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윈 올라프 “PALM SPRINGS”
전시 명: Palm Springs 팜 스프링스
작가 명: 어윈 올라프 Erwin Olaf (1959년~, 네덜란드)
전시 일: 2019. 9. 5(목) ~ 10. 6(일)
작가와의 만남: 2019년 9월 17일 오후 5시- 7시
관람시간: 화-토/ 오전 10시 30분-오후 6시, 일/오후 12-6시(매주 월요일 휴관)
21세기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작가 어윈 올라프 Erwin Olaf 의 한국 개인전이 9월 5일부터~10월 6일 까지 삼청동 공근혜갤러리에서 열린다.
네덜란드는 올해로 60세 생일을 맞이한 어윈 올라프를 위해 중요한 미술관 전시들을 기획했다. 헤이그 시립미술관과 헤이그 사진 미술관에서 지난 2월부터 5월까지 3개월 간 열린 어윈 올라프 회고전에는 30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다녀가는 기록을 남겼다. 이에 미술관 측은 전시를 6월까지 연장하는 등 유럽에서 그의 인기를 가히 실감케 하였다. 또한 네덜란드 국립 미술관 라익스 Rijksmuseum 는 지난 해 어윈 올라프의 작품을 500점 넘게 소장하고 올해 7월 2일 부터 9월 22일까지, 그의 생일을 기념하여 렘브란트, 베르메르, 얀 스테인 등의 네덜란드 회화 역사의 거장들의 작품과 어윈 올라프의 사진작품을 나란히 배치하여 비교하는 “12 x Erwin Olaf” 라는 흥미로운 전시회를 기획했다. 21세기를 반영하는 사진, 영상이라는 현대적 매체로 네덜란드 미술사의 맥을 이어가고 있는 작가로 어윈 올라프의 이름을 역사에 올리는 의미 있는 전시회들이다.
2012년부터 어윈 올라프의 작품을 한국에 꾸준히 소개해온 공근혜갤러리는 작가의 3번째 한국 방문과 함께 9월 추석 연휴에 맞춰 그의 최신작 ‘Palm Springs(2018)’ 시리즈와 13개의 스크린이 연결된 비디오 설치 작품 ‘The troubled (2016)’ 를 전시한다.
작품 설명
‘Palm Springs 팜 스프링스(2018)’는 변화를 겪고 있는 대도시들에 관해 2012년부터 제작한 로케이션 시리즈 ‘Berlin 베를린(2012)’과 ‘Shanghai 상하이(2017)에 이은 마지막 작이다. 사회적 금기에 도전하고, 인간의 나약함에 관해 탐구해 온 어윈 올라프는 이렇게 말한다. “내가 가장 보여주고 싶은 것은 완벽한 세계가 내포하고 있는 균열이다.” 팜 스프링스 Palm Springs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 남부 로스앤젤레스 동쪽에 자리한 화려한 고급 휴양지로, 할리우드의 영화배우들이나 유명인사들이 빈번하게 왕래하는 곳이다. 겉으로는 완벽한 천국과 같은 팜 스프링스 Palm Springs를 배경으로 어윈 올라프는 미국의 인종 차별, 종교적 학대, 부의 양극화 등의 사회, 정치적 갈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다.
이번 전시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인 The kite(연)는 백인에게 천국이라 불리는 팜 스프링스에서 가난한 흑인 모녀가 소풍을 갈 수 있는 곳은 버스로 이동 할 수 밖에 없는 먼지 날리는 사막뿐이다. 말라버린 나무 가지에 걸린 성조기로 만든 펄럭이는 연을 바라보는 두 모녀의 뒷모습이 애잔하다.
전시되는 작품 가운데 유난히 관객의 시선을 사로 잡는 인물 사진들이 있다. “은행가 집안의 어린 상속자 The Bank, successor” 라는 제목의 인물 사진은 마치 금발의 어린 트럼프를 연상시킨다. “The worker” 라는 사진은 공용 빨래방 코인 세탁기 앞에 서 있는 흑인 노동자의 옆 모습이 감동을 자아낸다.
얼마 전 서울 시립 미술관에서 열린 영국 작가 데이비드 호크니(David Hockney, 1937~)의 1972년 작, Pool with Two Figures 의 배경은 싱그러운 녹색인데, 그에 대한 변주로서 작업한 어윈 올라프의 사진 “American Dream-Self Portrait with Alex, 2018” 에서는 팜 스프링스의 말라 버린 노란색 잔디와 황폐해진 산이 배경으로 보인다.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그때 우리 제작 팀은 잔디에 녹색을 칠하자고 제안했다. 무언가를 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제안이겠지만, 내가 원하는 바는 아니었다. 시든 잔디는 팜 스프링스라는 완벽하게 인공적인 곳에 가슴 아픈 무언가를 불러일으킨다.”
자신을 모델로 한 이 작품에 대해 올라프는 이렇게 설명한다. “ 더 이상 될 수 없는 것을 갈망하는 한 인간, 어떤 미의 도달불가능성을 나타내고 싶었다. 화면 속 인물은 화려한 파티 의상을 입을 수 있는 경제적 여유를 가졌지만, 여전히 벽으로 둘러싸인 파라다이스의 정원을 가진 60살의 늙은 남자이다.” 사진 속의 이 남자(어윈 올라프)는 허황된 아메리칸 드림 American Dream과도 같은 자신의 환상 속에 황망하게 서 있다. 또한 이 작품에서 올라프는 유한한 인간의 삶에 대해 말하고 있다. “당신이 지금은 살아있지만, 내일은 그렇지 않을 수 있음을 인지하는 것은 굉장한 이점이다.” 어윈 올라프는 폐기종을 앓고 있지만, 여전히 왕성한 작업을 해나가고 있다. 그는 자신의 병을 통해 인간의 나약함과 삶의 유한성에 대한 고찰을 거듭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은 그의 작업 전반에서 드러난다.
팜 스프링스 시리즈와 함께 한국에 처음으로 소개되는 ‘The troubled (2016)’는 2015년 11월 바타클랑(Bataclan) 극장을 포함한 프랑스 파리 시내 여러 곳에서 일어났던 무차별 테러 사건에 대해 작가의 비판적 생각을 보여주고 있는 대형 영상 설치작품이다. 13개의 스크린 화면에는 클로즈업 된 다양한 얼굴과 표정의 인물들이 나타나고 사라진다. 서서히 변화하는 각 인물들의 표정은 각기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내포하고 있는 감정은 불안, 괴로움, 분노와 연관되어 있다. 속수무책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어버린 반인륜적 테러행위에 대해, 무기력한 다수의 소리 없는 분노를 표현하고 있다. 이는 뉴스에서 보도되는 사실로서의 테러 사건에서 삭제된 개인적이고 사적인 감정과 표정을 소리 없는 외침으로 시각화 한 작품이다.
작가소개
저널리즘을 전공했던 어윈 올라프는 현대 사회에서 마주하는 인종, 신분, 동성애, 종교, 관습 등의 문제들을 아주 날카로운 미적 직관을 통해 자유롭게 표현하면서 관객들로 하여금 아무런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던 일상에 질문을 던지며 인간 본질에 대해 성찰하게 한다. 상업 사진작가로도 활동했던 그는 기존 사회문제들을 다루었던 다큐멘터리 사진 작가들의 다소 무겁고 신랄한 이미지들에서 벗어나, 대중적 취향과 표현적 자유의 한계를 뛰어 넘는 다양한 실험을 40년 동안 해 왔다.
회화적인 세련된 색채감과 사진적 정교함을 잘 결합시킨 그의 사진들은 네덜란드 17세기 황금시대를 대표하는 화가, 렘브란트, 베르메르, 얀 스테인 등의 회화 작품들과 함께 거론 되곤 한다.
현재 그의 작품은 네덜란드 국립미술관 라익스 Rijksmuseum, 국립 현대 미술관 스테델릭 Stedelijk Museum, 독일 쾰른의 루드빅 미술관, 미국 조지 이스트만 하우스, 상하이 사진 미술관, 엘튼 존 컬렉션 등에 영구 소장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