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R. I. P. – 고요한 기억〉
● 주관: 인앤아웃
● 후원: 서울문화재단 (2018년 서울청년예술단 시각예술분야 선정 프로젝트)
● 기간: 2018년 11월 22일 - 12월 22일
● 장소: 디스위켄드룸 (서울시 강남구 영동대로 142길 8, 2층 / 070-8868-9120)
● 운영시간: 오전 11시 – 오후 7시 (매주 월요일 휴관)
● 오프닝: 2018년 11월 22일, 오후 5시 – 7시
● 기획: 황대원
● 참여 작가 : 김기범 , 박동균 박동균 박동균 , 박예나 , 임노식 , 최모민
● 개요
〈R. I. P. – 고요한 기억〉은 미술이 우리 사회의 ‘장례 문화’와의 만남을 통해 현대인의 삶에 기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실험하는 프로젝트다. 이는 2018년 1월부터 인앤아웃(김기범, 박동균, 박예나, 임노식, 최모민, 황대원)에 의해 기획되었고, 2018년 5월에 서울문화재단의 청년예술지원사업 ‘서울청년예술단’에 선정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작가들은 각자 친분이 없는 한 사람의 의뢰를 받아, 그 사람에게 소중한 존재였던 고인(故人)에 대한 기억을 담는 작품을 제작했다. 작가와 의뢰인은 이런 작업을 위해 수차례 면담을 갖고 서신을 교환하며 고인에 대한 기억을 공유하고 구체화하는 과정을 거쳤다. 2018년 11월 22일부터 한 달 동안 디스위켄드룸에서 열리는 전시, 〈R. I. P. – 고요한 기억〉은 그런 과정의 산물인 작품들을 공개한다.
● 전시 서문
1. 〈R. I. P. – 고요한 기억〉은 미술과 삶의 의미 있는 만남의 가능성을 ‘장례 문화’에서 찾아보는 시도다. 이 프로젝트는 고인(故人)에 대한 기억을 담는 작품을 제작하고, 이로써 미술이 우리 사회의 장례 문화에 기여하는 하나의 길을 제시해 보려는 의도에서 시작되었다. 작가들은 각자 친분이 없는 한 사람의 의뢰를 받아, 그 사람에게 소중한 존재였던 고인에 대한 하나의 기념비와 같은 작품을 제작했다. 작가와 의뢰인은 이 ‘기념비’의 제작을 위해 수차례 면담을 갖고 서신을 교환하며 고인에 대한 기억을 공유하고 구체화하는 과정을 거쳤다. 이 전시는 그런 과정의 산물인 작품들을 공개한다. 그리고 전시가 끝난 후에 작품들 각각은 의뢰인에게 증정될 것이다.
이 전시가 보여 주는 작품들은 엄밀히 말하면 장례보다 제례에 가까운 성격을 갖는다. 다시 말해, 그것들은 장례식을 위해 제작된 것이 아니라, 긴 시간이 흐른 뒤에 남겨진 고인에 대한 기억을 담는 작품이다. 그러나 이 사실이 장례 문화에 대한 기여라는 이번 프로젝트의 취지에 어긋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오늘날 장례 문화는 점차 간소화되고 있으며, 그럴수록 한 인간의 삶과 죽음을 돌아보는 일은 제례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전통적 제사 문화가 시대와 함께 변화하지 못하고 사라져 가는 것 또한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고인의 삶의 의미를 기억하는 의식은 어떤 방법으로 지속될 수 있을까. 이 전시가 예시하려 한 것처럼, 어쩌면 미술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2. 고인을 기억하는 미술 작품을 의뢰하기로 결심한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이런 작품에 담고 싶어할 만한 기
억을 마음 한편에 품고 살아왔다. 누군가의 삶에서 고인을 잊지 못할 그리운 존재로 만드는 어떤 것이 있다면, 그것은 고인의 삶의 한 의미를 조용히 증언한다. 죽음은 슬프고 괴로워서 외면하고 싶은 것이기도 하지만, 또한 한 인간의 삶을 마무리하고 그 의미를 돌아보게 하는 사건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의 작품들은 의뢰인의 삶에 자리한 ‘어떤 것’을 감각적으로 구현한다.
작가와의 면담에서 의뢰인들이 주로 이야기한 것은 고인의 사회적 업적이나 경력이 아니었다. 이런 것들을 기록하는 데는 예술이 굳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의뢰인들의 기억은 평범한 삶 속에서 흘러간 크고 작은 일들, 가까운 사람만 아는 습관들, 의식하지 못한 채 조금씩 쌓인 감각과 감정들이 서로 얽힌 모습으로 재생되었다. 이는 즐거운 추억일 수도 있고 지워지지 않는 슬픔이나 후회일 수도 있으며, 가슴에 박혀 여전히 선명한 감각일 수도 있고 다른 기억들과 뒤섞여 희미하고 모호해진 것일 수도 있다. 이런 설명하기 힘든 기억에 가만히 귀를 기울이고, 그 속에서 드러나는 한 사람의 존재감을 간단히 요약하지 않으며 표현하는 것은 아마 예술만이 할 수 있는 일일 것이다.
작가들은 의뢰인과의 대화 속에서 여러 단편적 기억들을 연결하는 어떤 사물이나 풍경, 또는 은유적 이미지를 발견했다. 그들은 이런 것들을 주제로 작품을 제작하되, 그것들을 단순히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주제가 담아내는 기억(을 이루는 감각과 감정, 경험들)의 깊이와 단순하지 않은 문양을 표현하려 했다. 〈R. I. P. – 고요한 기억〉은 작가들 각자의 서로 다른 매체와 예술적 의도를 바탕으로 제작된, 한 인간의 삶에 대한 기념비의 다양한 형식을 제시한다. 이 고요한 기억의 형상들은 우선 고인과 의뢰인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지만, 바라건대 다른 관객들도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일 것이다. 만약 그럴 수 있다면, 이는 작품들이 어떤 역사적, 사회적 담론을 암시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들이 담는 개인적 기억의 표현들 속에서 우리 각자의 이야기가 예기치 못한 방식으로 서로 이어지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