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리즘의 신고전주의적 해석
Neo-‐Classical interpretation of Minimalism
자오이치엔 개인전
Zhao Yiqian Solo Exhibition
2018. 11. 2 – 12. 2
오프닝 리셉션: 2018. 11. 2 (금) 오후 6 시
기자간담회: 2018. 10. 31 (수) 오전 11 시
전시장소: 갤러리 수 | 서울시 종로구 팔판길 42
고전주의적 정신과 회화성에 대한 연구, 미니멀리즘의 새로운 개념
최근 20 여년간 중국의 엄청난 경제성장과 차이나 아방가르드 작가들의 상업적 성공 이후, 치링허우(70 년대 이후 출생), 바링허우(80 년대 이후 출생) 작가들이 형성하고 있는 중국현대미술의 아트씬은 매우 다채롭고 자유롭다.
중국의 거대한 스케일을 위압적으로 보여주는 관념적인 영상이나 대규모 설치작품들이 젊은 작가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구겐하임이나 퐁피두센터 등 대형 미술관 등에서 개최되는 중국현대미술 그룹전에서는 90 년대 출생의 아주 젊은 작가들의 작품까지 포함시키고 있다.
자오이치엔은 1982 년 심양에서 태어나 중국 최고의 미술학교인 중앙미술학원 판화과를 졸업했다. 80 년대 그의 고향 심양은 공업기지로 발전하고 있던 도시로 작가는 수많은 공장과 농민공들을 마주하며 산업화에 대한 익숙하지만 낯선 느낌을 받으며 자랐다. 공업사회에서 시장경제, 하이테크놀로지, 인터넷, 디지털 시대로 빠르게 발전하는 사회를 보며 자오이치엔은 오히려 공허함을 느꼈고, 회화 본질로의 회귀와 연구에 몰두하게 되었다. 어려서부터 고전을 좋아하고 인문학에 관심이 많았던 작가는 점점 물질만능주의적으로 변해가는 중국의 친구들보다 영국이나 프랑스 등 유럽으로 유학을 간 친구들과 교류했고 그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특히, 르네상스 시기 고전주의의 부활, 인본주의(humanism), 자연의 재발견, 개인의 창조성 등에 대한 특징을 작가는 자신이 경험해 온 것을 바탕으로 신고전주의적으로 재해석하고 포스트 휴머니즘에 대한 연구, 자연의 변하지 않는 순수성을 회화에 새로운 모습으로 구축하고자 했다.
고전주의적 정신에서 회화의 본질을 찾고자 노력했으며 현대사회의 아이콘을 결합하여 새로운 개념의 미니멀리즘 회화를 창출했다.
AI 가 인류를 대체하고 있는 시대에서 중요한 핵심으로 대두되고 있는 것은 바로 인문학이며 인간의 감성과 정서, 창조적인 부분이다.
작가는 고전을 연구하며 당시를 살던 사람들의 생활 속으로 들어가 그들의 생각을 느껴보려고 시도하며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젊은이의 감성으로 미래를 대변하는 예술을 재창조하는 것이 AI 시대를 살아가는 예술가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작가는 고전에서 현재까지 이어지는 인문학적인 개념과 내재된 수많은 정신적인 문제들을 고민하며 회화의 중요성을 재탐구했다.
작가는 르네상스 시기 예술가들이 건축, 회화, 조각, 디자인, 철학 등 다방면에 능했고 학문의 접점은 모두 통한다고 생각했던 관점을 계승하여 유토피아적인 융합을 통해 아름다움을 창조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자 했다.
인간과 시공간적 주제를 탐구하며 몇 년 동안 시리즈를 완성한 자오이치엔은 2015 년 금일미술관 개인전 ‘데자뷰’ 를 끝내고 오랫동안 가져왔던 회화의 본질에 대한 탐구에 다시 몰두했다.
2016 년 이후로 동양과 서양의 고전회화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기 시작한 작가는 서양 고전과 유적에 비해 훼손되고 소실된 동양 고전의 건축이나 문화에 대해 매우 아쉽게 생각했다. 특히 중국은 문화대혁명 이후, 문화에 대한 단절과 훼손이 많았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바쁜 현대인들은 과거를 굳이 기억하려고 하지 않지만, 인문학, 철학적 관점으로 자신의 회화에 새로운 시도를 하고자 했던 작가에게 서양의 고전회화와 건축은 중요한 모티브가 되었다.
수천년, 수백년의 시간이 흘러도 대자연은 그대로 변하지 않는 것처럼 고대 문화나 건축물을 통해 우리는 수천년을 앞선 선대의 시간을 유추해 경험해볼 수 있다. 예술의 존재가치가 바로 이런 것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고 그것이 바로 회화의 본질이며 인간은 역사와 문화 속 하나의 작은 부호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자오이치엔이 특별히 차용한 회화 속 현대적 아이콘은 바로 스마일과 애너글리프 3D 안경이다. 스마일리 페이스로도 알려진 노란색 원형에 그려진 미소는 1960 년대에 뱃지로 처음 만들어졌다. 스마일은 소비시대의 한 부호이기도 하며 대중언어, 커뮤니케이션의 새로운 방식 등을 상징한다. SNS 상에서의 이모티콘이나 대형마트의 상징으로 쓰인 스마일은 일반적으로 친절함과 미소의 아이콘으로 쓰였지만 LSD 등의 마약이나 가식, 부정직한 행동을 암시하기도 한다.
1520 년 독일화가 얀 베거르트가 그린 <성모의 대관식>을 차용한 작품에서 작가는 광배를 스마일로 대체하고 있다. 중세 이콘화에서 나타나는 광배는 예수나 성인을 묘사할 때 머리 주의에 두르는 둥근 원이나 빛을 의미한다. 예수의 권위와 신비함을 극대화시키던 광배 대신 마리아의 머리 뒤에 나타난 스마일은 현대에서 종교와 신성함은 무엇이며 현대인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 지 물음을 던지는 듯 하다.
<Heaven>에서 묘사된 구찌의 페이즐리 패턴 바지와 성흔을 암시하는 발, 그리고 스마일은 작가에 의해 새롭게 재해석된 이콘화로 볼 수 있다. 종교의 상징을 대체하는 소비시대의 부호들은 경외적이고 권위를 중요시했던 종교의 낡은 가치에서 벗어나 현대인들의 개인적이고 물질적인 새로운 믿음을 가리키고 있다.
스마일리 페이스와 병치되어 나타나는 애너글리프 는 1852 년 라이프치히에 의해 개발되어 1922 년에 최초로 상업용 3D 영화에 사용되었고 2008 년 디즈니 스튜디오가 3 차원 블루레이 디스크를 출시하면서 세상에 많이 알려졌다고 한다. 3D 안경의 시초인 애너글리프는 보색관계의 적색과 청색으로 좌우 화상을 그리고 색안경을 쓰고 보는 방법으로 입체효과를 느끼게 하는 장비이다.
하지만, 안경은 단순히 인간이 만들어낸 하나의 도구일 뿐이다. 아무리 기술이 발전한다고 해도 도구는 지속적으로 사용하기 편리하게 업그레이드 될 뿐이지 그 안에 영혼이 담겨 있지 않다.
여기서도 작가의 본질을 위한 탐구와 실험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Untitled>와 <Beauty>에서 애너글리프를 쓴 사람들은 개인으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획일화된 집단으로 나타내진다. 그들은 색안경을 끼고 앞을 주시하지만 그들이 바라보는 것은 사물의 본질이 아니다. 이처럼 자오이치엔은 빅스마일과 애너글리프를 작품에 등장시킴으로써 현대사회에 만연한 물질만능주의와 본질을 꿰뚫어보지 못하는 눈먼 현대인들을 조명하고 있다.
자신의 회화를 모티브로 디자인한 브랜드 Huxi x Zhao Yiqian 런칭
중국의 경제성장과 현대미술의 발전은 중국의 젊은 작가들에게 성공에 대한 조급함을 안겨주었다.
세계적인 메가갤러리에 전속이 되는 작가가 있는 반면 주목받기 위해 애쓰는 수많은 로컬 작가들이 함께 공존한다. 여기서 자오이치엔은 오히려 자신의 회화작품을 모티브로 디자인하여 아트 디자인 브랜드 HuXi 를 파격적으로 런칭했다. 작가는 UCCA (울렌스 아트센터)의 아트샵과 K11 아트 파운데이션 디자인 몰 등에 자신이 런칭한 브랜드 상품들을 전시하고 판매한다. 게다가 중국에서 엄청난 대중적 관심으로 성공적으로 개최되고 있는 명작 디지털 전시회의 하나인 클림트 디지털 전의 아트상품을 모두 기획하기도 했다.
그의 회화 속 이미지를 크롭하여 대칭하거나 반복적으로 재배치하는 형식으로 디자인한 제품은 클러치, 휴대폰 케이스, 티팟세트, 플레이트, 쿠션, 티셔츠 등으로 제작되었다. HuXi 의 제품은 성녀 베로니카의 천에 새겨진 예수의 얼굴이나 원나라 시대의 산수화, 남송시대의 화조화 등을 모티브로 디자인 되었다. 고전회화를 모티브로 재해석, 재조합하여 현대적 컬러와 배경으로 바꾸어 디자인한 스페셜한 제품들은 고퀄러티의 소재, 장인정신이 합쳐진 핸드메이드 제작으로 현대인의 시각과 취향에 알맞은 네오클래시컬 미니멀리즘으로 재탄생되었다.
이러한 작가의 아트 디자인 브랜드 런칭에는 구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렉산드로 미켈레의 영향이 있었다. 미켈레의 빅팬인 작가는 애너글리프 3D 안경을 쓴 미켈레의 초상화를 그리거나 본인의 작품 속에서 구찌의 의상들을 소재로 등장시키기도 했다. 미켈레의 집안은 컬렉터로 어려서부터 집에서 르네상스 회화를 보며 자랐다고 한다. 그가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킨 2018 년 런웨이에는 수많은 고전명화 속 모티브가 담겨있었다.
휴머니즘, 초자연주의, 하이브리드를 컨셉으로 삼아 르네상스 시대와 현대예술을 접목시킨 미켈레의 시도는 자오이치엔의 브랜드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자오이치엔이 자신의 회화를 모티브로 런칭한 브랜드 Huxi 는 중국정부의 문화육성 사업에 발맞춘 아트인라이프(Art in Life)를 실천하고 있으며 또한, 주류 소비세대인 지우링허우(90 년대생 이후 출생)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빠르게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갤러리 수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자오이치엔의 개인전을 11 월 2 일부터 12 월 2 일까지 한달 간 전시할 예정이다. 자오이치엔의 이번 개인전은 고전주의 회화부터 현대적 아이콘을 차용하여 재해석된 미니멀리즘의 신고전주의적 해석 시리즈와 함께 Huxi 의 브랜드 제품까지 볼 수 있는 다양한 컨셉으로 구성될 것이다. 중국의 3 세대 바링허우 작가들의 색다른 방향을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