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청주 《별 헤는 날: 나와 당신의 이야기》개최
◇ MMCA 청주의 첫 전시이자 개관특별전
- 강익중, 김수자, 김을, 임흥순, 정연두 등 한국 현대미술 대표 작가 15명의
회화, 사진, 조각, 영상 등 소장품 23점 전시
- 구 연초제조창이 미술관으로 재생되기까지 역사와 청주 시민들의 기억을 조망하는 영상, 사운드 설치
신작 <정상에 선 사나이>, <파수꾼들> 최초 공개
- 2018년 12월 27일(목)부터 2019년 6월 16일(일)까지 MMCA 청주 5층 기획전시실
국립현대미술관(관장 직무대리 박위진)은《별 헤는 날: 나와 당신의 이야기》전을 2018년 12월 27일(목)부터 2019년 6월 16일(일)까지 MMCA 청주 5층 기획전시실에서 개최한다.
《별 헤는 날: 나와 당신의 이야기》전은 MMCA 청주의 개관에 맞춰 열리는 개관특별전으로 일상 속에 숨겨진 보석같이 반짝이는 소중한 순간을 포착해낸 예술가들의 작품으로 구성된다. 국내·외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며 명성을 얻고 있는 강익중, 김수자, 김을, 정연두, 임흥순 등 대표 중견작가와 미술평단의 주목을 받고 있는 전소정, 양정욱, 김다움, 고재욱 등 젊은 작가 15명의 회화, 사진, 조각, 영상 설치 작품 등 모두 23점이 전시된다. 출품작들은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8,100여점의 한국현대미술 소장품 중 전시 주제에 맞게 엄선된 대표작들이며, 구 연초제조창이었던 MMCA 청주의 역사를 조망하는 다큐멘터리 영상, 사운드 설치작품 2점이 개관을 기념하여 커미션으로 제작되어 이번 전시에서 처음으로 선보인다.
전시의 시작을 알리는 MMCA 청주 로비에는 1만 점의 3인치 회화 작품들이 하나의 거대한 세상을 만들어내는 청주출신 작가 강익중의 대표작 <삼라만상>이 관객들을 맞이한다.
5층 기획전시실에 들어서면 전 세계 8개 도시에서 촬영된 김수자의 <바늘여인>이 다양한 국가와 인종의 차이를 뛰어넘어 소통과 공감의 메시지를 전한다. 이어서 정연두의 <내사랑 지니 I>와 원성원의 <드림룸-배경>은 친구와 이웃의 꿈을 현실로 실현시키는 아름다운 마법을 보여준다. 김상우의 극사실주의 회화 <세대>를 비롯하여 김옥선, 이선민의 사진 연작 <해피투게더>와 <트윈스>는 가족과 이웃들의 일상적인 모습 속에 숨어있는 이야기들에 주목한다. ‘줄광대’, ‘기계자수사’ 등 우리 주변의 ‘장인’들을 조명하는 전소정의 싱글채널 영상 <마지막 기쁨>, <어느 미싱사의 일일>, <열 두개의 방>, <보물섬>과 케이블 기사의 ‘손노동’을 주목한 차재민의 영상 <미궁과 크로마키>, 그리고 여성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임흥순의 <위로공단>은 일상의 삶 속에서 이어지는 다양한 ‘노동’과 ‘노동자’들의 삶의 이야기에 주목한다. 양정욱의 움직이는 조각 <피곤은 언제나 꿈과 함께>는 심야시간 경비초소 안에 있는 경비원의 이야기를, 최수앙의 극사실주의 조각 <The Hero>는 작가 아버지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제작된 작품이다. 젊은 작가 고재욱과 김다움은 구 연초제조창이었던 MMCA 청주의 공간적 변화와 역사의 흐름을 조망하기 위해 다양한 아카이브 자료를 조사하고, 청주 지역 시민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완성한 작품 <정상에 선 사나이>와 <파수꾼들>을 각각 공개한다.
전시실의 마지막은 1,200여점의 드로잉 작품이 거대한 은하계의 형태로 구성된 김을의 <갤럭시>가 시각의 향연을 펼치며 대미를 장식한다.
전시장을 찾은 관객들은 친숙한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를 통해 막연히 난해하고 어렵게만 느껴졌던 ‘현대미술’과 좀 더 가까워진 느낌을 갖게 될 것이다. 이번 전시는 국내·외 명품 현대미술의 수장과 보존의 메카이자 다양하고 흥미로운 전시를 통해 충북 및 청주 지역 관객들에게 사랑받는 ‘국립현대미술관 청주’의 비전을 제시하는 첫 전시가 될 것이다.
■ 전시개요
○ 전시제목: 국문 《별 헤는 날: 나와 당신의 이야기》
영문 A Day for Counting Stars: The Story of You and Me
○ 전시기간: 2018. 12. 27.(목) ~ 2019. 6. 16.(일)
○ 전시장소: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기획전시실(5층)
○ 작 가: 강익중, 고재욱, 김다움, 김상우, 김수자, 김옥선, 김을, 원성원, 이선민, 양정욱,
임흥순, 전소정, 정연두, 차재민, 최수앙 등 (총 15명, 가나다 순)
○ 전시작품/자료: 회화, 사진, 조각, 영상 미디어 설치 등 23점
○ 관 람 료: 무료
우리는 모두 ‘별’의 후예들이다. 인간의 몸을 구성하는 기본 원소인 수소, 산소, 탄소, 질소, 칼슘 등은 지구와 우주를 구성하는 성분 원소들과 동일하다. 이는 첨단 ‘과학적’ 분석은 물론이거니와, ‘진흙을 빚어 신의 숨결을 불어넣고, 흙에서 와서 흙으로 돌아간다.’는 ‘종교적’ 신념과도 상통한다. 결국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가 ‘별’의 먼지로부터 비롯되었음을 ‘과학’과 ‘종교’에서 공통으로 언급하고 있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렇듯 숭고한 우주의 족보를 지닌 고귀한 존재인 인간들은 고작 수천 년의 세월 동안 만들어낸 ‘문명’의 우월성을 자랑하며, 스스로의 위엄을 망각하고 편을 갈라 이전투구(泥田鬪狗)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렇듯 치열한 생존경쟁에 목숨을 건 위기의 상황 속에서 나약한 ‘개인’은 온전히 제 한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서 두 눈을 부릅뜨고, 주위를 살피며 한걸음씩 나아간다. 하지만, 아무리 조심한들 우리는 종종 깊은 수렁에 빠지거나, 어두운 숲 속에서 길을 잃고 방황하며, 때로는 천 길 낭떠러지로 굴러 떨어지곤 한다.
인간은 자신의 역량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을 대면하거나 깊은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한없이 나약해질 때 비로소, 고개를 들어 하늘을 향해 시선을 돌린다. 자신 앞에 끝없이 펼쳐진 광활한 하늘과 검은 우주에 펼쳐진 반짝이는 별들의 향연을 바라보며 비로소 존재의 근원에 대한 깨달음과 인간 욕망의 덧없음을 자각하고 거대하고 숭고한 존재 앞에 무릎을 꿇는다. 인간의 문명으로 여전히 상상 불가한 미지의 영역인 광활한 우주를 메우고 있는 수 천 억 개의 별들을 바라보며, 나의 삶을 성찰하고 돌아보게 된다.
현대의 예술가들은 하늘의 별과 같이 소중하고 아름다운 존재인 ‘너와 나’에 대한 애정과 세심한 관찰을 바탕으로 우리의 존재가 우연히 만들어진 하찮은 존재가 아님을, 거대한 우주와 본질을 공유한 존재이자 우주의 한 부분으로 돌아갈 운명을 지닌 고귀하고 지적인 존재임을 드러낸다. 이번 전시에 출품된 작품들은 특정한 관객의 감상을 위한 ‘예술’이 아니며, 서로 부대끼며 사랑하는 우리 이웃들의 소중한 ‘이야기’이다. 이들의 작품은 광폭하게 회전하는 거대한 생존의 수레바퀴에 매달려 앞 만 보며 내달리는 우리들의 편협한 시각을 넓혀주고, 팽팽하게 당겨진 신경을 이완시키며, 우리들의 소소한 일상에서 삶의 소중한 가치를 발견하도록 이끈다. 작고, 미약한 우리의 존재가 암흑 속 우주를 밝히는 작은 별처럼 아름답게 빛나는 존재임을 다시금 깨닫게 해준다.
《별 헤는 날: 나와 당신의 이야기》는 회화, 사진, 조각, 영상 설치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작은 일상의 이야기에 주목하고, 그 속에 감춰진 보석같이 반짝이는 소중한 순간을 드러내는 15작가의 작품 23점으로 구성되어있다. 전시 출품작들은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8,100여점의 한국현대미술 소장품 중에서 주제에 맞게 엄선된 대표작들이다. 전시장을 찾은 관객들은 친숙한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를 통해 막연히 난해하고 어렵게만 느껴졌던 ‘현대미술’과 좀 더 가까워진 느낌을 갖게 될 것이다. 이번 전시는 국내외 명품 현대미술의 수장과 보존의 메카이자 다양하고 흥미로운 전시를 통해 충북 및 청주 지역 관객들에게 사랑받는 ‘국립현대미술관 청주’의 비전을 제시하는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강익중, <삼라만상>, 1984-2014, 패널에 혼합재료, 동에 크롬도금
<삼라만상>(1984~2014)은 일만 점에 이르는 작은 캔버스들이 단위별로 모여 하나의 거대한 세상을 만들어내고 있는 작품이다. 가로, 세로 3인치의 작은 이미지들은 서로 연결되고 화합하면서 거대한 우주 즉, '삼라만상'의 세계를 구현해내고 있다. 사방 벽에 설치된 작품의 중심부에는 일만 점의 캔버스가 발하는 시끌벅적한 이미지의 향연과 무관한 듯 무심하게 정좌한 부처상이 위치하고 있다. 유리처럼 주변 사물을 반영하는 크롬 도금된 '반가사유상'의 표면에는 벽면에 설치된 작품들과 이를 감상하는 관객들이 투영되면서 결과적으로 '있으면서도 없는 '색즉시공, 공즉시색'의 경지를 보여주고 있다.
김수자, 바늘여인, 1999-2001, 8채널 비디오, 컬러, 무음
<바늘여인>(1999~2001)은 작가가 도쿄, 상하이, 델리, 뉴욕, 멕시코시티, 카이로, 라고스, 런던 등 여덟 도시를 방문하여 촬영한 영상이다. 김수자는 천과 천을 이어주는 '바늘' 처럼, 수많은 인파들 틈에서 미동도 하지 않고 꼿꼿이 서있다. 작가가 주요한 모티브로 사용했던 ‘보따리’와 마찬가지로 ‘바늘’ 역시 가족과 개인, 사랑과 이별, 정착과 이주, 안정과 불안 등을 상징적으로 암시하는 소재다. 김수자는 자신의 몸을 이용하여, 마치 천과 천을 연결하는 바늘처럼 경계 없는 시공간 속에서 사람과 사람간의 연결시키는 '인간바늘'의 역할을 담당한다. 이 작품은 세계의 도시 속 익명의 존재들을 감싸 안으며 동시대를 함께 통과하는 인간에 대한 작가의 깊고 따뜻한 애정을 보여주고 있다.
정연두, 내사랑 지니 I, 2001-2005, 싱글채널 비디오
<내사랑 지니>(2001~2005)는 정연두의 초기 대표작 중 하나이다. 작가는 다양한 나이와 국적을 지닌 평범한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꿈'에 대해 질문하고, 그들이 상상하는 '꿈'을 현실로 실현시킨다. 작가는 인물들의 현재 상황을 보여주는 모습을 촬영하고, '꿈'이 이루어진 후 극적으로 변화된 모습을 정교하게 재현된 공간 속에서 촬영한 후에 이를 함께 전시했다. 비록 이러한 과정은 실제로 꿈이 이루어 주는 것이 아니라, 일시적이며 신기루 같은 것임에도 불구하고 작가와 모델들은 적극적이며, 즐겁게 작품을 완성하게 된다. 참가자들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꿈'의 실현에 대한 행복한 상상을 온 몸(?)으로 체험하게 된다. 영상 속에는 총 20명의 다양한 인물들이 각자의 아름다운 '꿈'을 이루는 장면이 투영되고 있다.
원성원, 드림룸-배경, 2004(2017), C-프린트
Dreamroom 연작은 작가의 독일 유학시절 시작한 사진 콜라주 연작이다. 사진 속 공간은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이미지의 조합으로 가득 차 있다. 그의 작품 속에는 각박한 현실에서 탈출하기 원하는 친구들의 소박한 혹은 불가능한 꿈이 실현되는 놀랍고 유머러스한 순간이 담겨있다. 사진의 오른쪽 중간에 등장하는 수영하는 인물 '배경'은 미디어 작가다. 조용하고 내성적인 성격의 이 인물은 '물고기'를 좋아한다. 첨단 미디어로 작품을 제작하는 '배경'에게 고요한 물 속은 피난처 같은 곳이다. 비록 수영을 하지는 못하지만, 물 속을 부유하며 물고기와의 정적인 교류를 하고 싶은 그에게 거대한 수족관은 가장 이상적인 공간일 것이다. 산호초와 물고기들 사이로 유영하는 '배경'의 모습은 무척이나 행복하고 자유스러워보인다.
김옥선, 해피 투게더-옥선과 랄프, 2002, 디지털 크로모제닉 프린트
<해피 투게더-옥선과 랄프>(2002)에서 '옥선'은 작가 자신이며 '랄프'와 결혼하여 제주도에 살고 있다. 랄프는 독일에서 영화를 전공했으며 제주대 독일학과에 재직하다가 서귀포로 이주하여 다이빙 숍을 운영하고 있다. 부부의 딸 한나는 2002년 한국 국적을 취득한 후 2003년에는 서귀포에 있는 초등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다. 작가 자신의 경험과도 연관되는 이 작품에서 각자의 의자에 몸을 맡기고 있는 부부는 낯설고 불안정한 모습으로 표현된다. 김옥선은 이런 모습을 통해서 가장 친밀한 사이인 부부간의 소통에도 사회문화적, 언어적 차이에 의해 미세하게 어긋나는 상황이 있음을 건조한 시선으로 포착하고 있다.
이선민, 상엽과 한솔, 2008(2012), 잉크젯 프린트
<트윈스> 연작은 실제 쌍둥이를 찍은 사진이 아니라, 혈연으로 연결된 '엄마와 딸' 그리고 '아빠와 아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사진연작이다. 이들은 혈연이라는 생물학적인 유사성을 넘어 사회, 문화, 경제적으로 비슷한 삶의 패턴을 보여준다. 부모와 자식의 모습은 생물학적 유전자의 공유와 함께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들의 삶의 형태를 연결시키는 '후천적 쌍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신체적 닮음과 함께 동일한 생활 환경에 의해 획득한 외형적 형질의 유사성을 보여준다. 실내외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인물들은 일상의 자연스러운 스냅사진과는 달리 어딘지 모르게 경직되고 전형적인 모습처럼 보인다. 작가는 모델들의 의상과 포즈를 정하고 세밀하게 조정된 조명을 통해 마치 '모녀' 혹은 '부자' 관계의 전형을 보여주는 '사진 도감'처럼 연출된 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이선민은 이들의 모습을 통해 단순한 혈연적 연결을 넘어서 취향과 취미의 공유를 통해 형성되는 '후천적 쌍둥이'의 사회학적 의미까지 드러내고 있다.
김상우, 세대, 2003, 캔버스에 유채
<세대>(2003)는 세로형 캔버스에 다양한 연령대의 인물들을 한 명씩 그려 넣은 총 10점의 작품으로 구성되어있다. 고전적인 사실주의 인물화처럼 정교한 테크닉으로 묘사된 각각의 인물들은 마치 실제 인물을 직접 대면하는 듯 현장감이 느껴진다. 취학 전의 개구쟁이 꼬마에서 초·중·고등학생, 여대생, 성인 여성, 회사원, 노인에 이르기까지 각각의 인물들은 어느 하나 소홀함 없이 각자의 개성을 간직 모습으로 묘사되어있다. 무작위적으로 채집된 표본처럼 보이는 각 인물들은 편안하고 일상적인 표정과 포즈로 인해 우리 주변에 언제나 존재하는 이웃들처럼 자연스러워보인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변해가는 실제 인물들과는 달리, 그의 그림 속 이미지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생명력을 부여받은 듯 생생하게 다가온다.
전소정, 마지막 기쁨, 2012, 싱글채널 비디오, 2.1채널 사운드, 컬러, 사운드
전소정(1982~)은 타인의 삶 속에서 발견하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연극적인 무대 설치, 퍼포먼스, 사진, 영상 등의 방식으로 제시한다. 전시 중인 작품은 '줄광대', '기계자수사', '피아노 조율사', '해녀'의 이야기를 담은 단채널 영상들이다. 일반적으로 이들을 예술가라고 부르지는 않지만, 각자가 설정하고 있는 궁극적 이상을 향해 무섭게 몰입하는 모습은 예술가의 태도와 많이 닮아있다. 그들은 자신만의 ‘예술’을 통해 생계를 책임지며, 일상과 예술의 경계에 선 사람들이다. 우리 주변의 일상의 전문가들은 예술과 삶이 조화롭게 뒤섞인 이상적인 상태를 꿈꾸지만 현실적인 문제로 인해 예술과 삶이 분리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러한 상태는 줄 위의 광대처럼 일상과 예술, 이상과 현실, 전문가와 대중의 양극을 아슬아슬하게 오가는 예술가들의 상황을 반영하기도 한다.
양정욱, 피곤은 언제나 꿈과 함께, 2013, 나무, 모터, 실, PVC
<피곤은 언제나 꿈과 함께>은 작가가 야간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했을 때 목격했던 경비초소 경비원의 모습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이다. 작가는 모두가 잠든 야심한 시각의 경비 초소와 그 속에서 고개를 까닥까닥 떨구며 졸고 있는 고단한 경비원의 모습, 그리고 그의 꿈에 대한 이야기를 움직이는 조각으로 재현했다. 위아래가 좁아지는 원통형 형태의 구조물 속에는 수 십 개의 나무 조각과 플라스틱 페트병들이 얼기설기 실로 연결되어있고, 작은 모터로 구동된다. 작은 경비실의 열린 창으로 보이는 경비원이 머리를 떨구며 꾸벅꾸벅 조는 모습을 절묘하게 연상시키는 나무 조각과 페트병들의 움직임은 관객들의 주목을 끌어낸다. 구조물의 내부에서 비추는 빛의 효과는 공간 전체를 기하학적인 구조물의 그림자로 꽉 채우고 있다.
임흥순, 위로공단, 2014, 싱글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위로공단>은 2015년 베니스비엔날레에서 은사자상을 수상하며 작가이자 영화감독으로서 임흥순의 존재감을 드러낸 대표작이다. 한국영화로는 처음으로 베니스비엔날레 국제전에 작품이 소개된 만큼 미술의 경계를 확장시켰을 뿐만 아니라 한국 영화사에서도 특별한 의미를 가지는 작품이다. <위로공단>은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이념의 굴레 없이 풀어내 감동을 안긴다. 작가는 “어머님, 여동생과 같이 가족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며 살아오신 많은 여성노동자들에 대한 헌사의 영화”라고 소개하며 '40년 넘게 봉제공장 ‘시다’ 생활을 해 오신 어머니와 백화점 의류매장, 냉동식품 매장에서 일을 해온 여동생의 삶으로부터 영감 받은 작품'이라고 밝힌 바 있다. <위로공단>은 1970~80년대 구로공단 '여공들'의 이야기부터 승무원, 텔레마케터 등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수많은 여성 노동자들에 대한 이야기다. 험난한 세월을 견뎌온 여인들의 기억과 역사적인 증언들은 다양한 실험적인 이미지들과 조합되어 묵직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최수앙, The Wing, 2008, 레진에 유채
익명의 인물들로 부터 떨어져 나온 손목 덩어리가 거대하게 펼쳐진 날개 형상으로 모여있는 The Wing (2008)은 최수앙 조각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있는 대표작 중 하나이다. 성별과 이름을 알 수 없는 다수의 사람들이 서로 협력하여, 하나의 거대한 이상을 이루듯 서로의 손목을 촘촘하게 붙잡고 있는 수많은 손들은 이제 막 날아오르려는 듯한 커다란 날개로 변신하였다. 흔히 사회, 정치적 측면에서는 하나의 전체로 뭉쳐진 이들의 희생을 숭고하다거나, 거룩하다고 칭송한다. 하지만 익명의 개인들의 측면에서는 비록 그가 원했던 혹은 그렇지 않았던 간에 그 희생은 잔인할 수 있다. 개인의 본능과 욕망은 흔히 전체라는 허상의 폭력 속에 숨겨지고, 희생되기 때문이다.
김을, 갤럭시, 2003~2016, 종이에 드로잉, 각종 오브제
광활한 우주의 심연과도 같은 깊은 어둠을 배경으로 1,200여점의 드로잉들이 작은 '별'처럼 모여 거대한 은하계의 형태를 이루고 있다. <갤럭시>(2003~2016)를 구성하는 별들은 2003년부터 2016년까지 작가 김을이 세상과 대면하면서 창조해 온 크고 작은 충돌의 흔적이라고 할 수 있다. 각각의 빛나는 드로잉들은 김을의 기억과 경험, 육체와 정신의 작동 원리를 해석할 수 있는 세밀한‘도해(圖解)’이자 그의 전모를 파악할 수 있는 거대한‘자화상’이라고 할 수 있다. 김을의 작품을 통해 관객들도 자신만의 작은 우주를 상상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