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해외유명작가초대전
<김민정_비움과 채움>
2018-08-22 ~ 2018-11-25
광주시립미술관 본관 제3,4전시실
전 시 명 2018해외유명작가초대전 <김민정_비움과 채움>
전시기간 2018-08-22 ~ 2018-11-25
전시장소 광주시립미술관 본관 제3,4전시실
문 의 처 062.613.7100
총괄기획 윤 익(광주시립미술관 학예연구실장)
기 획 임종영(광주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작 품 수 24점
초대작가 김민정
주 최 광주시립미술관
Void in Fullness, 2002, Mixed Media on Mulberry Hanji Paper, 202×140cm
김민정은 1962년 광주에서 태어나 수채화와 서예를 수학하고 홍익대학교에서 동양화와 동양철학에 대한 학습을 통해 동양 사색적 전통의 개념을 이해하였다. 1987년 홍익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했으며 이후 이탈리아로 건너가 밀라노 국립 브레라 아카데미에서 1997년 ‘먹의 정신성에 관하여’라는 논문으로 졸업했다. 그곳에서 작가는 ‘과정에 기반을 둔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과 ‘에너지의 흐름’ 이 두 관점을 완벽하게 조합하고자 하였다. 또한 그 흔적과 형식의 표현적 가치를 발전해 나가는 새로운 미학적 접근방식을 추구하였다. 종이를 겹겹이 쌓아 층을 만들며 작업하던 1998년부터 그녀는 그것들을 불로 태우는 행위를 통해 3차원의 효과를 만들어 내려 하였다. 이러한 작업은 관객에게 순차적인 시간과 겹겹이 쌓인 종이를 통해 상징화된 무수한 시간을 공감하게끔 한다. 그녀는 불에 그을려진 종이로 불확실하고 불안정한 형상을 만들어 가는데, 그것이 공간속으로 확장됨으로써 모든 것을 연결하고 포용하는 공간으로 재탄생된다.
2018 해외유명작가초대전 <김민정_비움과 채움>
윤 익(광주시립미술관 학예연구실장)
광주시립미술관은 해외에서 왕성한 창작활동으로 국위를 선양하는 유명작가를 초대하여 2018 해외유명작가초대전을 개최한다. 격년으로 진행되어 3회를 맞이한 이번전시는 광주비엔날레와 동일한 기간에 진행되며, 프랑스에서 국제적인 활동과 인지도를 획득한 김민정 작가를 초대하여 <김민정_비움과 채움>이라는 명제로 소개된다. 이는 지역의 공립미술관으로서 지역 문화계 전반에 자긍심을 고취하고, 미래를 꿈꾸는 청년예술가들에게는 신선한 자극제가 되는 일종의 멘토를 만나게 하는 의미가 있다. 또 다른 목적으로는 빠르게 급변하는 현대미술계에서 한국인으로서 고유한 문화적 정체성을 갖는 작가가 다국적의 문화적 환경에서 자신만의 예술성을 세계에 제안하고 일종의 객관성을 획득하여 그의 예술적 성과를 다수가 공감하는 원인과 결과를 만나보는 전시이다.
Cascata, 2018, Mixed Media on Mulberry Hanji Paper, 144×206.5cm
초대작가 김민정은 광주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수채화, 한국화, 서예 등으로 조형적 기본기를 습득하였다.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졸업이후 1991년 이탈리아에 유학을 결심하여 밀라노 브레라 아카데미 (Brera Academy)에서 수학하였다. 동양과 서양의 미술을 실기와 이론 그리고 일상적 삶을 통하여 경험하고 독자적인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는 계기를 스스로 일구어내었다. 그녀는 외롭고 힘든 유학기간을 자신의 진정한 예술적 가능성에 관하여 치열하게 고민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적극적인 자세로 임하였다. 김민정 작가는 작가로서 본인 스스로를 평가하며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일은 많은 사람들에게 위안과 안식을 주는 예술활동을 하는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이를 위해 오랜 시간 세계의 수많은 도시에서 작가의 꿈을 펼치기 위해 진중한 노력을 하였고, 자신 스스로 다양한 삶의 공간으로 이주하며 누구보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는 치열한 삶을 살아왔었다. 이러한 이유로 오늘날 그녀의 작품은 국제무대의 중심에서 자연스럽게 소통되고 각광을 받고 있다.
Sculpture, 2018, Mixed Media on Mulberry Hanji Paper, 142×206cm
Phasing, 2018, Mixed Media on Mulberry Hanji Paper, 140×204.5cm
그녀는 동양과 서양의 미술을 경험하고 동양적 원류에 서양의 미술을 접합하였다. 폴 클레, 브랑쿠지, 마더웰, 로드코, 말레비치 등의 서구의 대표적 작가들의 작품을 좋아하며, 이들을 통해 자신의 고유한 작품을 진행하기 위한 많은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광주에서 서울, 이후에는 이탈리아의 밀라노, 미국의 뉴욕, 프랑스의 생폴 드 방스 등으로 자신의 활동영역을 넓혀가며 수많은 예술가와 작품을 대면하며 진행되었던 끊임없는 질문들은 결국 자신을 찾기 위한 진실한 과정이었을 것이다. 초창기에는 밀라노에서 한지에 물감, 먹 등으로 형상들이 번지고 흡수하는 등의 작업을 선보이며 호평을 받았다고 한다. 화면에서 물과 먹 그리고 붓을 통하여 이루어지는 극도의 자연스러움이 마치 우리의 삶에서 생명들이 순환하고 생성하는 자연의 섭리가 한지위에 전개되는 작품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자신의 피부처럼 편하고 모든 것에 순응하며 받아들이는 한지(韓紙)는 그녀의 이러한 의도와 가장 적절하게 어울리는 대상이었을 것이다.
The Room, 2007, Mixed Media on Mulberry Hanji Paper, 202×142cm
Phasing, 2017, Mixed Media on Mulberry Hanji Paper, 103×146cm
오늘날 김민정 작가의 작품은 물에 번져나가는 먹을 이용하거나, 불에 태워진 종이를 이용하여 우리의 삶에서 경험하는 생(生)과 사(死)의 다양한 몸짓으로 표현된 생명의 아름다움을 은유하게 한다. 작품 “Mountain”은 붉은색 혹은 검은색의 “번짐”이 끝없이 펼쳐진 산야의 모습으로 다가오며 물과 공기로 이루어져 과거의 의도된 산수화들과 다른 또 다른 생명력을 순수 목적으로 하는 화면이다. 물은 스스로 한지에 먹의 몸을 빌려 스며들어 그 존재성을 보여주어 관람자들에게 생(生)의 경이로움을 은유하게 한다. 또 다른 작품 “The Room”은 불을 이용하여 한지의 생성과 소멸과정이 보이는 태워진 흔적으로 존재하는 수많은 시간들로 중첩되어 하나의 공간을 이루어낸다. 때로는 평면이며 때로는 공간으로 제안된 이러한 작품들은 한지 그 자체가 목적성을 이루는 존재로 다가와 다양한 생을 살아가는 우리의 세상을 은유한다. 한편 “Insight” 혹은 “Petal” 이라는 명제의 작품들 역시 화면에 수없는 기하학적 혹은 유기적 반복을 통하여 세상의 기본원소를 표현하는 원형의 종잇조각들을 만나게 한다. 이러한 원형 혹은 유기적 형태의 작은 소립자들은 인간을 포함하는 세상을 이루는 수많은 존재들을 은유하는 것으로 느껴진다.
The Street, 2018, Mixed Media on Mulberry Hanji Paper, 140×203cm
Red Mountain, 2018, Watercolor on Mullbetty Hanji Paper, 144×203cm
이번 전시에 출품된 김민정 작가의 작품들은 우리문화에서 가장 오랫동안 친근하게 사용되었던 종이를 주재료로 이용하여 자신만의 고유한 미감을 제안하고 있다. 화면 가득한 물과 불, 먹과 색채의 조화들은 관람자들에게 우리의 문화적 원류를 공감하게 한다. 이는 “비움과 채움”이라는 개념으로 해석되어 동양적 인생관의 내면을 감흥하게 한다. 이러한 생성과 소멸의 과정을 제안하는 김민정 작가의 작품은 그려진 그림이 아니다. 통상적으로 그림은 그림을 그리는 주체인 작가의 표현 의지에 의하여 자신의 감정이입에 우선하여 표현되는 대상과 작가의 감성을 매개로 어떠한 관계설정이 이루어진다. 아름답거나, 흉하거나, 좋거나, 싫어하는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다. 하지만 김민정 작가의 그림들은 마치 스스로 생성된 평면화된 세상처럼 존재한다. 이러한 이유로 그녀의 작품은 그녀를 떠나 독자적인 대상으로, 존재로, 세상과 마주하며 관람자들과 대면한다.
Nautilus, 2018, Mixed Media on Mulberry Hanji Paper, 205×143cm
우리의 삶의 궤적을 시작과 끝으로 말한다면 그녀의 작품에서 보이는 존재 혹은 이미지들은 한 알의 씨앗처럼 해석된다. 어느 날 홀로 대지에 떨어져 눈과 싹을 틔우고 뿌리를 내리며 수많은 잎사귀로 자연을 만나며 거대한 생성을 이루고 끝내는 또 다른 수많은 자신의 분신을 생성하고 자연으로 환원하는 씨앗이다. 이는 시인 윤동주의 글귀에 보이던 “종점(終点)이 시점(始点)이 된다. 다시 시점이 종점이 된다.”라는 내용처럼 우리의 삶에 존재하는 순환의 법칙을 여실하게 보여준다. 결국 그녀의 작품은 어떤 창작가의 소유물로 존재하는 일반적인 개념의 귀속된 존재를 넘어서 스스로 존재하는 독립적인 유기물처럼 인식된다. 그녀의 작품을 바라보면 멀리 지구 밖에서 보이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모습이 숭고하게 찾아진다. 산, 강, 바람, 나무와 돌 등 모든 것의 형상들이 비춰져있다.
Order-Impulse, 2017, Mixed Media on Mulberry, 203×141cm
글을 쓰는 것은 자리에 앉아 세상을 마주하는 일이라고 한다. 그녀의 예술활동 역시 자신만의 공간에서 세상과 마주하며 해와 달이 빛과 어둠이라는 시공간적 영역으로 교차하고 바람소리, 빗소리, 그리고 꽃 피고 새 우는 소리를 들으며 이를 감내하고 인정하며 공존하는 순간이다. 이는 명상(冥想_Meditation)이라는 영역의 활동으로 이어져 종내는 자신을 발견하고, 마주하는 순수한 성찰의 시간으로 진행된다. 오랜 시간 동양에서의 예술은 자신의 심신을 다스리며 자연과의 조화로운 삶을 체득하는 수양의 역할을 하여왔다. 붓과 먹, 종이는 인간과 세상의 만남의 장으로서 그들 스스로 자연스러운 합치를 통하여 결과물이 스스로 생성하듯 이루어진다. 김민정 작가는 한줄기 호흡으로 그들의 움직임을 따라가며 생성의 과정을 몸과 마음으로 경험하고, 이러한 과정의 조화(造化)를 그녀의 예술 활동으로 함께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