고 민중들, 사람들의 삶과 하나가 되면서 더 격조 있는 <예향의 땅>을 완성한다.
오윤석, re-record_불이선란도_hand-cutting, acrylic on paper, 200x120cmx13, 2007-2009
유휴열_생, 놀이, 알루미늄, 자동차 도료, 유채, 210x340cm, 2016
허달재, 백매, 한지에 혼합재료, 290x200cm, 2016
홍범, 기억의 광장, 호두나무, 센서 모빌장치, 배터리 기단(80x80x20cm , 5개), 기둥(40x40x300cm, 5개), 2017
<예향의 땅>은 전라도 예술의 정신성, 내재된 흥, 기억을 화두로 오윤석, 유휴열, 허달재, 홍범의 개성 넘친 작품이 설치된다. 오윤석의 작품 “re-record 불이선란도”, “re-record letter” 는 동양적 사유의 상징으로 추사의 글과 그림을 차용해서 칼 드로잉한 작품으로, 빛을 통해 흔들리는 이미지는 과거의 철학적 사유가 현시대의 맥락에서 어떻게 읽혀지는지 생각게 한다. 알루미늄 판을 두드려 주름을 만들고, 자유분방한 선과 채색이 거침없는 유휴열의 “生ㆍ놀이” 연작은 전라도의 흥과 멋이 마음껏 풀어 헤쳐진다. 직헌(直軒) 허달재는 의재(毅齋) 허백련 선생의 제자로서, 의재 선생이 추구했던 정신철학과 남도 문인화의 전통 위에 있지만, 현대 한국화의 형(形)을 이루기 위해 개성 있는 시도로 작업세계를 확장시켜 왔다.
홍범의 설치작품 “기억의 광장”은 사적인 기억들이 교류하는 공간에 관한 이야기다. 퍼즐처럼 생긴 나무 조형물은 장치된 기억의 드로잉을 오르골 소리로 재생하며 공간 안을 자유롭게 돌아다니지만 만나질 듯 가까워지다가 비껴가면서 멀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