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장 1층 이미지 제공: 갤러리현대
전 시 명: 《어떤 것도 아닌, 그러나》
전시장소: 갤러리현대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14)
전시기간: 2018년 12월 5일 (수) – 2019년 1월 6일 (일)
전시구성: <Tree>, <Mirage>, <Nothing But> 등 사진 20여 점
세계적인 사진작가 이명호, 갤러리현대에서 5년 만의 개인전
- 대표 연작 <Tree>, <Mirage>와 신작 <Nothing But> 등 20여 점으로 구성
- 대형 캔버스 설치부터, 와이너리 협업 프로젝트 작업까지
갤러리현대는 2018년 12월 5일부터 2019년 1월 6일까지 시적이면서도 철학적인 사진작업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사진작가 이명호(b. 1975)의 개인전 《어떤 것도 아닌, 그러나》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갤러리현대에서 5년 만에 개최되는 이명호의 두 번째 개인전으로, 대표 연작인 〈Tree〉, 〈Mirage〉 등과 더불어 작가가 처음으로 선보이는 신작 〈Nothing But〉, <9 Minutes’ Layers>, <Stone……> 등 20여 점의 다양한 작품으로 구성된다.
2004년 시작된 ‘예술-행위 프로젝트’의 정점을 찍다
이명호의 작품 세계는 2004년부터 시작된 ‘사진-행위 프로젝트(Photography-Act Project)’ 혹은 ‘예술-행위 프로젝트(Art-Act Project)’로 불리는 일련의 작업들로 정의된다. 제목에서 드러나듯, 이 프로젝트는 작가의 ‘행위’를 통한 사진이라는 ‘매체’에 대한 탐구이며, 동시에 ‘예술’의 역할과 본질을 환기시키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여기서 작가의 ‘행위’라 함은, 특정 대상 뒤에 캔버스를 세우거나 넓은 면적을 가로 지어 캔버스를 펼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이명호를 ‘나무작가’로 세계에 알린 대표 연작 <Tree>에서, 작가는 ‘나무’ 뒤에 캔버스를 세움으로써 피사체가 된 나무 한 그루를 사진에 온전히 담아낸다. 하얀 캔버스 앞에 오롯이 선 나무는, 작가의 개입에 의해 하나의 자연물에서 캔버스에 놓인 예술적 대상이자, 주변과의 관계로부터 자유로운 하나의 존재로 재탄생된다. 존재하는 것을 새롭게 ‘드러내는’ 작가의 행위는, 예술의 가장 원초적인 역할 중 하나인 ‘재현’이라는 영역을 탐한다. <Tree> 연작이 있는 현실을 ‘드러냈다면’, <Mirage> 연작은 사막 한가운데 기다란 캔버스를 보일 듯 말 듯 설치하여 마치 신기루와 같은 비현실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구분된다. 작가는 이러한 <Mirage> 연작을 ‘재연’이라는 개념 하에 두며, 이를 미술평론가 홍경한의 말을 빌려 정의하자면 “현실을 토대로 전혀 새로운 것이 옹립 된다는” 뜻이다. 현실을 재현하고, 비현실을 재연하며 10년 넘게 지속되던 이명호의 ‘예술-행위 프로젝트’는 2018년, 재현과 재연 그 틈에서 새로운 시작을 맞이한다.
재현(再現)과 재연(再演)의 사이, 그리고 그 너머
“어딘가에 캔버스를 설치한다는 점은 동일하지만, 가시적으로 무언가를 드러내거나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며 비가시적으로 어떤 것도 담고 있지 않으나 모든 것을 품고 있다는 의미”
- 이명호
이명호가 제시하는 ‘재현’과 ‘재연’의 의미의 ‘틈’에서 바로 이번 신작이 시작된다. 이번 전시에서 처음 소개되는 <Nothing But> 작업의 캔버스는 그저 덩그러니 서 있다. 이제껏 작가의 작업 속에서 인식전환의 매개물로써 자리하던 캔버스는, 허무하리만큼 아무것도 지시하지 않은 체 꼿꼿이 서 있다. 무언가를 드러내거나(재현), 만들어내는(재연) 역할을 상실한 캔버스는 되려 제시하는 어떤 것이 없기에 모든 것을 품고 있다는 뜻을 내포하며, 존재의 흔적과 실체의 본질에 접근하고자 하는 이명호의 작업 세계를 무한히 확장시킨다.
현실과 비현실, 그리고 그 사이 혹은 그 너머에서 비롯된 작업으로 이루어진 이번 전시는 단지 구현된 가시적 이미지를 통한 인식 전환의 경험을 넘어, 미처 구현되지 아니한 비가시적 이미지로의 체험까지 아우르며, 이를 자유로이 해석하고 소통할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 전시 구성
전시장 1층에는 이명호의 대표 연작인 <Tree> 3점이 놓여진다. 지난 2013년 갤러리현대 전시 이후 제작된 작품들로, 제주도의 오름과 억새 밭을 오가며 작업이 진행되었다. 2016년에 촬영된 <Tree… #8>의 경우, 이번 전시에서 특별히 9개의 대형 캔버스 구성된 대형 설치 작업으로 구현되어, 작가가 억새 밭에서 촬영하는 과정 속에서 느꼈던 감동을 그대로 전한다.
전시장 2층은 이명호가 처음으로 선보이는 연작이자 이번 전시의 제목인 <Nothing But> 5점과 촬영 과정의 기록을 담은 <View of Work: Nothing But> 2점이 전시된다. 다대포와 서해안 갯벌에서 촬영된 작품들이 다양한 크기로 선보여지며, 작가는 무언가를 드러내지도 만들어내지도 않는 하얀 캔버스를 통해 역설적으로 더 많은 이야기의 가능성을 내비친다. 더불어, 전시장 한 켠에는 이미지 채집에 대한 욕망과 허망을 다룬 또 다른 신작 <9 Minutes’ Layers>이 1분 단위로 촬영된 10점의 기록 사진과, 그 10점의 RGB 값이 쌓여 마치 아무것도 남지 않은 것과 같이 하얀 잉크로 이루어진 결과물로 나뉘어 선보인다.
지하 전시장에서는 이명호의 또 다른 대표 연작이자, 비현실 세계로 이루어진 <Mirage> 연작 3점이 검은 공간 안에서 전시된다. 그와 대조되는 하얀 공간에서는, 기존의 수평적 시선에서 벗어나, 수직의 시선으로 이끼 밭에 놓인 돌과 그 흔적을 촬영한 <Stone……> 연작 4점이 놓여진다. 전시장 안쪽에는 올 여름 프랑스 생떼미리옹에 위치한 샤또 라호크(Château Laroque) 와이너리와의 협업 프로젝트로 탄생한 작업인 〈Vine…#1_Château Laroque〉와 그 제작과정을 담은 영상이 함께 전시된다.
■ 작가 소개
서정적이면서도 철학적인 사진 작업으로 널리 알려진 이명호 작가는 1975년 생으로 중앙대학교와 동 대학원에서 사진을 전공하였다. 작가는 〈사진비평상〉(사진비평상위원회, 2006), 〈내일의 작가상〉(성곡미술관, 2009) 등을 수상하며 탄탄한 입지를 쌓아왔고, 요시밀로갤러리(Yossi Milo Gallery, 뉴욕, 2009/2017), 성곡미술관(서울, 2010), 갤러리현대(서울, 2013/2018), 사비나미술관(서울, 2017) 등 국내외 주요 기관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이명호의 작품은 역사적 사진 컬렉션으로 유명한 프랑스국립도서관(Bibliothèque nationale de France)을 비롯하여, 장폴게티미술관(The J. Paul Getty Museum), 암스테르담사진미술관(Fotografiemuseum Amsterdam), 국립빅토리아갤러리(National Gallery of Victoria), 살타현대미술관(Museo Arte Contemporáneo),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등 국내외 유수의 기관에 소장되어 있다.
작가는 현재 서울을 근거로 거주 및 활동하고 있으며, 2018평창동계올림픽 기념 《Player Project》, 한국교직원공제회의 시각장애인을 위한 미술 감상 공익 캠페인 《감각을 깨우다》, 프랑스 샤또 라호크(Château Laroque) 및 샴페인 드라피에(Champagne Drappier)와의 협업, 라이카(Leica) 및 국립문화재연구소 홍보대사 등 전시 외 예술의 활용과 참여 등에도 깊은 관심을 두고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 전시작 소개
어떤 것도 아닌, 그러나 (Nothing But)
<Nothing But #3>, 2018
<Nothing But #4>, 2018
<Nothing But #1>, 2017
이번 전시에서 처음 소개되는 <Nothing But> 작업의 캔버스는 그저 덩그러니 서 있다. 이제껏 작가의 작업 속에서 인식전환의 매개물로써 자리하던 캔버스는, 허무하리만큼 아무것도 지시하지 않은 체 꼿꼿이 서 있다. 하지만 조금의 시간을 가지면, 그 하얗던 캔버스는 하나 둘씩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보는 이에게 이야기한다. 이명호의 나무가 나무였고, 이명호의 신기루가 신기루였다면, 작가가 <Nothing But>에서 내민 하얀 캔버스는 자신이 가리키는 대상이 어떤 것도 아님과 동시에 모든 것일 수도 있다는 무한한 가능성을 내비친다.
이미지 제공: 갤러리현대
나무… (Tree…)
<Tree… #11>, 2018
<Tree… #8>, 2016
<Tree… #9>, 2017
이명호의 〈Tree〉 연작은 매우 서정적인 분위기로 피사체인 나무 한 그루 피사체를 담아낸다. 이명호는 마음에 와 닿는 나무 한 그루를 만나기 위하여 오랜 시간 동안 여러 장소를 탐색하고, 첫 만남 후 1년여 동안 그 나무를 관찰하며 어느 계절, 어느 시간이 그 나무의 모습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을 순간일지를 살펴본다. 이렇듯 세심한 선택의 시간들을 거친 후 시작되는 촬영에 앞서 작가는 하얀 캔버스 하나를 나무 뒤에 세운다. 주목할 것은, 이 하얀 캔버스가 피사체로서의 나무를 자연의 일부 그 이상으로 이끌어내며, 개별 나무 한 그루 그 자체의 온전한 모습을 드러낸다는 점이다.
더하여, 하얀 캔버스는 〈Tree〉 연작 안으로 ‘재현’에 관한 이야기와도 이어진다. 마치 캔버스 위에 나무 한 그루가 그려진 한 폭의 회화처럼 보여지는 인상 때문이다. 초기 사진의 역사에서 사진이 예술로서 취급 받지 못했던 이유는, 사진은 현실의 모방일 뿐, 회화나 조각이 보여주는 재현, 즉 새로운 세계의 창조이자 표현이라는 아우라를 인정받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이명호의 〈Tree〉 연작은 그 논란의 지점을 건드린다. 사진 또한 ‘재현’을 담당하는 예술의 하나라는 주장을 펴는 것이 아니라, 사진이라는 매체의 ‘재현’적 가능성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이미지 제공: 갤러리현대
신기루 (Mirage)
<Mirage #1_Gobi Desert>, 2009
<Mirage #5_Patagonia>, 2012
<Mini of Work: Mirage#3_Tundra>, 2015
〈Mirage〉 연작은 사막, 툰드라와 같은 지역에 엄청난 길이의 캔버스를 펼쳐놓은 광경을 보여준다. 몽골의 고비사막, 이집트의 아라비아 사막, 러시아의 툰트라 초원 등지에서 이루어진 촬영에서 수백 명의 인력이 동원되었고, 캔버스가 펼쳐진 후, 그곳으로부터 수백 미터 떨어져 촬영이 이루어지는데, 결과적으로 이명호 작가는 불모의 땅 저 너머에 생명의 물이 넘실거리는 바다 혹은 오아시스가 존재하는 듯한 순간을 만들어내었다. 전체 사진 안에서 펼쳐진 캔버스의 너비는 매우 사소한 부분밖에 되지 않지만, 그 사소한 부분이 〈Mirage〉 연작의 몽환적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핵심이다. 고달픈 현실의 시공간을 희망의 순간으로 뒤바꾸는 것은 결국 그러한 사소한 무언가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바다〉 연작이 ‘어두운 방’에 놓여진 까닭은 이러한 비현실을 ‘만들어냄’과 관계가 있다. 어두운 무대 위에서 벌어지는 연극 혹은 서커스처럼, 〈Mirage〉 연작은 환상적인 비현실을 ‘재연’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명호의 작품은 온전한 현실의 드러냄을 지향하는 〈Tree〉 연작과 신기루와 같은 비현실의 만들어냄을 의도하는 〈Mirage〉 연작의 아이러니한 관계가 흥미롭다. 캔버스를 펼쳐놓는다는 한가지 방식을 통해 사진작가 이명호의 특유의 서정적 분위기는 동일하게 유지하면서도 개념적으로는 정반대의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미지 제공: 갤러리현대
돌...... (Stone……)
<Stone…… #1_1>, 2018
<Stone…… #1_2>, 2018
문학 작품에서 말 줄임표로 쓰이는 ‘…’을 작가는 확장의 의미로 작품 제목에 덧붙인다. 이명호는 <Tree> 연작에서 학교나 동네와 같이 본인 주변의 나무를 피사체로 다뤘다면, 2011년부터 시작된 <Tree…> 연작에서는 익숙한 곳에서 벗어나 해외와 같이 생소한 곳에서 찾은 나무를 대상으로, 보다 더 넓은 공간 속에서 작품을 선보였다. 이러한 맥락에서, 기존의 수평적 시선에서 벗어나, 새로이 수직적 시선으로 탄생한 <Stone……> 연작에서는 관찰자와 피사체의 관계성, 시간과 공간의 확장성을 선명하게 제시한다. 마치 조물주가 자신의 창조물을 바라보듯, 작가는 수직의 관점에서 대상을 촬영하였으며, 나아가 대상, 대상이 자리했던 시간의 흔적을 함께 선보임으로써 보다 더 확장된 이야기를 작품 속에 담아낸다.
이미지 제공: 갤러리현대
9분의 층위 (9 Minutes’ Layers)
<View of Work: 9 Minutes’ Layers #1>, 2018
이미지 제공: 갤러리현대
〈9분의 층위 (9 Minutes’ Layers)〉연작은 한 명의 작가로써 이미지를 소유하고 채집하고 싶은 욕망과 허망에 대해 다룬 작업이자, 인간의 욕심과 허무에 대한 고찰로도 이어지는 작품이다. <Tree>연작의 연장선상에서 진행된 작업으로, 작가는 캔버스 앞에 놓인 대상을 9분에 걸쳐, 1분 간격을 두고 반복적으로 촬영하여 10개의 결과물은 일렬로 전시하였다. 1분 사이에 벌어지는 대상의 미세한 변화는 가시적인 영역을 벗어나며, 오로지 동일한 이미지의 반복이 인지된다. 그리고 작가는 이 10점의 이미지를 중첩한다. 빛의 3원색인 빨간색(R), 초록색(G), 파란색(B)을 모두 섞으면 흰색이 나오듯, 각 이미지의 RGB 값이 쌓이고 쌓여 ‘무無’이자 ‘유有’의 이미지를 이룬다.
Vine Project - 샤또 라호크(Château Laroque) 협업 프로젝트
〈Vine #1_Château Laroque〉, 2018
이미지 제공: 갤러리현대
이명호 작가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프랑스 생떼미리옹에 위치한 샤또 라호크(Château Laroque) 와이너리와 와인 라벨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와이너리의 커미션으로 작가가 직접 올 여름 샤또를 방문해 현지에서 작업하였으며, 이 결과로 사진 작업을 담은 특수 와인 라벨이 부착된 2016년 빈티지 와인과 작가의 보르도와 샹파뉴 권역 와이너리 탐방 및 작업 과정을 다룬 다큐멘터리가 제작되었다.
작가가 기존 〈Tree〉 연작에서 한 그루의 나무 뒤에 하얀 캔버스를 설치함으로써 나무 고유의 형상이 오롯이 드러나도록 하는 작업을 했다면, 이번 와인 라벨 작업에서는 <Tree> 연작의 개념과 형식을 응용하여 캔버스를 현지에서 생산된 와인으로 염색하고 그 캔버스 자체를 그의 예술적 대상으로 삼았다. 기존에는 ‘텅 빈’의 뜻으로 ‘하얀’ 캔버스를 사용해왔다면, 이번에는 ‘컬러(와인으로 염색한)’가 곧 ‘피사체’가 되는 셈이다. 이번 협업으로 생산되는 와인은 100병 한정판이고 12월 초 출시 예정이며, 내년에는 샤를 드 골(Charles De Gaulle) 장군이 가장 사랑했던 샴페인으로 유명한 ‘샴페인 드라피에(Champagne Drappier)’와의 라벨 작업도 예정되어 있다.
샤또 라호크(Château Laroque)
생떼미리옹 소재 와이너리인 샤또 라호크는 18세기에 호쉐포트 라비(Rochefort-Lavie) 후작에 의해 만들어졌고, 대공황으로 인해 와인 생산이 중단되었던 1935년도까지 라비 가문이 운영을 지속해왔다. 그 이 후 보막땅(Beaumartin)가문이 사유지를 매입하여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으며, 생떼미리옹 지역에서 제일 큰 사유지를 소유하고 있다. 프랑스 생떼미리옹은 보르도 권역에 위치한 역사 깊은 포도 재배지로 중세 시대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함으로써 1999년도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