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2019-07-02 ~ 2019-08-10
박도윤
02-333-0022
씨알콜렉티브는 2019년 CR 신진작가공모 선정작가인 박도윤의 개인전 《가능체계》를 오는 7월 2일(화)부터 8월 10일(토)까지 개최한다.
박도윤은 이번전시를 통해 기호-언어 속 문화적•사회적 의미 및 주체의파악 방식과 구조를 해체하여, 체계System로 기능하는소통의 신화들을 드러내고자 한다. 작가가 자신의 사적인 전환기에 마주한 책 –조각사(史) 책이나 움베르토에코의 『기호』- 그리고 최근 서울에 들어와 듣게 된 랩 등이 작업의 소재가 된다. 책을세 덩어리로 잘라내거나, 책 속의 단어 하나를 찾아 구멍을 파 들어가고, 또는 낱장을 분해하여 석고가루나 나무판에 새기는가 하면, 글자 하나하나 3D프린터로 출력하여 수조 안에 부유시킨다. 그가 해체한 현상학적신화의 레이어들은 유동적이고, 연약하며, 가변적이다. 해체된 이들은 어떠한 규칙, 힘,무의식적 관습 등에 의해 재결합•조합 가능한 상태이며 불완전하고, 비가시적이다.
박도윤은 인위적인약속을 느슨하게 만드는 가능성을 찾아내어 시각화한다. 우리의 일상적인 행동 중에서도 이런 행위를 찾을수 있다. “만약 책에 읽는 것 외의 용도가 있다면?” “만약어떤 노래의 가사를 바꿀 수 있다면?”과 같은 가정이 그렇다. 두꺼운참고서를 냄비 받침으로 이용할 때도 있고, 대중가요나 동요의 가사를 짓궂게 바꿔 부르는 것은 어릴 때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곧잘 하던 놀이다. 작가는 그 중에서도 특히 더 견고해 보이는 약속들 속에서, 이러한 가정을 비가역적인 영역까지 끌어올린다. 아예 조각나고 구멍난 책, 그 위로 시원하게 쏟아지는 물, 물의 흐름을 따라아무렇게나 움직이는 글자들…… 이 같은 장면은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일으킨다. 이를 통해 작가는 보편적 인지 체계의 해체와 재조합을 보여주고자 한다.
라이프니츠 Gottfried Wilhelm Leibniz는 ‘가능세계 Possible Worlds’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이는 무수한 가정으로무수히 가능한 세계 중 가장 최선인 세계로서의 현실세계를 논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다. 논쟁적인 이 개념은관점에 따라 그저 ‘모순 없이 최대한 자세히 기술한 가정 또는 명제의 집합’일 수 있다. 또는 가능세계는 현실세계와의 공간적, 시간적, 인과적 관계를 갖고 있지 않을 뿐이며, 그 자체로 실재적이고 구체적인 세계일 수도 있다. 우리는 다만 현실세계에살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작가가 제시하는 ‘가능체계 Possible Systems’라는 개념은 현실세계를 이루는 문화, 역사, 철학, 사상, 인식 등의체계가 수많은 가능체계 중 하나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특히 작가의 최근 작품에서는 ‘인지 체계’속 규칙 중 하나인 언어에 대한 관심이 나타난다.
작가는 언어적약속들, 기호, 글, 특히책이 가지는 신화와 같은 속성을 의심하고 새롭게 지각하게 하는 일련의 실험들을 진행해왔다. 대부분의책이 지니는 특징은 다음과 같다; 한 손으로 집을 수 있다, 한번에 두 페이지씩만 지각할 수 있다, 문장이나 페이지를 쓰여진 순서대로 읽음이 바람직하다. 작가는 ‘책’이라는 체계를다른 관점으로 보게 한다. 움베르토 에코의 저서 『기호 Zeichen』(1977)를 사용한 설치 작품, <규칙 1>이 대표적인 예이다. 작가는 책의 표지와 페이지 일부를 구멍내어 ‘die’, ‘Regeln’, ‘können‘, ‘geändert’, ‘werden’이라는 단어가드러나게 했다. 이는 번역하면 ‘규칙은 변할 수 있다(the rules can be changed).’라는 문장이 된다. 이어지는작품 <규칙 2>와 <규칙 3>에서는 책을 페이지 단위로 물질화하여 한눈에들어올 수 있게 펼쳐놓았다.
이번 전시에서선보이는 신작 <break>는 동명의 제목을 가진 노래의 가사를 차용한 것이다. 천정을 향하여 놓인 스크린 위에 일렁이는 물결과 작은 그림자들이 비쳐 보인다.이 그림자는 위에 매달아 놓은 얕은 수조에 담긴, 한 글자 단위로 3D 프린트한 노래 가사의 그림자이다. 수조에 담긴 작은 기계들이일으키는 물살대로 글자들이 움직인다. 본래의 의미를 잃고 새롭게 재조합 되어 투영되는 글자들은 노래의제목과 가사에 담긴 메시지와 맞물린다. 그러면서도 작품은 물살을 따라 움직이는 다소 정적이고 수동적인방식의 해체와 ‘꿈’과 ‘깨’ 같은 노래 가사가 전하는 적극적이고 주체적인 타파의 이미지가 뒤섞인 아이러니한 상태로 우리 앞에 놓여 있다.
이처럼 작가는의미의 분해를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소재들을 선택한다. 그 소재는 기호학이나 미술사, 대중음악처럼 각각의 구체적인 맥락을 지닌다. 동시에 이 맥락들은언어와 문화처럼 인간의 인지체계를 이루는 보편적인 속성이다. 작가가 해체하고자 하는 신화는 언어 속이데올로기와 같이 특정적인 것이 아니라 이 같은 보편적인 인간의 상태이다. 이는 작가가 미술을 시작하며겪은 개인적인 경험과 연결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는 처음에는 미술계 내부와 외부 사이에서, 그 다음에는 미술계 내부의 다양한 이해관계 사이에서 미술에 대한 관점에 간극이 생기는 것에 관심을 가졌다. 그 중 어떤 관점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것이 미술의 본질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인간의 편의를 위해 자리잡은 약속으로 구성된 인지 체계는 언제든 해체될 수 있으면서도 누군가에게는 신념으로작용한다. 작가는 서로 다른 믿음이 생기는 까닭은 인지 체계가 본질적으로 유동적인 속성을 지니기 때문임을나타내고자 한다. 작업에 사용되는 석고가루나 그림자, 물등은 이처럼 쉽게 바뀌고, 고정적이지 않다.
작가는 약속된인지체계가 끌어내려야 할 부조리나 잘못된 것이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여러 관점의 충돌과 그로 인한 의미의분리는 작가의 휴머니즘적 목소리를 빌어 “나쁜 것”이 아닌, 서로 다르지만 각각이 실재하는 가능체계가 된다. 이들이 공존하는이곳은 하나의 유토피아가 되어 하얗고 차가운 듯한 풍경 속에서 포용해주기를 기다리며 온기를 조용히 내뿜는다.
박도윤은 서울대학교조소과 학사, 석사를 졸업하고 2018년에 독일 무테지우스예술대학에서 미디어 아트 석사학위를 받았다. 네덜란드와 독일 등에서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하였고 독일에서 1회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최근 서울의 오시선에서 개인전 《떨어지는글자들 Detaching Letters》(2019)을 개최했다.
박도윤/Park,Doyoun/mail@parkdoyoun.com
Education
2018 무테지우스 예술대학 Muthesius Kunsthochschule, 미디어 아트 석사
2011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석사
2009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학사
Solo Exhibitions
2019 떨어지는 글자들, 오시선, 서울
2018 the rules, 플래미셰 슈트라세 Flaemische Straße, 킬 Kiel, DE
Group Exhibitions
2018 in the dark - the Eindhoven light festivalGLOW, Temporary Art Center, 아인트호벤 Eindhoven, NL
2018 Competitive Light - dutch design week, TemporaryArt Center, 아인트호벤 Eindhoven, NL
2017 Gastspiel, Brunswiker Pavillon, 킬 Kiel, DE
Kiel Holen, Marburger Kunstverein, 마부르크 Marburg, DE
Lee Younkyung, Park Doyoun - EinblickAusblick, Kunstraum B, 킬 Kiel, DE
2016 LET IT KEEP SECRETS, Soledad Senlle ArtFoundation, 암스테르담 Amsterdam,
NL Startpoint Selection, Arti et Amicitiae, 암스테르담 Amsterdam, NL
2015 StartpointPrize Exhibition - Prize for European Art Graduates, 프라하 내셔널 갤러리
National GalleryPargue, C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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