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3-07 ~ 2019-04-20
권혁
02-333-0022
작가 권혁은 물이 형태와 그 내용을 바꾸며 퍼져나가는 현상을 탐구함으로써 물감의 흐름과 실-스티치의 움직임으로 만물의 근원을 추적해왔다. 이번 전시 《구름이 낯을 가리고 The Cloud Dream of the Nine》에서는 <바람과...>와 <숨>,그리고 <구름이 낯을 가리고> 시리즈를 선보인다. 그의 신작들은 섬세한 스티치가 불러일으키는 몰입감과 함께, 물감 흘리기와 붓의 스트로크stroke-액션action을 통한 수행성performative과 역동성dynamic,그리고 다채로움diverse을 강화하였다.
‘구름이 낯을 가리고’는 서포(西浦) 김만중(金萬重)이 지은 고대소설, <구운몽>첫머리에 나오는 글귀로 중국의 오악(五嶽) 중 형세가 가파르고 높아 구름에 가린 봉우리를 묘사한 것이다. <구운몽>은 일장춘몽에 대한 이야기로, 육관대사(六觀大師)의 제자였던 성진(性眞)의 윤회과정을 통해 욕망과 실재, 선불계(仙佛界)와 현세(現世)의 관계를 보여주는 소설이다. 권혁 작가는 이들의 관계에서 나오는 긴장감을 참조(reference)로 하고 있다.
이번 신작들에 대한 작가노트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이번 전시는 “조선 숙종 때 김만중의 소설’구운몽’을 토대로 작업을 풀어 보았다. 이 소설은 김만중이 노모를 위하여 하룻밤에 쓴 책이다. 인간의 부귀, 영화, 공명은 일장춘몽에 지나지 않는다는 결론으로 성진과 양소유라는 주인공을 배경으로 삶의 실체를 모르면서 욕망하는 것에 대한 내용이다. 이는 인간본연의 모습을 상징하기도 한다. 여기서 관심 있었던 부분은 꿈과 현실을 넘나들며 소설이 인간의 욕망에 관해서 이야기하는 부분이다. 주인공 성진/ 양소유는 부귀공명을 성취했다고 하는 순간 불멸의 도에 대한 다른 욕망이 생겨나는 사건을 중심으로, 결국 우리가 직시해야 할 것은 무엇을 욕망하느냐가 아니라 욕망의 원인을 통해 ‘실재’를 들여다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일이 꿈이고, 어떤 일이 진짜인지... 몸과 정신, 초월적 존재와 내면적 욕망, 이상과 실체 등. 꿈과 현실이라는 배경설정을 통하여 현실과 이상세계에 대한 구체적인 의미를 되새겨 보고자 한다.”
작가가 창조하는 물감의 덩어리감과 실스티치의 움직임은 필연/우연적으로 만나 하나가 되기도 다시 분리되기도 한다. 이는 마치 선불계의 성진이 인간 양소유로서 부귀영화와 함께 인생무상을 경험하면서 다시 불문에 귀화하는 윤회의 다이내미즘dynamism, 그리고 그 관계적 긴장감을 드러내는 듯하다. 실재를 향한 욕망, 금기에 의해 창조된 욕망이라는 이름으로 실스티치-페인팅은 반복과 차이를 활성화하며 긴장감을 자아낸다. 또한 이는 다르게 보면 짙은 구름과 안개가 자욱한 가운데 우뚝 솟은 검은 봉우리의 형세를 보는 것 같기도 하다. 이렇게 신작 <구름이 낯을 가리고>는 내부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발현되고 대응하며 부딪히는 장을 만들어낸다.
1970년부터 여성주의 미술가들이 정치적으로 성을 드러내며 구조를 비판하고 해체해온 이래로 서술적이고, 자전적이며, 장식적인 특히 공예적 방식은 성을 드러내는 대표적 기제로서 작동해왔고, 특히 이러한 장식적이나 노동집약적인 방식은 한국미술계의 주요무대에서 환영 받지 못해왔다. 권혁 작가는 모더니스트들의 남성성을 드러내왔던 붓과 안료의 역동성과 함께 미술계에서 배제되어 온 공예-여성주의적 방식을 혼용함으로써 섞이고 충돌하는 다양한 문맥을 창출한다. 결국 30여 년 동안의 그의 예술적 실천과정을 통해 역사적 상실의 상흔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권혁 작가는 미술실천에 다원적인 접근을 시도하여왔다. 2006년 이후 2년마다 ‘움직이다 프로젝트,’ 2008년 ‘나누다 프로젝트,’ 2010년 ‘Journey,’ 그리고 2011년 ‘Graspthe phenomenon’로 “문화, 언어, 사고가 다른 사람들과의 소통과 교류를 통하여 국가·인종· 젠더gender에 대한 존재론적 개념 실험을 해왔다. 이후 이러한 실험은 무질서의 질서, 자유로운 구속의 카오스chaos이면서 코스모스cosmos로 확장된 시각으로 인해 생명의 본질과 근본에로 환원된다. 즉 다양한 사회문화와 개별자간의 인식실험을 통해 끊임없이 변화하는 현상에 대한 작가의 회의는 불변하는 본질탐구에 대한 도화선이 되어 드로잉과 실-스티치 페인팅으로 귀결되었다고 볼 수 있다.”(권혁개인전: controlled and uncontrolled 전시리뷰에서/오세원) 그리고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지금까지의 다원적 물음에 대해 서사적이고, 자전적이며, 실천적 패턴의 종합편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구름이 낯을 가리고>와 함께 <숨>,<바람>시리즈는 실재를 향해 다양한 형태로 활성화되는 욕망의 생명력, 그리고 그 자연성을 이야기한다. <구름이 낯을 가리고>와 함께 <바람>에 의한 잔 실의 살랑거림과 화면을 가득 메우는 긴장, 작가로서의 주체를 향한 생명성인 <숨>설치는 권혁 작가의 실재/정신을 향한 실험을 대변하고 있지는 않은가.
참고) 구운몽의 내용: 주인공 성진(性眞)은 육관대사(六觀大師)의 제자였으나 8선녀를 희롱한 죄로 양소유(楊少游)라는 이름으로 인간 세상에 유배되어 태어났다. 그는 소년 등과하여 하북의 삼진과 토번의 난을 평정하였고, 그 공으로 승상이 되어 위국공에 책봉되고 부마가 되었다. 그 동안 그는 8선녀의 후신인 8명의 여자들과 차례로 만나 아내로 삼고 영화롭게 살다가 만년에 인생무상을 느끼고 호승(胡僧)의 설법을 듣고 크게 깨달아 8선녀와 함께 불문(佛門)에 귀의하였다. [네이버 지식백과] 구운몽 [九雲夢] (두산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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