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호
청년작가 조현익의 주목할 만한 개인전! 성(聖)/속(俗), 생/사, 가학/피학과 같은 죽음 충동과 에로스적 욕망이 교차하던 그의 작품이 확연히 달라졌다. 두꺼운 철판 속의 어둠을 간신히 밝히던 ‘빛에 대한 갈망’이 화면 밖으로 뛰쳐나오고, 장난감과 일상의 오브제들이 전시장 안으로 들어왔다. 작가가 육아를 경험하게 되면서 일으킨 내면의 변화가 이전의 무거운 존재론적 주제 의식을 뒤흔들고, 일상으로 회귀한 셈! 상처를 가득 입은 회색빛 화면 속에 희생 제물처럼 자리한 여인상은 이제 금빛으로 가득한 화면 속의 어린아이로 치환된 채 마치 성자의 아이콘처럼 가시화된다. 아이의 ‘변신 로봇’ 장난감 오브제로 집적된 탑 형식의 작품은 어떠한가? 그것이 드리우는 커다란 그림자는 마치 성전이나 신의 제단처럼 보이지 않는가? 아서라! 그것은 헌신을 통한 일신론적 종교적 귀의와 구속으로부터 탈주한 채 자유롭게 방산 되는 새로운 다신론적 아이콘이다. 그것은 ‘죽음 속 성/속’의 무거운 담론으로부터 ‘삶 속 성/속’의 가벼운 에피소드로 자리 이동한 무엇(들)이다. 여전히 희로애락의 자잘한 이야기들로 가득한 차안(此岸)의 존재로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