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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mmer Love: 송은 아트큐브 그룹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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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mmer Love_main image 디자인_들토끼들

Summer Love: 송은 아트큐브 그룹전
2018. 7. 7 - 9. 28
송은 아트스페이스

전시  제목 : Summer Love: 송은 아트큐브 그룹전
전시  기간 : 2019년 7월 7일(일) - 9월 28일(토)
참여  작가 : 구은정, 기민정, 김준명, 김지선, 박희자, 송기철, 신이피, 오제성, 이병찬, 이정우, 이주원, 이채은, 유영진, 양승원, 한상아, 황문정 (가나다순, 총 16인)
기획  자문 :     김성우 (前 아마도예술공간 책임큐레이터, 2018 광주비엔날레 공동 큐레이터)
디  자  인 :     들토끼들

관람  안내 : 월요일-토요일, 11:00-19:00 (일요일, 공휴일 휴관) / 무료관람
전시  장소 : 송은 아트스페이스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 75길 6)
주      최 :    재단법인 송은문화재단



젊은 시절의 열정적이고 잊지 못할 아름다운 사랑을 상징하는 전시제목 “Summer Love”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송은 아트큐브에서 개인전을 진행했던 작가 16인의 단체전
젊은 작가들의 신작을 바탕으로 ‘전시’라는 지금, 여기의 실천의 토양을 마주하는 전시

송은 아트스페이스에서는 2019년 7월 7일부터 9월 28일까지 《Summer Love: 송은 아트큐브 그룹전》을 개최한다. 본 전시는 2015년 송은 아트스페이스 설립 5주년을 기념하며 특별 기획되어 첫선을 보였으며, 올해에는 그 세 번째 전시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송은 아트큐브 전시지원 공모 프로그램에 선정된 작가 16인의 신작을 선보인다. 송은 아트큐브 전시지원 공모는 송은미술대상과 함께 매년 공정한 공모와 심사를 통해 역량 있는 신진작가들을 지원하며 송은문화재단 설립 취지의 근간을 받쳐 왔다. 송은 아트큐브 작가들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선보임으로써 이들의 성과에 주목하고, 그간 작가들을 발굴하고 지원해온 송은문화재단의 결실을 되돌아보고자 한다.

이번 전시 타이틀인 《Summer Love》는 젊은 시절 서로에게 헌신적으로 집중하고 열정적으로 사랑했던, 그래서 헤어진 후에도 가슴 한켠에 아련하게 남아있는 사랑을 의미한다. 이러한 의미는 ‘전시’와 관계하는 모든 작가의 모습과도 닮아있다. 수반된 모든 시간과 여러 관계는 그렇게 지난 시간으로, 하지만 끊임없이 다시 현재를 추동하는 동력으로 잠재해 있다. 그리고 다시 또 그 다음의 전시를 마주하며 다음의 시간을 준비하게 된다. 본 전시는 이러한 작가의 시간이 얽히고설킨 얼개로서의 전시, 그리고 그 토양에 대한 강박적 시선을 바탕으로 한다. 다양한 주제 의식과 매체를 다루는 참여 작가들의 작업을 통해 동시대 젊은 작가의 현주소를 확인하는 동시에 그들 창작의 실현 토대인 전시의 시간을 함께 고민하며 거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송은 아트큐브 소개                                                                                

송은 아트큐브는 젊고 유능한 작가들의 전시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재)송은문화재단에서 설립한 비영리 전시공간입니다. 

송은 아트큐브는 (재)송은문화재단에서 청담동의 송은 아트스페이스와 함께 운영하고 있는 공간으로 신진 작가들의 자발적인 전시 개최를 지원함으로써 창작 의욕을 고무하기 위한 작가지원 프로그램입니다. 대치동 (주)삼탄 사옥 내에 위치한 송은 아트큐브는 2002년 1월 개관한 이래 매년 공모를 통해 작가를 선정하고, 전시 기획을 중심으로 도록 제작 등을 후원하여 작가들의 전시활동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2011년 이후 현재(2019년 7월 기준)까지 71명의 작가들의 개인전 개최를 지원하였습니다.

송은 아트큐브 전시지원 공모 프로그램은 매해 작가 8인을 선정하여 해당 공간에서 진행할 전시 기획을 중심으로 도록 제작 및 홍보 활동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본 프로그램은 매년 500여명의 많은 작가들의 지원에 힘입어 유능한 미술계 인재들의 전시활동을 심도 있게 지원하는 공모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아 왔습니다. 또한, 2011년 이후 송은 아트큐브 전시지원 공모 선정작가에게는 송은문화재단 - 델피나 레지던시 협력 프로그램 지원자격이 주어집니다.


2019년 6월, 송은문화재단이 설립 30주년을 맞이하였습니다.  

재단법인 송은문화재단은 젊고 유망한 미술작가를 발굴하고 지원하고자 故 송은(松隱) 유성연 전이사장이 사재를 출연하여 1989년에 설립하였습니다. 설립자의 호 '송은(松隱)' 즉, 숨어있는 소나무와 같이 미술계 젊은 인재들의 전시와 연구활동을 재단 창립 초창기부터 대외적인 홍보 없이 조용하고 꾸준히 지원해왔습니다. 이후 2001년 송은 미술대상 공모전을 제정하여 매년 작가들을 시상, 지원해왔으며, 개인전 개최를 원하는 신진 작가들을 대상으로 공모하여 대치동에 소재한 송은 아트큐브(구. 송은갤러리)의 전시공간과 도록 제작 등을 후원해왔습니다. 2010년 11월, 송은문화재단은 지난 20여 년간의 지원사업을 보다 발전시키고 대외적으로 활동상을 소개하여 미술계와 대중 모두와 원활히 소통하기 위해 송은 아트스페이스의 운영을 시작하였고 2011년 송은미술대상과 송은 아트큐브 전시지원 공모 프로그램의 재정립을 통해 보다 체계적이고 다양한 국내작가 지원프로그램을 운영하고자 했습니다. 

송은문화재단에서는 올해 설립 30주년을 맞이하여 지금까지의 활동을 되돌아보는 30주년 기념책자를 발간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책자 발간은 초기 송은갤러리 시절부터 오늘날의 송은 아트스페이스와 송은 아트큐브에 이르기까지 재단의 활동을 기록하고, 서로 다른 방식으로 송은을 거쳐간 모든 작가들의 지난 작업들을 살펴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라는 점에서 재단의 30주년을 특별하게 기념할 수 있는 뜻 깊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지금까지처럼 묵묵히 국내 미술계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다양한 작가지원사업을 운영해나갈 송은문화재단의 행보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전시 - Summer Love에 대한 짧은 소고 / 김성우 (기획자문)

한시적으로 일어났다가 사라져야만 하는 전시의 휘발적 성격은 거기에 수반된 모든 창작자(심지어는 관객에 이르기까지)에게 무엇을 담보할 수 있는가? 그리고 그것을 위해 무엇을 감내해야 하는가? 그렇게 만들어진 지금, 여기 - 전시는 얼마나 가치 있는가? 사실 이러한 질문은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뿐만이 아니라, 전시를 중심으로 얽히는 모든 이들이 고심해볼 만한 문제이기도 하다. 또한 ‘새로움’이나 ‘실험’이라는 말은 작가에게 과도한 짐이 되곤 하는데 그것을 판단하는 기준은 무엇이고, 누구로부터 세워지며, 무엇을 위해 시도되어야 하는가도 생각해볼 만한 문제이다. (심지어 새로움에 대한 강박은 독자성이 결여된 채 그저 하나의 경향성으로 수렴되는 조금 더 세련된 실천에 그치는 경우도 더러 있다)

통속적인 전시가 작가에게 유일하게 허가하는 ‘지금’, 학습된 관람의 형식으로 찰나가 되어버린 감상의 순간, 계속해서 새로운 것을 암묵적으로 강요받는 기획의 소모성. 오늘날 순간의 감각적 소비, 또는 유희에 도달하게 된 전시의 시공은 심지어 거기에 존재하는 모든 서사를 납작한 한 장의 이미지로 재단, 정처 없이 떠돌게 만들었다. 전시를 마주한 모든 이는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새로운 의미를 산출해내기보단 그저 손안의 네모난 이미지로 그날 거기 있었음을 잠시 증언하는 데 익숙해졌으며, 전시는 그렇게 얄팍한 시간층이 되어버렸다. (이러한 낱장의 이미지는 이미 익숙한 손안의 프레임을 기본값으로 주변으로 돌릴 수 있는 시선의 자유조차 박탈하고 하나의 초점으로 전시를 다시 전시하는 식이 되어버렸으며, 고정된 시선은 현재의 다층적인 시간조차 허락하지 않게 되었다) 전시는 그렇게 끊임없이 지금이라는 열병을 앓으며 매 순간 새로움과 갱신을 감당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고, 수반된 모든 노동의 시간을 하나의 시점(時點 혹은 視點)으로 귀속해버리고 만다. 

오늘날의 전시는 언제나 새로움을 욕망하고, 끊임없이 현재를 갱신하려는 충동이 만들어낸 토양 위에 부유하는 듯하다. 《Summer Love》는 얇디얇은 하나의 시제로 귀결되는 전시에 염세와 부정으로 일관하기보다는, 전시의 현재 시제를 떠받치는 서로 다른 시간을 보듬어 이 시공이 곧 비선형적 궤도와 다중의 시간으로 구축된, 그리 가볍지 않은 것이라는 데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본 전시에 참여하는 16명의 작가는 각자의 궤적에서 서로 다른 시점의 것들을 소환하여 여기의 조금은 폭력적인, 하지만 감당해야 하는 지금-전시에 다른 시간대의 유격을 확보하고자 한다. 거칠게나마 세 개로 나눈 시점, 즉 하고 싶지만 할 수 없었거나 과거의 것을 복기하여 지금의 것으로 재구성한(과거), 오롯이 당장의 전시를 마주하며 구상한(현재), 근미래에 존재하는 다른 전시로부터 상상한(미래) 여기의 가능성은 전시라는 지금의 시점을 뒷받침한다. 《Summer Love》는 전시의 토양을 문제 삼으며 시제로 시선을 옮기기는 했지만, 그것을 올곧게 주제로 삼기보다는 작가 개별의 타임라인에서 파편화된 시제가 공존하는 그 구조를 배경으로 할 뿐이다. 결국 비선형적인 차원으로 존재하는 게 전시인 만큼, 작가들은 과거와 현재, 현재와 미래, 미래와 과거 등을 겹쳐내거나, 역순으로 거스르고, 또는 두 시간대 사이에 어떤 모종의 공백을 상상하며 지금, 여기에 살며시 포개어내고 있다. 

본 전시는 참여하는 16명의 작가 개인의 서로 다른 시간대를 허락하고, 실천의 역동을 활성화(reactivating)함으로써 지금이란 열병에 사로잡힌 납작한 전시의 시간을 늘려 지난 시간과 다가올 시간이 공존하는 시공으로 제시한다. 당연하게 받아들여 온 전시라는 관념을 조금 특별한 시간대로 상정하고 그 토대를 뜯어보는 행위는 지금까지의 관성에 최소한의 제동을 거는 행위일 수도 있겠다. 전시는 지금의 속도와 생산성, 경향성에 입각하여 과거와 미래를 현재로 옭아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과거를 재사유함으로 현재의 비가시적인 층위를 발견하게 하고, 미래를 상상하며 현재를 고민하는 방식으로 의미를 획득한다. 본 전시는 다른 시제를 허락하지 않는 전시의 토양, 즉 지금의 열병에서 한 발짝 떨어져 우리의 이성과 합리적 인식만큼 선형적이지만은 않은 비선형적 시공, 다중의 시간대로 전시를 인식해보고자 한다. 그리고 더 이상 특별할 것 없이 반복되는, 그렇다고 가만히 방기할 수만은 없는, 얇아 보이지만 고도로 압축되어있는 전시의 시간을 사유한다. 


Summer Love: 송은 아트큐브 그룹전 – 2층
 

2F 설치전경

도예를 전공한 김준명은 ‘전통’에 대응하여 우리에게 학습된 인식을 의문시하고, 공예와 현대 미술의 간극에 고정된 시선과 사고의 초점을 뒤튼다. 작가의 작업은 흙과 도예라는 특정 물질과 장르적 언어를 바탕으로 독특성을 지니게 된다. 전통과 역사에 대한 고정관념과 섣부른 시선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한 그의 작업은 제작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류를 오히려 작업의 시발점으로 삼거나, 때로는 소외된 노동이나 풍경에 주목하여 조금 다른 차원의 일상을 마주하게도 한다. 본 전시에서는 자신의 삶 주변에서 수집한 거리 위의 오브제들, 이를테면 러버콘(플라스틱으로 제작된 원뿔 모양의 교통안전 시설물) 등을 세라믹으로 제작한다. 가마의 소성 과정에서 스케일과 형태가 변화된 오브제는 기능적 차원에서 제작된 원래의 사물과 전혀 다른 표면, 강도, 색깔을 취하게 된다. 이렇게 삶의 맥락에서 이탈한 오브제는 전통과 현대, 공예와 순수 미술, 일상과 비일상, 거대 서사와 일상적 미시사의 틈새에서 부유하는 생경한, 하지만 어딘가 익숙한 풍경이 된다. 

구은정은 개인이 마주하는 어떤 시간의 흐름을 독자적인 방식으로 시각화한다. 그녀는 자신과 타인의 시간이 마주치고 교차하는 양상을 시각적으로 구조화하거나, 직접 겪은 어떤 순간들의 수평적 타임라인을 극도로 압축 또는 확장하는 방식으로 가시화한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과거의 어떤 경험들을 재소환한다. 이는 현재로부터 동떨어진 시간에 존재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어떤 궤도를 그리며 현재로 침투하여 지금의 자신과 공명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2018년 선보였던 <뜻밖의 궤도>에서 출발한 이번 작업은 자전적인 이야기와 과거의 사건에 현재의 시간이 덧대어져 조금 다른 궤적을 그리며 지금의 시공으로 안착한다. 크고 작은 울림으로 작가와 조응하는 특정 사건의 반향은 소리로 기록되고 다시 기억을 상징하는 사물들로 번역된다. 특정 질서와 규칙으로 조직된 오브제는 일종의 기억의 악보라고 할 수 있으며, 전시 중 작가는 이와 신체적으로 반응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함으로써 새로운 궤적을 덧입혀 나아간다. 이는 전시 공간을 둘러싼 현실의 시간과 개인의 내밀한 과거의 시간이 맞닥뜨리는 뜻밖의 순간을 신체로 그려내는 행위이며, 오브제와 움직임의 조율이 만든 누적된(될) 흔적은 지금의 시간에 새겨지는 특별한 궤도가 된다.
 
Summer Love: 송은 아트큐브 그룹전 – 3층 A


3FA 설치전경

김지선은 공간에 얽힌 기억을 바탕으로 보편적인 풍경을 낯선 어떤 상태-이미지로 제시한다. 특정한 때에 며칠간 머물렀던 풍경에 대한 기억은 해당 장소에서 채집한 영상, 이미지, 사운드를 경유함으로써 삭제와 중첩의 프로세스를 거치게 되고, 회화적 표현을 통해 번역된 풍경으로 가시화된다. 이렇게 실제 풍경에서 (사운드, 영상, 이미지의 파편을 통해) 일부를 뜯어내어 재구성한 이미지는 새로운 시점을 확보한 어떤 정서적 상태로서의 풍경이라 할 수 있다. 본 전시에서 작가는 최근 있었던 개인전의 심상을 소환한다. 작가가 경험했던 제주도의 인상은 초록과 오렌지색으로 압축되어 《Expect the Unexpected》(송은 아트큐브, 2019)라는 전시로 시각화되었으며, 그때의 어떤 장소와 풍경은 모종의 정서가 부유하는 상태로 치환되었다. 그리고 이번 《Summer Love》에서는 제주도에서 시작되어 잠시의 이벤트-개인전으로 압축되었던 인상이 다시 또 일정한 시간을 담보하며 지금, 여기의 시공으로 번역, 이식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한상아의 작업은 자신이 경험한 일, 그리고 내밀한 색과 온도를 입은 기억과 감정에서 비롯된다. 위와 같은 사적 차원의 기제를 통해 걸러진 평범하거나 일반적인 사건은 곧 화폭 위에서 보편과 사적 영역이 혼재되어 공존하는 모호한 풍경으로 드러난다. 최근 그녀의 작업은 여성으로서 결혼과 임신, 출산을 겪으며 나타나는 신체와 정서의 변화, 그리고 여성 작가로서 작업의 지속에 대한 문제를 바탕으로 한다. 본 전시에 출품한 <낯선 무늬>는 일견 동양적이거나 종교적인 이미지를 차용함으로 그 의미를 획득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녀의 작업은 어떤 이론에 따른 서술이기보다는 자신의 정서나 감정으로부터 솔직하게 발현된 풍경이라고 할 수 있다. 작가는 자신과 어머니, 그리고 아이의 관계를 담아내는 논리적 서사 구조를 취하기보다는, 관계의 순간으로부터 떠오르는 파편적 이미지의 교차와 충돌을 화폭 위로 옮기고, 다시 그 화폭들의 중첩을 통해 새로운 관계를 상상한다. 작가는 곧 송은 아트큐브에서 개인전을 앞두고 있다. 그 개인전이 각 파편이 기워지고 덧대어 만들어진 하나의 문장이나 서사에 가깝다면, 본 전시는 문장과 문장 사이, 혹은 글의 흐름 상 경계를 구분하는 구두점과 같다고 할 수 있다.


Summer Love: 송은 아트큐브 그룹전 – 3층 브릿지 / 3-4층 계단


이병찬_CREATURE, LED, LED RGB, 모터, 플라스틱, 조화, 가변크기, 2019
ⓒSongEun Art and Cultural Foundation and the Artist. All rights reserved

기민정_조용해서, 유리를 문지르고, 천, 유리에 드로잉, 가변크기, 2019
ⓒSongEun Art and Cultural Foundation and the Artist. All rights reserved

3F 브릿지 / 3-4층 계단 설치전경

이병찬은 소비자본주의 사회에서의 과잉 생산과 소비를 비판적으로 사유한다. 그리고 과잉 욕망과 끊임없는 도시개발 등으로 빠르게 업데이트되는 도시의 풍경에서 비롯된 인간의 괴리감이나 소외 등에 주목한다. 작가에게 물건을 구매하면 쉽게 얻을 수 있는 ‘비닐’이라는 재료는 경제적 여건이나 사회적 위치와는 무관한 평등함의 지표이자, 소비 생태 안에서 스스로 가치를 획득하지 못하는 무가치한 대상이기도 하다. 작가는 이 비닐을 주재료로 모종의 생물체, 그리고 그것이 숨 쉬는 어떤 환경을 창조해냄으로써 모든 것을 상품의 가치로 환원하는 현 사회의 물신주의적 풍조에 질문한다. 또한 서낭당이나 기복신앙의 맥락을 차용하여 화려한 색을 입은 이 생물체는 소비를 맹목적으로 추구하는 사회 내부의 맹신의 구조를 가시화함으로 이 사회를 강박적으로 추동하는 어떤 신적 존재를 연상케도 한다.  

기민정은 삶에서 마주하게 되는 양극의 감각을 시각적으로 구현한다. 이를테면, 일상에서의 안주와 탈주, 혹은 남성성과 여성성 등 양극이 교차하거나 충돌하는 지점에서 시작하는 작가 고유의 서사는 즉흥적이고 가볍지만 날카롭게 부유하는 선과 이미지로 화면을 장식하곤 한다. 본 전시에서 그녀는 전시장의 내부가 아닌 외부의 공간에 주목한다. 정확히는 공간과 공간을 잇는 계단의 독특한 공간성에 주목하는 작가는 내부와 외부의 접점인 창문과 틀, 거기에 비치는 바깥의 풍경과 빛, 온도 등을 작품의 내부로 끌어들이고자 한다. 또한 결과물로서의 작품이 아닌 결과 이전, 혹은 창작을 올곧게 지지하는 과정의 물질을 작품의 영역으로 가져온다. 이는 곧 계단이자 통로라는 전시장 바깥의 공간을 관객과 작가 자신을 위해 허락된 조금 다른 차원의 감각적 무대로 치환하는 행위이며, 전시의 내부, 중심에 고정된 의미의 지평에서 바깥으로 향하는 유희적 차원의 제스처라고 할 수 있다. 
 
Summer Love: 송은 아트큐브 그룹전 – 3층 B



3FB 설치전경

신이피는 개인과 개인, 혹은 개인과 집단 간의 관계를 일종의 긴장 상태로 인식하며, 이러한 상태 위에 구축된 사회의 질서와 규칙을 감각하고자 한다. 사회나 집단 안 개인이라는 미시적 차원으로부터 얘기를 시작하는 그녀는 ‘실험실’이라는 형식을 표방함으로써 젠더나 외모, 직업으로부터 자유로운, 보다 객관적이고 외부적인 시선을 확보하고자 한다. 최근 그녀는 사회, 정치, 문화적인 맥락에서 개인의 죽음과 취약함(vulnerability)에 대한 사유를 영상과 설치의 방식으로 제시하고 있다. 신이피는 이번 전시에서 <눈먼 시계공 제이>를 선보인다. 여기서 작가는 과학적 논증을 통해 진화론을 입증한 리처드 도킨스와 같이 진화 생물학의 관점에서 도시에 적응하는 생물의 시선을 추상적으로 그려낸다. 발전을 거듭해가는 도시의 생태 안에서 분열과 복제의 방식으로 개체의 증식과 유지, 진화를 지속하는 생물의 모습은 사회 시스템의 사각에 존재하는 연약한 개체의 생존과 적응의 방식을 상기시키기도 한다. 

이주원은 현실의 사건을 바탕으로 허구적 서사를 직조함으로써 현실에 존재하는 믿음의 메커니즘을 비판한다. 예를 들면, 뉴스를 짜깁기한 파운드 푸티지(found footage) 영상을 통해 현실을 뒤틀거나, 일종의 루머로 점철된 서사를 도큐멘터리 방식을 통해 보여줌으로써 허구와 사실 사이의 간극을 헤집어 놓는 식이다.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연해주에서 온 편지>는 ‘이두현’이라는 인물에 관한 이야기이다. 한국에 잘 알려진 적 없는 이두현은 고려인 예술가이자 다다이스트이다. 작가는 일본에서 발견된 그의 드로잉, 한국의 유일한 다다이스트라고 알려진 고한용과 주고받은 서신, 그리고 초기 작업인 인물화 위주의 것들을 따라가며 그의 이방인으로서의 삶을 추적한다. 이와 더불어 이두현이 일본 유학 이후 레디메이드와 설치 작업의 형식에 탐닉했던 시기의 작품을 전시장으로 가져다 놓는다. 실재와 허구의 경계가 모호하게 조직되어 진위의 파악이 어렵게 제시된 한 인물의 서사는 단순한 이방인으로서의 삶을 넘어 당시의 사회, 정치, 이념적 차원에서의 사회상을 비추는 동시에 지금의 현실까지도 반추하게 한다. 

이채은은 고전 명화나 영화, 대중문화에서 차용한 도상, 그리고 미디어를 통해 각인된 현실 사건의 이미지 파편을 추출하여 반복과 재맥락화를 통해 화면 위에서 재구성한다. 이러한 시도는 원래의 이미지를 기존의 맥락에서 이탈하여 새로운 서사를 수용하게 하며, 구성된 화면은 사회적 차원에서 일방적으로 강요되는 이미지와 그로부터 비롯된 집단의식이나 행동을 비판적으로 사유하게 한다. 작가는 이번 《Summer Love》 전시에 일정이 겹치는 개인전 (송은 아트큐브 / 6.20 – 7.24)과 동명의 작품 <The Moment Your Smile Fades Away>를 선보인다. 다른 레퍼런스로부터 차용한 도상과 특정한 색은 작가의 특정 작업에서 시작하여 다른 작업으로 이어지며 전시적 구조 안에서 모종의 관계를 구축하고, 이러한 이행의 과정에서 맥락은 점차 변형되어 새로운 서사의 국면으로 나아가곤 한다. <The Moment Your Smile Fades Away>는 개인전 출품작에 출현하는 도상과 유사하거나, 혹은 동일한 상황이나 제스처를 반복하는 이미지를 다시 차용함으로 송은 아트큐브와 송은 아트스페이스의 거리를 개념적으로 무화시키고, 송은 아트큐브라는 물리적 시공으로부터 탈주하여 단절된 공간적 간극을 잇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 
 
Summer Love: 송은 아트큐브 그룹전 – 4층 B



4FB 설치전경

이정우는 실체 없는 효력이 빚어내는 실질적인 현상에 주목하고, 허구와 실재를 조작하는 영화적 메커니즘을 차용하여 현실적 차원의 허상을 비판적으로 조명한다. 종종 사회, 역사, 정치적 이슈에서 시작하는 그의 작업은 기존의 피상적 결론에서 빗겨나 새로운 인식의 경로를 확보하기 위해 영상매체의 방법론을 경유하곤 한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오디오와 비주얼의 관계를 조작함으로써 오늘날 한국의 과도한 경쟁과 대립을 그리는 동시에 그 갈등의 현장을 바라보는 관객 각자의 위치와 시선에 대한 질문으로 나아간다. 청도 소싸움을 담은 <못된소 독한별>은 하나로 동기화되는 2개의 채널로 이루어진 영상으로 전시에서는 서로 대칭하는 벽면에 나뉘어 영사된다. 이러한 조건은 관객이 하나의 영상을 택함으로써 다른 하나의 영상을 포기하게끔 만든다. 그리고 선택과 포기가 만들어내는 영상 이미지 간의 유격은 동일한 에피소드의 자막과 공간에서 맞물리는 사운드를 통해 다시 연결, 교란, 확장된다. 결국 관객은 서로 마주 보는 2개의 영상, 이미지로부터 탈구되어 공간을 부유하는 4채널 사운드, 동일한 에피소드로 다른 영상을 서사화하는 자막의 관계 속에서 스스로의 위치를 계속해서 다시 잡고 그 시점을 가늠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양승원은 실재와 허구가 교차하는 시공간에 주목한다. 그는 도시 풍경에 존재하는 혼종적 환경을 추적하거나(Real and Figure, 2010), 혹은 인스타그램에서 가장 많이 검색하는 이미지를 수집하고 그것을 분류, 재조합해서 가상의 세트를 만드는 방식(해시태그, 2017)으로 본질이 부재한 실재를 닮은 풍경, 혹은 가상에 가상이 더해져 그 자체로 이미 실재를 초월하게 된 이미지를 담아낸다. 이번 전시에 출품하는 <Uncommon Spot> 시리즈는 소비문화에서 공간과 장소를 다루는 방식, 그리고 그것을 인식하는 사용자의 양태에 대한 기록이다. 여기에서 작가가 주목하는 것은 사회적 기능을 위해 자연의 영역을 침투한 인공물이 만들어내는 이질적인 환경이다. 도심이나 주거 지역의 한편에 문화 향유나 복지의 기능을 위해 만들어진 구조물은 원래의 목적을 수행하는 동시에 미적 환경에도 이바지해야 한다. 하지만 이와 같은 대상들은 종종 본래의 기능조차 못 하는 모호한 상태로 일상적 차원에서 방치되어, 그저 조악한 형식을 띤 대상으로 인식되곤 한다. 작가는 이러한 대상을 피사체로 실재와 허구의 접점이 만들어내는 이질성을 포착하고, 자연과 모방의 간극에서 볼 수 있는 물질성의 차이, 지역과 장소의 표피적 이해에서 발생한 맥락의 부재를 가시화시킴으로써 맥락이 거세된 현실의 풍경에 의문을 제기하고자 한다. 

유영진은 자신의 내밀한 경험이나 기억을 경유하여 일상의 공적 공간을 사적인 장소로 치환하거나, 혹은 어디에나 존재하지만 동시에 어디에도 존재하지 못할 모종의 시공으로 제시한다. 최근 작가는 고생대 캄브리아기의 다양한 생물체에 빗대어 도시를 구성하는 인공 시설물의 (도시 환경에 따른) 변이를 추적하고 기록하였다. 기존의 <캄브리아기 대폭발>이 다종의 변이 생물체로 이루어진 생태계에 대한 것이었다면, 이번 전시에서는 한 종(種)으로 그 범위를 좁히고, 그것의 종(縱)적 진화의 추이를 살핀다. 사진과 영상, 드로잉, 오브제 등으로 이루어진 본 작업은 도시 환경에서 쿠션재나 단열재로 쓰이는 폴리우레탄 폼이라는 재료를 도시에 적응, 변이하는 하나의 유기체로 상정하고 그것이 적용된 삶의 방식을 추적한다. 유영진은 이 재료가 도시 생활에서 사용자의 목적이나 환경에 따라 변용되며 취하게 되는 시각적/형식적 독특성을 포착하거나, 과학적 리서치의 과정처럼 가설로부터 시작해 기록, 분류된 것들을 보여준다. 하나의 대상을 설정하고 그것으로부터 파생, 확장된 유사 연구 결과 혹은 자료라고도 할 수 있는 이번 작업은 사진가와 피사체의 관계에 내재하는 작가적 태도를 비추는 동시에, 이미지로부터 시작하여 특정 대상이 사회/문화적으로 함의하는 맥락까지도 드러낸다.

사진을 전공한 박희자는 이미지와 이미지를 담는 (혹은 이미지가 담아내는) 물질의 관계를 탐구하며, 그것의 변주를 통해 우리의 사고와 인식을 뒤틀고 새로운 사유가 가능하길 바란다. 이를테면, 사진과 사진을 담는 액자의 지위를 전복하거나, ‘생산’과 ‘창작’의 경계를 허물며, 사적인 장소에서 자연스럽게 누락하는 시선의 사각에 초점을 맞춤으로 해당 장소성에 변혁을 꾀한다. 작가는 본 전시에서 (전시) 공간 안의 (스튜디오) 공간을 상상한다. <본스튜디오>라고 이름 붙인 본 작업에서 작가는 자신의 작업과 박동준의 작업을 함께 전시한다. 박희자는 360도 촬영을 통해 기록된 퍼포머의 연속적 움직임과 사진 스튜디오의 현장을 이곳, 송은 아트스페이스로 소환함으로써 통제된 감각의 확장에 대해 논하고자 하며, 이미지-사진의 인식을 위한 감각 체계에 의문을 제기한다. 또한 박동준은 실재하는 사물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그것을 3D VR 기술을 통해 다시 입체화함으로써 이미지 체험 환경의 변환에 따른 감각과 인식의 확장성에 대해 논하고자 한다. 동시대에서 디지털 디스플레이의 발전과 함께 납작한 이미지가 되어버린 작품은 한없이 가벼운 소비와 유통의 구조에 결착되었다. 박희자는 ‘디스플레이’라는 형식적 실험을 통해 사용자 환경을 변주하고 그것이 곧 관람객의 인식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즉 ‘어떻게 인식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이어나간다. 
 
Summer Love: 송은 아트큐브 그룹전 – 4층 A



4FA 설치전경

오제성은 일상에 존재하는 유무형의 다양한 관계에 집중한다. 이를테면, 개인과 개인의 관계를 경유하여 그들이 엮이는 장소의 시간과 기억을 감각하게 하거나, 혹은 다른 정체성의 개인들이 모이는 특정한 가치의 시공간에 관해 얘기한다. 결국 그의 작품에서 개인이라는 존재로부터 시작한 다양한 양상의 관계는 새로운 서사를 향해 뻗어 나가기 위한 기본 골조를 이루며, 보편적 이해 안에서의 개인과 개인, 개인과 장소 등에 얽힌 서사는 다른 형태로 감각되기 시작한다. 본 전시에 출품하는 <Summer Love>는 한 공간에 연루된 다양한 인물의 이야기에서 출발한다. 이 영상 작품은 네 화자의 이야기가 얽히며 전개되는데, 이들은 허름한 집을 비싼 가격에 구입한 집주인, 새롭게 사람을 들이기 전 고용된 청소 용역이자 유튜버(YouTuber), 입주 직전의 세입자, 마지막으로 집을 지키는 성주신(집에 깃들어 건물을 수호하는 가택신 중 하나)이다. 각 인물은 하나의 공간에 얽힌 서로 다른 시간대를 점유하는 존재이며, 그들의 이상과 현실을 가로지르는 독백은 집이라는 내밀한 공간을 안주할 수 없는 불안한 사념으로 가득 찬 장소로 치환한다. 결국 집이라는 하나의 공간은 서로 다른 시간, 각자 다른 욕망, 어긋난 기대로 충만한 모호한 시간대의 영역이 된다. 

황문정은 도시나 특정 환경을 구성하는 다층적인 요소, 그리고 그것으로부터 비롯된 사용자의 양상을 살핀다. 그리고 그 요소들의 관계를 재정립할 수 있도록 비인간적(동물적, 식물적, 심지어 신체의 일부) 시선이 전제된 독특한 구조를 설계함으로써 기존의 인간 중심으로 위계화된 삶의 방식과 생태를 유쾌하게 뒤튼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최근 참여했던 영국의 작가 레지던시 프로그램(델피나 재단 레지던시 Delfina Foundation Residency Program) 경험을 바탕으로 게임을 만들었다. 다양한 국적의 작가와 큐레이터, 컬렉터의 만남을 도모함으로써 인적 네트워크 구축 및 작가의 역량 강화에 목적을 둔 해당 프로그램을 간접 체험이 가능토록 설계된 이 게임-작품에서 관객은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의 형식을 통해 작가의 성장을 책임져야 하는 미션을 받게 된다. 그리고 개인의 일상과 다를 바 없지만, 예술계라는 이름 아래 조금 특별한 위상을 획득하게 되는 이 생태를 게임으로 엿보게 됨으로써 미술의 창작 주체인 작가의 성공과 실패를 경험하고, 동시대 미술계와 작가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 봉착하게 된다.

송기철은 사회에 암묵적으로 존재하는 폭력적인 규율과 규범, 억압과 차별 등을 다양한 형식을 통해 가시화한다. 이를테면 방범용 쇠창살을 허공에 띄운 설치 작업 <이미 여기에 늘 평화롭게 존재한다>(2015)를 통해 사회 속에 잠재적으로 존재하는 차별을 은유하거나, 혹은 신체의 일부를 투명 아크릴로 압박한 사진 작업(‘0-제한’ 시리즈, 2017)을 통해 분명히 존재하나 눈에 잡히지 않기에 저항이 어려운 사회의 모순과 부조리에 관해 얘기하는 식이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끝에서 두 번째 세계>를 통해 우리가 발 딛고 선 이 세계의 단단한 토양에 관해 얘기한다. 여기서 단단함이란 이 사회의 견고한 통제 시스템에 대한 은유이다. 여기에 더해 그는 땅과 하늘의 사이, 비행을 통해 마주하는 간극의 영토에 주목한다. ‘비행’이란 권위적인 구속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시도라고 볼 수 있으며 하늘과 땅 사이의 간극, 일종의 공백과도 같은 이곳은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마주하는 결여의 영토이며, 끊임없는 투쟁을 위한 시공이라고도 할 수 있다. 또한 <끝에서 두 번째 세계>와 함께 <최악의 방향을 향하여>(2017)를 선보인다. 본 작업은 공허한 물리적 공간 위를 비추는 세 개의 조명으로 이루어져 있다. 하나의 중심원에 도달하지 못하고 서로 맴돌기만 하는 조명이 만들어내는 운동은 끊임없는 욕망의 충동과 결코 충족될 수 없기에 발생하는 결여의 연속이 만들어내는 실패의 반복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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