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정
이제는 미술사가 된 작품들, 미술사에 이름을 기록한 작가들의 전시를‘울림’이라는 감동에 초점을 맞춘 전시이다. 백 년 넘게 우리 곁에 존재하며 그 시대를 증언해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김병기의 추상화에는 한국이라는 경계를 넘어 국제성을 담보하려던 시대의 고민이 고스란히 응집되어 있다. 이중섭의 신화와 박고석의 눈물겨운 우정을 생각하게 되는 것은 밀집된 전시로 인하여 이들의 인간적 관계에 대한 성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권진규의 전형적인 테라코타는 고대의 미를 넘어서 현재와 만나는 순간을 동결시키려는 그의 의지를 보여주기에 부족하지 않다. 게다가 강렬한 색상의 회화는 그를 통섭의 미술인으로 확인하게 한다. 이인성과 정점식은 구상과 추상의 연결고리 이외에 근대기 대구 화단의 약진을 증명한다. 빛나는 색채의 유영국과 하인두는 한국 현대회화가 갈구하였던 추상과 자연 그리고 빛과 색채의 빛나는 그 지점으로 우리를 이끌어 올린다. 참 힘든 시절을 처절히 살아낸 작가들의 대견한 작품이 지금 우리에게 생에 대한 경건함을 일깨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