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3-29 ~ 2019-05-26
정진경
053-661-3500
▢ 전시 소개
봉산문화회관의 기획, 「유리상자-아트스타2019」전시공모선정 작가展은 동시대 예술의 낯선 태도에 주목합니다. 올해 전시공모의 주제이기도 한 '헬로우! 1974'는 우리시대 예술가들의 실험정신과 열정에 대한 기억과 공감을 비롯하여 ‘도시’와 ‘공공성’을 주목하는 예술가의 태도 혹은 역할들을 지지하면서, 동시대 예술의 가치 있는 ‘스타성’을 지원하려는 의미입니다.
4면이 유리 벽면으로 구성되어 내부를 들여다보는 관람방식과 도심 속에 위치해있는 장소 특성으로 잘 알려진 아트스페이스「유리상자」는 어느 시간이나 전시를 관람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시민의 예술 향유 기회를 넓히는 데 기여하고, 열정적이고 창의적인 예술가들에게는 특별한 창작지원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공공예술지원센터로서 시민과 예술인의 자긍심을 고양시키는 역할을 수행하기 위하여 전국공모에 의해 선정된 참신하고 역량 있는 작가들의 작품 전시를 지속적으로 소개하고자 합니다.
2019년 유리상자 두 번째 전시인 전시공모 선정작 「유리상자-아트스타 2019」Ver.2展은 판화를 전공한 정진경(1982年生)의 설치작업 “다른 시선-외면하지 않기”입니다. 이 전시는 작가가 일상의 사물들을 바라보는 어느 시선이 어떤 메시지로 공감共感될 수 있을까에 관한 질문, 즉 일회성으로 소비하는 우리 시대의 일상 사물을 바라보는 선택적 시선을 선보이면서, 그 사물에 대한 일반성 너머의 가치를 바라보고, 그 가치를 시각적으로 소통하여 공감하려는 작가의 행위에 관한 물음과 해석입니다. 또한 이 전시는 지금, 여기의 일상 사물에 깃든 ‘시대성’과 ‘내적 응답’을 유리 공간에 담는, 그리고 자신이 선호하는 예술적 설계를 떠올리며 사물을 드로잉하는 작가의 신체행위가 시․공간적 상상想像과 공감의 흔적이 되게 하려는 설정設定입니다.
이번 전시는 자신의 드로잉 행위를 구조적으로 확장하는 지속적인 설계의 어느 과정을 사방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유리상자 공간에 담으려는 작가의 시도로부터 시작됩니다. 작가는 이곳, 6×6×5.5m크기 유리상자 내부공간에 대량 소비문화의 ‘시대성’을 기록하듯 일회용 생활용품들을 복제한 사물들을 매달았습니다. 이것은 페트병, 접시, 컵, 의자, 슬리퍼, 쇼핑 봉투, 비닐봉지 등 쓰다버린 사물들을 흰색 명주실로 캐스팅하여 실제 크기로 만든 입체 장치물입니다. 그리고 이 사물들이 있는 전시공간을 둘러싼 유리외벽에는 컬러 비닐시트로 단순하고 화려하게 디자인한 캔, 우산, 빨대, 플라스틱 통 등의 이미지들이 그려져 있습니다. 아마도 어느 상품의 거대한 포장 상자처럼 보여질만한 이 광경의 설명은 이렇습니다. 어느 순간, 작가는 편리하고 쉽게 쓰고 버릴 수 있도록 만든 일회용 플라스틱 사물들에 대하여, 외면하기가 아니라 오히려 정감을 느끼며 자세히 오랫동안 살펴보고 그 사물의 조형미에도 매료되어 타인과는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자신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2차원의 평면 회화를 해오던 작가는 그때부터, 부서지거나 버려진 일회용 사물을 통째로 또는 그 일부를 캐스팅하는 행위를 지속하게 됩니다. 어떤 사물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이를 캐스팅하는 행위, 더구나 명주실로 한 가닥씩 쌓아서 그 사물의 모습을 구축하는 행위는 단순한 재현이 아니라 흡사, 별것 없이 무심한 일상에서 특별한 가치를 찾아내는 ‘발굴’처럼 보입니다. 정성어린 관심으로 대상을 바라보며 연필로 선을 그어 대상을 그리듯이 구축하는 명주실 캐스팅이 어떤 상태의 흔적을 그리는 선묘 행위라는 의미에서 드로잉이 되고, 작가는 그 드로잉을 대상의 응답을 듣는 자신의 ‘다른 시선’으로 선택하였습니다. 또한 ‘다른 시선-외면하지 않기’에 주목하여 작가는 자신의 ‘다른 시선’을 구조적으로 시각화하기 위해 ‘일반적인 시각’을 화려하고 세련된 색상의 컬러시트와 디자인으로 은유하였습니다. 눈에 띄도록 디자인된 ‘일반적인 시선’의 사이로 본질을 지향하는 ‘다른 시선’의 상징적 사물들이 보이도록 설계하면서, 4면의 여러 방향에서 외부 디자인과 내부의 사물, 건너편의 유리 벽 이미지, 그 뒤의 풍경 등 몇 개의 레이어가 겹쳐 보이며 관람자만의 다른 시선을 자각하도록 설정하였습니다. 전시실의 유리벽을 따라 움직이는 관람자의 시선에 의해 내부의 사물이 보였다가 사라지거나, 반대편 풍경이 다르게 보이는 이 상태는 사물과 사람과 사회를 바라보는 우리들 각자의 ‘다른 시선’을 떠올리게 합니다. 전시를 준비하는 수개월의 기간 동안 흙속을 헤치고 유물을 발굴하듯이, 허공에 연필 선을 그어 사물의 형상을 생성시키듯이 작가는 자신의 느낌과 생각 속에서 ‘시대성’과 ‘내적 응답’을 포함한 지금의 전시설계 상태를 감지感知 하였습니다.
정진경의 ‘다른 시선-외면하지 않기’ 행위는 일상의 현실 생활에서 예술적인 다른 시선의 경험을 감지하려는 몰입沒入의 흔적이며, 자신의 감수성과 직관 그리고 반복과 지속의 바라보기가 더해져 ‘입체 드로잉’이라는 상태로 남겨지고 이어서 허공에 그림을 그리는 ‘공간 드로잉’의 매력을 호출해내는 ‘내적 응답’을 감지한 충만의 기억입니다. 주변의 풍경과 환경으로부터 겹쳐져 새로워지는 드로잉의 레이어 찾기와 관객의 공감적 시선을 투영해내는 이번 유리상자는 생의 무심한 일상적 감성에서 나아가 그 본래적 가치의 충만을 기억하려는 동시대의 진술陳述과 미래 예견豫見의 스펙트럼, 또 예술적 경험 구조의 확장 제안으로 해석할 수 있으며, 동시에 투명유리 안에 그려진 ‘바라보기’ 드로잉의 또 다른 가능성에 대한 기대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질문과 지향으로부터 신체행위를 통하는 스스로와의 만남과 관객과의 공감 혹은 유대의 경험으로서, 세상과 ‘소통’하려는 예술의 확장적 가치를 다시 그리게 합니다.
- 봉산문화회관 큐레이터 / 정종구 -
▢ 작품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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