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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수채展을 준비하며 (글_문유라)
그림을 그렸던 즐거운 행보. 현장을 탐방하며 2년간 스케치했던 그 깊은 설레임을 간직하기 위한 작은 개인전을 갖는다.
그동안 실무에서는 내가 살아보지 못한 중세 유럽의 환타지한 세계를 상세하게 그려내야했지만, 풍경수채화는 실제 현장에 찾아가서 그곳의 역사와 이야기를 알고 스케치했기 때문에 많이 색다르게 느껴졌다. 도심 곳곳은 그저 지인과의 약속을 위해 특정한 장소를 찾아 돌아다니던 익숙한 곳이었으나 풍경화를 다시 그리기 시작하면서 그림의 소재로서의 서울 도심이 낯설고 새롭게 느껴졌다. 그렇게 변화된 관점은 나를 신나고 가슴뛰게 만들었다.
빅토리아식 예배당 정동교회, 커다란 보호수, 대사관에 막혔다가 최근 다시 개방된 덕수궁 돌담길을 걸으면서 그려야 할 명분이 생겼다. 곡선과 직선이 조화로운 한옥, 낯설고 아름다운 동대문 DDP에, 일제강점기 때 세워진 구 신아일보사 별관, 권위적이고 위압감이 드는 서대문형무소, 역사의 현장이었던 덕수궁 중명전 등 현존하는 건축유산을 비롯한 수원의 문화재들은 현대적인 건축과 어우러져 역사적 추억과 그 선대들의 삶의 현장을 되살려 전해줄것이다.
언젠가는 화면에서 생략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벽돌 하나하나 쌓고 키 작은 풀에 눈길을 주었다. 나무 한 그루에도 존재감을 부여하며 나를 다시금 발견하게 된 기쁨을 노래하였다. 이번 전시를 통해 흘깃 지나쳤던 일상적 풍경이 나와 어떤 연결고리가 있을지 관찰하며 수채화로 그렸다. 이 조심스러운 첫 발자국 같은 그림들이 풍경화를 즐기시는 분들에게 작은 기쁨이 되었으면 한다.
본 전시를 준비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신 분들은 다음과 같다.
수채화의 아름다움을 깨닫게 해 주시고 방향을 제시해 주신 홍익대 김재열 교수님과 C반 멤버들, <내가 그리는 길드로잉>의 고마운 화우 비나(박은정)선생님, 오랜 기간 함께 그려온 소중한 <숨드로잉>멤버들, 함께 양재 숲 풍경을 그린 멋진 유혜경님, 존경하는 동국대 정진헌 지도교수님, <수원 어반스케쳐스>분들, 풍경화의 재미를 알려주신 상명대 고경일 교수님, 큰 힘이 되어 주시는 한국예술원(KAC) 이문영 교수님, 내 그림을 따뜻한 시선으로 지켜보며 조언해 주는 신랑 윤종호, 예쁜 그림이라 칭찬해 주시는 어머니, 늘 고마운 언니와 오빠, 일일이 적지 못한 소중한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