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1-16 ~ 2018-12-15
정보영, 이상진
02-732-7241
2013년 삼청동에 개관하여 지난 5년간 30여회의 전시를 가졌던 누크갤러리는 삼청동 시절을 마감하고 새로운 자세로 2018년 9월 종로구 평창동에 새로운 공간을 열게 되었습니다. 누크갤러리는 성격이 다르면서도 공감대를 가질 수 있는 평면작품과 입체작품이 한 공간에서 어우러지는 2인 전시를 통해 서로 다른 이미지가 상생할 수 있는 실험적인 전시를 지속적으로 기획합니다. 일 년에 한 두 번은 꾸준히 작업을 해왔으나 전시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은 역량 있는 작가를 위한 개인전을 열어갑니다. 2017년에 이어 2018년 2월에는 스승과 제자들이 함께하는 전시를 가졌으며 앞으로도 매년 기획 전시될 예정입니다. 작가와 관객이 깊이 있는 전시를 통해 만나 서로 소통하는 공간으로서 누크갤러리는 현대미술의 흐름을 이어갈 것입니다.
바라보다
조정란 Director, nook gallery
빛을 주제로 작업해온 두 작가의 만남은 새롭다. 전혀 다른 매체로 작업하는 그들은 빛으로 사유하며 소통한다. 빛과 공간, 상이한 매체가 함께하는 전시를 생각하며 두 작가를 떠올리게 되었고, 이상진의 조명과 정보영의 그림이 이루는 조화를 기대하며 두 작가에게 조심스레 전시를 제안했다. 서로 다른 매체에 대해 열려있는 두 작가의 긍정적인 반응으로 전시를 진행하게 되었다. 이제 새로운 경험을 공유하려 한다.
정보영 흩어지다 100x80.3cm, oil on canvas, 2018
정보영은 실내에 들어오는 자연의 빛이나 밤하늘의 짙푸른 야광과 함께 인공의 빛인 촛불, 스탠드의 빛을 중첩시키곤 한다. 정보영의 「바라보다」는 창문을 경계로 밝은 외부의 빛과 어두운 실내의 대비가 엄숙하다. 작은 화면에 압도적으로 자리 잡은 집모양의 조명을 바라보는 화면 밖의 시선이 있다. 시선은 조명을 향해 가까이 다가가 있다. 격자문 밖의 이성적인 하얀 자연광과는 대조적으로 조명은 어두운 실내 공간을 따스하게 밝혀준다. 조심스레 자신을 밝히는 빛으로 드러나는 바닥의 얼룩진 일렁임은 조용한 대기의 움직임을 암시한다. 작품「먼, 혹은 가까운」에는 밤하늘에 희미하게 퍼지는 신비한 푸른 광을 배경으로 멀리서 작은 램프들이 힘겹게 빛을 밝히고 있다. 자연의 빛은 이성적이고 범접하지 못하는 위엄을 가진 빛으로 그려진다. 반면 실내의 빛과 램프의 빛의 온도는 따스하고 가냘픈 떨림이 있다. 외로운 섬과도 같은 램프의 빛은 자연 앞에서 지극히 작은 존재이다. 정보영의 사실적인 그림에서 인지되는 초현실적인 분위기는 이러한 빛의 중첩에서 만들어지는 듯하다.
이상진의 시각은 자유롭다. 사물을 ‘다르게 보기’에서 출발하여 일상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의외의 방향으로 접근한다. 그는 LED를 이용하여 디지털화한 작업을 선보이고 있으며, 기성 제품을 이용해 작업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지퍼를 이어 붙여 램프를 만든다거나 플라스틱 소쿠리를 케이블 타이로 연결해 다양한 형태의 램프나 가구를 만들기도 한다. 플라스틱 빨대나 화분, 알루미늄 호일 등은 그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실현하는 재미있는 소재들이다. 이번 전시에서 보여주는 ‘Book Rest Lamp’는 잠들기 전 읽고 난 책을 올려놓을 수 있다. 읽던 페이지를 표시해 둘 필요 없이 그대로 얹어 놓으면 된다. 책을 올려 지붕을 만들어 비로소 디자인이 완성되는 램프는 우리의 일상적 삶과 소통한다. ‘Book Rest Lamp’는 다양한 크기와 형태로 제작되어 설치된다. 각각 램프 용도로도 쓰이지만 장소에 따라 조합을 달리하여 조형적인 설치물을 구성한다. 이상진은 자신의 작업에 사용자의 용도나 기호에 따라 다르게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둔다.
순수회화와 실용적인 디자인이 함께하는 전시 <바라보다>를 통해 서로를 바라보고 받아들이며 서로에 대한 인식을 넓혀나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화면 밖에 머무는 시선은 공간 안의 조명을 멀리서 혹은 가까이서 바라보고 있다.
작가약력
이상진 Sang Jin Lee(b.1965)
이상진은 서울대학교 산업디자인과와 동대학원을 마쳤고, 이탈리아 밀라노 도무스 아카데미를 졸업했으며, 2006 년과 2007 년 차세대 디자인 리더의 ‘선도 디자이너’로 선정되었다. 현재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산업디자인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조명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다. 2001 년부터 ‘다르게 보기’를 주제로 진행해 온 ‘ReThink Project’는 디자인 전문 출판사인 PHAIDON 의 <&fork>지를 통하여 세계 100 명의 디자이너에 소개되었으며 <100% design, London, 2008>, <Corea at ARCO ‘Reset’, Madrid, 2007>, <Salone Satellite, Milan, 2006>, <Shanghai Cool, Shanghai, 2005> 등 다양한 해외 기획전에 초대되었다. 이와 병행해서 이상진은 2007 년부터 ‘조명, 말을 건네다(Lighting Talk)’ 시리즈를 통해 빛을 매개로한 감성적 조형미, 센싱 그리고 스위칭 연구를 심화하며 빛의 다양하고 폭넓은 가능성을 연구하고 있다.
2004 년 시작한 <Book Rest Lamp> 는 책이 잠시 휴식하는 공간이다 . 잠들기 전에 책을 읽다가 책을 조명 위에 살포시 얹으면 그 지붕이 완성된다 . 그리고 우리가 잠들 때 조명과 함께 책도 휴식을 취한다 . 그동안 반투명 유리와 아크릴로만 제작되었던 < B o o k R e s t L a m p > 는 이번 전시에서 하프미러 , 컬러 아크릴 , 3 D 프린팅 그리고 LED 등 다양한 재료와 방식을 실험한다 . 이 <Book Rest Lamp> 는 2009 년부터 영국의 ‘Suck UK’ 사에서 생산 판매하고 있다 . 또한 한 권의 책을 위한 휴식공간이던 이 ‘Book Rest’ 시리즈는 이번 전시를 통 해 더 많은 책들이 거주 할 수 있는 <Book Rest II> 로 확장된다 . 책이나 CD 를 꽂아 놓을 수 있는 이 집 / 조명 <Book Rest II> 는 구조의 크기 , 비례 , 재질 및 색상을 다양화하고 LED 광원과 스위치 방식을 새롭게 디자인했다. – 이상진
정보영 Jeong, Bo Young (b.1973)
1996 년 홍익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를 마쳤다. 스페이스 몸 미술관, 금호미술관을 비롯해 1997 년부터 현재까지 17 회의 개인전을 가졌으며 다수의 기획단체전과 국내외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오랜시간 ‘빛’, ‘공간’(space)과 ‘원근법’(perspective), ‘그리기’(painting)와 ‘재현’(representation)등 ‘회화에 대한 근본문제들’을 심도 있게 연구하였다. 특히 ‘공간재현 (Representation of the Space)의 문제를 ‘실재의 부재’(Absence of Reality in Contemporary Painting)와 관련 지어 심층 분석함으로써 재현의 의미를 재정의 하였다. 홍익대학교와 중앙대학교 등에 출강을 하였고 서울시립미술관, 경기도 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금호미술관 등 주요 기관에 작품이 소장되어있으며 현재 서울을 근거로 작업활동을 하고있다.
텅 빈 공간 혹은 사물에 드리워지는 빛 , 시간에 따른 대기 색조의 변화만큼 그리기에 대한 충동을 주는 요소는 없었다 . ‘ 빛을 그린다는 것은 동시에 그림자를 , 그림자를 그린다는 것은 동시에 빛을 그린다는 것이다 .’ 오랜 시간 빛을 그려온 지금 , 지극히 근본적이고 자명한 이 문구를 떠올리게 된다 . – 정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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