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작가 ▶ 김현주, 박성준, 정석희, 허현숙
전시일정 ▶ 2018.10.26. ~ 2019.01.31.
관람시간 ▶ Open 10:00 ~ Close 18:00(월 휴관)
평화문화진지
2018 평화문화진지 기획전시
《코리안 메모리얼Korean Memorial》
평화문화진지는 2018년 기획전시로 《코리안 메모리얼Korean Memorial》을 개최한다. 올해로 개관1주년을 맞이한 평화문화진지는 ‘평화’, ‘한국근현대사’를 주제로 작품・전시를 공모하고 김현주, 박성준, 정석희, 허현숙 4인의 작가를 선정하였다. 선정된 작가들은 우리 사회에 일어나는 크고 작은 현안들을 비롯하여 인간의 실존적인 문제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해왔다. 작가들의 끝나지 않는 질문은 회화, 미디어, 사운드 등 다양한 매체의 작업으로 구현되었다.
과거 군사시설로 전쟁을 상기시켰던 대전차방호시설 위에 ‘평화’문화진지가 자리 잡기까지 시민들의 적극적인 노력이 기반이 되었듯, 해결되지 못한 채 산적한 문제 위에 ‘평화’를 세우기 위해 동시대를 살아가는 작가가 포착한 문제에 대한 당신의 대답이 필요하다.
김현주, <몸 부름 말>
single channel video installation, 15min, 2018
김현주(1975-)는 영상, 설치, 퍼포먼스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나는 누구인가]라는 존재론적, 사회론적 질문과 함께 낙후되거나 재개발을 앞둔 장소, 혹은 사회적으로 은폐된 장소를 대면해 왔다. 지역의 역사와 현재의 삶을 관측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는 작가의 작업은 자신의 몸을 지역의 특정 장소와 사람에게 밀착시켜 작가 고유의 내부적 경험과 미시적 시각을 만들어 낸다. 빈 장소나 버려진 사물들, 사라지거나 없어진 존재들과 이야기 나누고 그것들이 견인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더듬어 몸으로 수신하고자 했던 일련의 행위들은 통속화 되거나 은폐된 이야기를 현재의 시간으로 불러들임으로써 사건화하고, 휘발된 이야기들의 본질을 다시 현세화하여 조망하고자 하는 의지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일련의 작품 활동들은 “역사와 개인의 상처를 화해하고 해소하려는 [임상역사]적 성격이 있다”라는 평과 함께 작가는 역사에서 사라지는 소외된 죽음들을 위령하고 [보통의 삶]을 동시대로 불러 세우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람들은 기지촌 여성들을 [양갈보], [매춘부], [창녀]라고 불렀다. 국가는 그녀들을 [위안부], [애국자]라고 불렀으며 미군은 [Little Brown Fucking Machine], [Yellow Stool]이라고 말했다. 지워진 여성들의 몸과 이름, 그녀들은 어디에 있을까?
<몸 부름 말>은 동두천에 위치한 일명 [언덕 위의 하얀 집], [몽키 하우스]로 기억되는 낙검자 수용소와 기지촌에서 사라지고 외면당한 죽음들, 소외된 여성들의 목소리를 보이스퍼포머와 안무가의 몸을 통해 소환한다. 가족, 이웃, 국가로부터 외면당했던 기지촌 여성들의 삶과 죽음의 소리들을 산자의 몸으로 붙잡아 둘 수는 없을까? 떠돎의 소리를 붙잡아 현재와 연대하고 여전히 난무하는 폭력으로부터 대항할 수는 없을까?
<몸 부름 소리>는 고통 속에 세월을 잃어버린 이들의 소리를 지금, 여기에 불러 세움으로써 왜곡되고 묵인되었던 여성들의 삶과 은폐된 채 사라지고 있는 여성들의 몸을 다시 마주하고자 한다.
YOUR FLAME III
interactive installation, 2018(*본 사진은 2017년도 전시 현장 기록입니다)
박성준(1979-)은 스위스 제네바고등미술학교(Haute école d'art et de design)에서 시각예술(arts visuels)과 미디어디자인(media design)을 수학하였고 영화적 내러티브를 기반으로 하는 영상, 인터렉티브 설치, 그리고 미디어 퍼포먼스를 통해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영상언어를 해체하고 조합하여 의도적으로 혼란과 괴리의 공간을 재현하고 극대화시키는 그의 작업은 욕망과 불안에서 기인하는 인간의 갈등이 담겨 있다.
인간의 삶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는 서로 상반된 두 개의 요소인 전쟁과 축제에는 항상 불꽃이라는 이미지가 각각 그 시작과 끝이 되어 뒤따른다. 이러한 불꽃 이미지는 인간의 감정과 정서에 머물면서 아이러니하게도 전쟁과 축제의 상징적 대상이 된다. 불꽃이라는 모티브로 시작된 <YOUR FLAME III>는 데이터베이스화된 불꽃이미지와 사운드를 통해 관람자에게 극단적이며 서로 다른 두 개의 감정(전쟁과 평화)을 동시에 경험케 하여 같은 대상을 보고도 서로 상반된 시선을 갖게 되는 인간의 이데올로기적 갈등에 근원적 질문을 던지며 평화의 메시지를 역설하고 있다.
정석희, 다리
single channel video installation, 2.2min, 2018
정석희(1964-)는 2017년 《들불》(인천아트플랫폼), 2016년 《시간의 깊이》(OCI 미술관)를 포함하여 15회의 개인전을 개최하였고, 2017 《플랫폼아티스트》(인천아트플랫폼) 등 70여 회의 그룹전에 참여했다. 정석희는 드로잉, 회화, 영상작품을 통해 인간 실존의 문제들을 담대하게 다뤄왔다. 그는 소소한 일상적 언어와 풍경을 통해 인간의 존재론에 대한 서사에서부터 현실과 비현실, 갈등과 대립 등 인간이 관계를 맺고 살아가면서 파생되는 여러 가지 문제들을 폭넓은 관점으로 작업에 담는다. 특히, 작가는 수많은 형상을 반복적으로 [그리고] [지우는] 과정을 모아 하나의 영상 회화로 만드는 독특한 방식을 취하며, 인간을 주제로 인간의 순수한 꿈과 일상, 깊은 사유 속의 심상들을 수백 장의 드로잉, 회화에 담아 하나의 영상으로 만들고, [영상 매체]를 통해 두터운 시간의 층위를 더하며 회화의 가능성을 실험해 나간다.
이번 전시는 2점의 영상과 2점의 설치작품으로 구성된다. 작업은 우리의 현대사 중 가장 큰 비극인 6.25전쟁의 한 부분을 다루고 있다. 전시장 전면의 큰 스크린에서는 영상회화의 기법으로 우리나라의 근현대사의 모습을 상징하는 혼돈의 소용돌이에서 출발하여 폭파되는 한강철교와 포탄이 투하되는 장면을 통하여 전쟁의 공포와 비극을 극대화 시켰다. 이어지는 영상은 최근의 한반도의 평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남북한 두 정상의 판문점 도보다리 대화를 투사함으로써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역사적 불확실성에 대해 살펴보려 한다. TV 모니터로 보여지는 영상 드로잉은 비무장 지대의 순결한 동물의 학살을 통하여 분단된 우리나라의 현실의 아픔을 드러내려 하였다. 두 점의 설치작업은 부러진 다리, 숲속의 고라니, 기관총 등 전쟁을 상징하는 이미지의 실루엣을 보여준다. 그것들은 역사의 흔적과 지나간 과거의 시간성을 의미한다.
허현숙, 어디서든 행복하길 바랄게요Ⅱ
이합장지에 흑연, 160x120cm, 2018
허현숙(1986-)은 숙명여자대학교에서 학사 및 석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개인전 10회, 40여회의 그룹전 및 아트페어에 참여하였다. 2014년 겸재정선미술관 [내일의 작가]에 대상을 수상하였으며,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기타 공공 미술관에서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2017년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2018년 성북문화재단 입주작가로 활동하였으며, 다양한 프로젝트를 예정 중에 있다.
작가는 [집]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시간적 흐름 속 일상의 역사를 기록하는 작업을 진행한다. 청량리 철거민 1세대인 친할아버지 때부터 [상계동]을 터전으로 유년시절을 보낸 작가는, 1980~1990년대 급변하는 도시발전 속 세대를 거쳐 동네가 변화되어가는 모습을 직접 경험하고 체험한다. 오랜 기간 한 지역의 변화를 고스란히 느낀 작가는, 이제는 사라진 기억 속 도시의 비현실적 생성 및 곧 없어질 도시의 기록적 삽화라는 양면적 시각을 통해 시간의 흐름 속에서 체감하지 못하게 변화하는 도시의 모습을 재인식하고자 한다.
이번 전시는, 이미 사라지고 없어진 어느 지역의 모습, 아님 없어질 모습이 비교적 사실적으로 그려진 작가의 산책자적 결과물에 대한 기록이다. 작품초기 유년시절 기억에 의존한 비현실적 [집]들을 그렸던 반면, 2013년부터는 구도심을 중심으로 한 산책을 통해 곧 없어질, 비교적 오래된 동네에 대한 일상의 기록을 표현했다. 작가가 단기간 가까운 가족들의 죽음(줄초상)을 목격한 후, 함께했던 공간을 추억함으로써 시작된 이러한 기록은, 할아버지의 역사, 아빠의 역사, 나아가 역사책에는 기록되지 못할 사람들의 일상의 기록을 표현하기 위함이며, 그들과 함께한 30~100년 된 집들에 대한 건축적 등급이 아닌 일상으로서의 삶의 기록을 표현함으로써 누구에나 있을 법한 친숙한 동네를 기억하고 추억하며 또 인지하길 바라는 마음을 기록한 전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