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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루를 위한 개인 오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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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루를 위한 개인 오차  

 

우리는 감각한다. 그러나 얼마나 멀리까지 볼 수 있는지, 얼마나 정확하게 들을 수 있는지, 후각과 촉감으로 무엇을 알게 되는지는 주체가 지닌 감각 의 양과 질에 따라 달라진다. 때문에 감각은 오히려 주변 세계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제약한다. 어느 지점에서부터는 확장, 연속성의 범위를 벗어나게 되며, 이 범위 밖으로는 인간의 의식이 통과할 수 없다.  그런데 어쩌면 작가는 이 감각의 역설을 추구할 지도 모른다. 작가는 너무나 주관적이어서 무위에 가까운 세계를 측정하려 하는 도전자와 같다. 그들 의 예술이 무엇을 반영하든, 작가 자신의 지각 경험과 무의식을 포함하고, 태도와 의식의 일면을 드러내는 행위로 볼 때, 작가는 감각의 역설을 극대 화하여, 환영을 위한 영역을 상정하고, 그 흔적들을 측정한 결과물을 드러낸다.  ‘신기루를 위한 개인 오차’는 세 명의 작가가 무엇을 감각하였으며, 이를 어떻게 측정하고 주관적 조형언어로 드러내는가에 대한 전시이다. 작가들은 각각의 표현 의지를 측정이라는 공통된 행위로 생각하고, 스스로 감각하고 측정을 통해 얻어진 사실로 현실의 모순을 재구성하거나, 행위의 결과물, 그 자체를 질문으로 시작하여 주관성을 측량하려는 노력을 지속한다.  곽한울 작가는 풍경 표면의 깊이를 측정하기 위해 캔버스 위의 그려진 물감을 갈아낸다. 혹은 갈아낸 가루로 벽돌을 만들어 다시 벽면을 만든다. 이것 은 작가가 표면 위에서의 촉각적 사유와 표면이 산화되어 사라지는 지각 경험을 통해 표면, 그 자체와 그것의 환원 가능성에 관한 질문이다. 작가는 다양한 형식적 실험을 통해 표면의 깊이를 측정하고 표면 탐구의 가능성을 확장하려 한다. 


안수룡 작가는 기억이 변이하고 있음을 발견하고, 기억 속 경험들을 추적하여 기록한다. 이렇게 기록된 장면들을 중첩하여 재구성하거나, 측정지를 다양한 형식으로 설치한다. 이를 통해 실재하지만 실재하지 않는, 멀리 있지만 가까워 보이는, 한 번도 보지 못했지만 친숙하게 느껴지는 기억과 감각 의 간극을 기록한다.  

오세화 작가의 <움직이는 서술>에 나타난 개체들은 일정하지만 각기 조금씩 다른 빠르기와 방향으로, 생성과 변화의 양태를 드러낸다. 이것은 작가 가 자연에서 관찰한, 정지 상태처럼 보이지만 미시적이며 유기적으로 움직임, 운동하고 있음을 재현한 것이다. 작가는 이를 통해 우리의 시선이 머무 는 곳에 끊임없이 배회하고 있는 의미들을 주목하고 그것들의 측정 불가능성을 암시한다.  


상대적 가치, 감각의 역설은 모든 방향으로의 가능성을 열었다. 하지만 세 명의 작가는 자신들의 지각 경험을 기준으로 측정 할 수 없는 깊이와 길이, 현상과 움직임을 측정하여 유의미한 시각적 결과들을 만들고 있다. 이번 전시가 ‘측정하다’의 본래의 뜻처럼 작가들 저 마다의 가치 단위를 통해 이 세계에서의 물질과 정신의 간극을 측정하고, 그들의 경험적 사유와 예술에 대한 태도를 확인하는 좋은 기회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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