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에서 빛으로: 박현주 전>
작가 박현주는 이번 전시에서 그동안 추구해온 ‘빛 시리즈’의 연장선장에서 회화와 오브제, 드로잉 등 다양한 형태의 신작을 선보인다. 일본 동경예술대학에서 유화재료기법을 전공하던 작가는 재학 시절 중세 성화의 금빛 아우라에 매료되어 이후 세속적 공간과 성스러운 공간의 경계를 넘어서는 찬란한 빛의 공간을 재현하고자 노력해왔다.
오랜 시간 장인적인 작업의 결과물이며 형식과 일루젼의 통상적 개념을 허무는 그의 작품은 이번 전시에 이르러 더욱 원숙해진 동시에 보다 자유로운 표현과 유희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어떤 전환점을 맞이한다.
작가의 작품은 본질적인 삶에서 연유한 질문과 그의 추구라는 개인적 성찰의 여정에서 비롯된 것으로 본인의 삶의 무게와 빛이 던져주는 구원과 치유의 의미를 담고 있다.
수많은 형식적 실험과 숙련을 통해 작가는 템페라가 주는 색채의 풍부함과 금박이 만들어내는 빛의 환영을 조화시켜 그 자체가 발광하는 듯한, ‘빛을 입은’ 오브제를 창조해낸다.
원래 색이란 인간의 시각에 속하는 것이며 빛은 신에게 속한 것이기 때문에 서로 대치되는 어떤 것이지만 오브제는 현실의 색과 금박의 환영을 조화시킴으로써 동시에 스스로 빛을 내는 발광체이자 그 빛이 조명되는 반영체가 된다.
작가 자신이 오브제에 조명을 비추는 행위를 ‘자신의 내면세계에 빛을 비추는 자아 성찰의 행위’라고 표현했듯이 전시장의 오브제는 깊고 무한한 공간을 응축한 채 이중, 삼중, 사중의 그림자를 드리운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오브제와 평면 회화에서 자유롭고 과감한 유희적 표현이 드러난다는 것이다. 풍부하고 강한 색채와 대담한 구성 양식에도 불구하고 항상 절제되고 숙연한 표현으로 일관해왔던 작가는 오브제에서도 강한 색채를 사선으로 배치하고 평면에서도 작업 과정이 노출되는 표현의 변화를 보인다.
작가는 작업에 매진하는 자신의 작업 인생을 통해 점진적으로 해방과 유희적 의미를 발견해 낸 것 같다.
초기 오브제 작업이 엄숙한 기도의 느낌을 주고 있다면 근래의 입체 작업과 회화 작업은 빛으로 인해 빚어지는 형상과 그림자들이 공간에 따라, 주위 사물들의 운용에 따라 더욱 섬세하면서도 자유로운 행동의 반경을 보여주고 있다. 색채와 빛의 경계는 모호해지고 때로는 색 자체가 빛을 머금은 느낌을 준다.
지향하는 빛은 어떤 의도와 의식의 한계로 규정되는 것이 아니며 인간의 감수성마저 그러하다는 것을 형식과 표현의 파격을 통해 작가는 보여주고 있다.
박현주 작가의 전시를 보는 관객들은 구원의 빛이자 자유로움의 빛을 공유하고 작가 인생의 여정을 함께하고 있는 셈이다. (미술비평 한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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