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어로 빛을 뜻하는 명사 LUMEN에서 유래한 LUMOS
사진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빛이 되는 공간 Art Space LUMOS
아트스페이스 루모스 네 번째 기획전
歸_RETURN 박찬호사진전
2019. 5. 24 – 6. 6
박찬호 사진가가 십 수 년 간 이어 온 작업의 총합
사진집 <귀(歸)>를 아트스페이스 루모스에서 첫 출간
신작과 함께 선보이는 박찬호 사진전 <귀(歸)> 기념
전시소개
과연 죽음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죽음’은 인류가 사유를 할 수 있게 됐을 무렵부터 우리에게 주어진 화두였다. 이 세상의 모든 문명과 사회, 철학, 그리고 종교의 시작점에 맞물리는 것이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 한다. 하지만 ‘과학만능’ 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절대적 신뢰를 얻고 있는 21세기의 현대과학도, 죽음에 대해서만큼은 선명하게 결론 짓지 못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자신보다 연장자의 ‘죽음’을 언급하는 독특한 어휘가 있다. 바로 ‘돌아가셨다.’ 라는 표현이다. 그 말을 참참이 곱씹어 보면 우리는 ‘어디로’부터 왔다는 전제가 있기에 ‘어디로 돌아간다’는 것도 존재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중 누구도 삶이 어느 곳에서 어떻게 시작되었고 죽음 이후에 존재하는 공간이 어디인지도 알 수 없다. 누구나 한 번은 겪게 되는 피할 수 없는 진실. 그 자체로 모든 것의 종말이라 할 수 있는 삶의 진실. 그래서 사람들은 ‘죽음’에 대해서만큼은 유난히 자신만의 주관적인 견해를 많이 개입시킨다. 박찬호 역시 돌아갈 귀(歸)라는 단어를 통해 자신만의 잣대로, 자신만의 프레임으로 죽음에 천착하고 있다.
박찬호는 ‘돌아가셨다’라는 한국적 표현과 자신이 경험했던 ‘어머니의 죽음’이라는 두 가지 프레임으로 ‘죽음’에 다가서고 있다. 박찬호의 작품을 처음 접했을 때의 느낌을 표현하라면 ‘낯설다’라는 단어가 적확한 듯하다. 낯설음의 연유는 박찬호의 작품 대부분이 형식적으로 좋은 사진을 규정하는 일반적인 기준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감각적이고 본능적인 프레임, 세상 오롯이 자신의 관심만 존재하는 듯한 선택적 포커스, 거친 입자가 드러내는 세찬 에너지까지. ‘죽음’이라는 강렬한 주제와 별개인 듯 전혀 의도되지 않은 구성에 의아했고, 또 한 편으로는 그가 집중하고 포착해 낸 화면에 버티고 선 깊은 울림이 놀라웠다. 박찬호는 무려 십여 년에 걸쳐 ‘죽음’과 관련된 한국의 전통 제의와 장례 문화에 대해 끊임없는 연작을 생산해 내고 있다. 죽음과 연결된 하늘, 삶과 연결된 땅, 그리고 그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한국의 전통적인 무속과 신당, 유교식 제의, 훌륭한 큰 스님들의 다비식까지 죽음을 화두로 한 모든 장소에 그의 카메라가 있었다. 유구한 세월을 면면히 이어온 한국의 전통 제의와 장례 문화를 밀도 있게 담은 그의 다큐멘터리 작업들은 향토성과 역사성을 갖춘 한국 전통 문화의 귀한 기록이라 할 수 있다.
박찬호의 작업은 세계적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한국 전통 제의가 지닌 현대적 가치를 재조명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선사한다. 죽음과 돌아감에 대한 진지한 성찰, 이 세상을 살다 떠나는 이와 떠나보내는 사람들의 애절함이 스며든 작품들은 작가만의 내러티브를 담고 있는 독특한 시각 언어로 우리 곁에 머문다. ‘죽음’이란 한 생명체의 모든 기능이 완전히 회복될 수 없는 상태라 학자들은 정의를 내린다. 하지만 늘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않기에 편지의 추신처럼 단서를 붙이곤 한다.
삶이란 무엇인가를 밝혀내지 못한다면 죽음에 대한 완전한 해답도 없다는 것을. 박찬호는 그런 ‘삶’을 그리고 ‘죽음’을 작품을 통해 진지하게 사유하고 있는 것이다.
전시서평
죽음을 두려워하고, 그것을 둘러싼 제의(祭儀)를 촬영하다 中
‘죽음 이후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가?’라는 물음은 수천 년 동안 인류의 난제(難題)로 여겨져 왔다. 그에 대한 한국인 사진작가 박찬호의 집착은 그가 10살 때 췌장암에 걸린 그의 어머니가 입원했을 무렵부터 시작되었다. 많은 시간을 어머니 곁에서 보내며 그곳에서 그는 죽어가는 이들과 애통해하는 그들의 가족들의 고통스러운 비명 소리를 들었고, 거의 매일 수척해진 환자들의 침상이 비워지는 것을 지켜보았다.
박작가는 “나는 죽음 그 자체보다는 그들이 경험하고 있는 고통과 비명소리가 더 두려워지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그는 상실감으로 고통스러워했고 많은 시간을 방황하였다. 그는 14살때 아버지와의 불화로 인해 집을 떠나야만 했다. 30대 후반이 되어서는 우울증에 걸렸고, 사진 촬영을 통해 우울증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의도치 않게 그는 삶의 마지막이나 죽은 이들을 기억하는 것을 의미하는 묘지나 장례식, 기도를 위한 장소에 매료된 스스로를 발견했다.
박찬호는 그의 사진작업 돌아올 “歸”(Return)시리즈에 유교와 불교 의식(儀式)뿐 아니라 한국의 전통 장례식의 요소와 제의들을 담아냈다. 각각의 경험에 대한 “정서”와 “깨달음”을 프레임에 담아내는 것이 중요했다. 박작가는 “나는 죽음에 대한 행위, 죽음을 기억하는 행위, 그러한 행위에 대한 기록을 통해 죽음의 의미를 찾고 그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가 사진으로 담아낸 대부분이 신성한 장소에서 거행되고 때로는 바깥세상으로부터 숨겨진 의식(儀式)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발견하고 접근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외부인으로서 박작가는 가슴 아픈 개인사를 털어놓은 “문지기들(gatekeepers)”과 대화를 해야만 했다.
존 오티스 – 뉴욕 타임즈
사생역대의 中
예로부터 중국에서는 ‘사생역대의’, 삶과 죽음은 인간에게 가장 큰 일이라는 말이 있다. 죽음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자 인류의 공통된 과제이기에 역사 속에 시대의 변화, 탄생과 소멸은 인류가 끊임없이 탐구하는 궁극적인 추구로서 문학과 예술 창작, 그리고 종교를 관통한다.
박찬호는 돌아갈 귀(歸)라는 다양한 연작 속에서 그만의 시선으로 죽음 속에 침잠하며, 생명의 본질을 탐구하고 있다. 인류가 겪어야 하는 삶과 죽음, 그 생명의 모태에 집중하는 작업들은 많지만 그의 작품은 자신만의 독특한 품격을 표출하고 있다.
박찬호의 작업 중 한국 불교에 초점을 맞춘 시리즈는 문화의 기호, 강렬한 상징, 정확한 구도, 깊이 있는 색감, 뚜렷한 서사라는 틀을 통해 감정을 억제하면서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를 흥미롭게 표현한다. 작가 스스로 태어나고 자란 땅, 그래서 더욱 친숙한 한국의 전통을 담고 있어 그런지 소멸된 뒤의 추억과 감정선이 또렷하게 담겨 있다. 박찬호만의 독특한 시각 언어 아래 간결한 화면은 선명한 감성의 흐름과 질서를 보여주고 있다.
바우 리후이 - 따리국제사진제 예술감독
작가소개
박찬호 朴燦鎬 (PARK Chanho)
한국의 죽음에 관한 의미를 탐구해온 사진가 박찬호(1971-)는 한국의 고유한 문화 중 제의와 관련된 문화를 오랜 시간동안 사진으로 기록해 왔다. 소시절 어머니의 죽음에서부터 시작된 죽음이라는 그의 “사적고민”은 인간의 근원적인 ”공적고민”이 되어 작업의 동력이 되었다. 죽음과 돌아감이라는 인간의 본질적인 질문에 침잠하는 그는 시각적 탐구를 통해 그 본질에 다가가려 했다. 종가집의 유교식 제의, 전통장례, 입향조가 신격화 되어 마을주민이 모시고 굿을 하는 본향당, 불교식 제의, 다비식 등 죽음과 추모의 장소이면 그 곳이 어디든지 찾아다니는 사진가 박찬호는 지금도 여전히 누군가가 타고 가는 꽃상여의 뒤를 따르며 그의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고 있다. 그의 사진작업은 2016년도 온빛다큐멘타리 기획전으로 열린 박찬호 사진전 “돌아올 귀”를 통해 처음 소개가 되었다. 그 이후로 S.I.P.F (싱가포르 국제 사진페스티벌)의 오픈콜 작가로 선정되어 싱가포르에서 전시를 하였다. 그 밖에도 아르헨티나, 중국, 등지에서 크고 작은 전시를 가졌으며 2018년 뉴욕타임즈에 선정되어 그의 인터뷰와 작업이 소개되었다. 그 이후에도 “돌고 돌 회” 라는 사진작업을 통해 한국불교에서의 장례와 제의를 통해 불교의 죽음에 대한 관점을 찾아가고 있으며 끊임없이 인간의 근원적인 질문에 대한 본인의 답을 찾으러 몰두하고 있다.
전시
2016년 03월 박찬호 사진전 “돌아올 귀” 인사동 토포하우스 아트센터
2016년 04월 박찬호 사진전 “돌아올 귀” 강릉시립미술관
2016년 08월 S.I.P.F (싱가포르 국제 사진페스티벌) 오픈콜 전시 “The Return”
2016년 08월 S.I.P.F 우수 포트폴리오 선정 돌고 돌 ”회”
2016년 09월 ciclo de proyecciones de corea,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외 10개 시
2017년 08월 D.I.P.F (대리국제사진전 기획전. “The Return”
2018년 04월 뉴욕타임즈 “LENS” 선정.
2018년 11월 기획전 ”근원을 향한 여정”, 대구문화예술회관.
돌아올 “귀” 작업노트
‘죽음’
철학이 무엇인가를 묻는 질문에 소크라테스는 이렇게 답을 한다. 죽음을 준비하며 삶에서 멀어질수록 진리에 가까워진다는 것, 그것은 진리에 가까워지려면 죽음에 가까워져야 하니 죽음은 전혀 두려운 게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 소크라테스가 말한 진리에 가까워지는 길, 죽음은 고통스러웠다. 누구에게나 죽음을 처음 대면한 순간은 잊을 수 없는 기억이겠지만 나의 경험은 조금 결이 달랐다. 11살 때부터 3년 동안, 나는 말기 암환자들이 모여 있었던 병실에서 어머니를 간호하며 지냈다. 누군가 항암제라도 맞고 오는 날이면 어김없이 병실 가득 울려 퍼지는 절규가 어린 나에겐 지옥과도 같았다. 하나, 둘, 주인을 잃어가는 침대. 죽음 그 자체보다 그들이 겪는 고통과 비명소리가 더한 두려움으로 다가와 어린 나를 잠들지 못하게 했고 결국 어머니는 고통 속에서 돌아가셨다.
‘돌아가셨다’
한국에서는 생을 마감한 이를 언급할 때 이렇게 표현한다. 돌아간다. 우리는 어디에서 왔기에 그 곳으로 다시 돌아간다는 말인가? 돌아가신 어머니의 기억은 애써 묻어두고 싶은 고통스러운 기억이었지만, 결국 그 기억은 ‘사진’이라는 옷을 갈아입고 다시 나를 뚫어지게 응시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죽음’과 ‘돌아감’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움켜쥔 채 지난 십 여 년의 시간동안 작업에 몰두해왔다. 아니, 다큐멘터리 작업을 통해 ‘죽음’과 맞닥뜨려보고 싶었다는 것이 더 적확한 표현일지도 모른다.
누군가가 돌아가신 곳 장례식, 죽은 사람을 기리는 의식인 여러 제의들 유교식 제의, 무속식 제의, 불교식 제의, 입향조를 기리는 서민들의 의식 본향당, 열반에 이르는 길 다비식, 윤회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수행하는 스님과 수행처 등. 유구한 세월 면면히 이어온 한국의 전통 제의와 장례. 나는 그 속에서 ‘죽음’과 ‘돌아감’에 대한 흔적과 답을 구하기 위해 전국 방방곡곡을 누볐다. 죽음과 마주해 이미 어디론가 돌아간 사람들. 하지만 전통 제의와 장례를 카메라에 담으며 나는 느꼈다. 그들은 영원히 존재하고 있었다. 남은 이들이 가슴으로 마음으로 품은 ‘기억’ 속에서 말이다.
‘죽음’과 ‘돌아감’에 대한 진지한 성찰
오랜 시간 작업을 했지만 나는 아직도 우리가 어디로 돌아가는지 말할 수 없다. 아니 말 할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그 여정에서 명확하게 알게 된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우리는 어떻게 존재하는가? 라는 질문의 답이다. 우리는 다른 이에게 ‘기억’으로 존재한다. 십년의 시간 동안 기록한 수많은 제의들 역시 결국 누군가를 기억하기 위한 의식 이였다. 우리는 어떻게 존재하는가? 라는 질문은 우리는 어떻게 기억되어질 것인가? 라는 질문과 다르지 않다. 우리는 어떻게 기억되어질 것인가? 라는 질문은 우리는 남은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라는 질문과 다르지 않다.
오랜 시간 죽음을 기록하는 작업은 곧 나의 죽음과 대면하는 일이며 준비하는 작업이기도 했고, 개인적인 기록에서 출발한 작업이지만 결국 모든 인간의 물음이기도 했다. 어쩌면 우리가 죽어서 ‘돌아가는 곳’은 누군가의 ‘기억’ 일지도 모른다. 어떻게 기억되어질 것인가? 이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삶에 대한 의연함으로 다가선다. 진리에 가까워지려면 죽음에 가까워져야 하니 죽음은 전혀 두려운 게 아니라는 소크라테스의 명언에도 내 마음이 한 발 가까워진다.
◎ pening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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