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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언 : 밤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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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언展 - 밤새...


갤러리더키움 초대개인전 제22회 김종언 작품전

밤새... 목포_oil on canvas_116.7x80.3cm_2018




눈 내리는 밤의 마법사 김종언 작가 초대전

 


눈이 내리는 밤이면 나타나는 팅커벨을 보신 적이 있나요?


겨울 밤, 하얀 눈이 소복소복 내리는 밤이면 모두가 잠든 골목길 이 곳 저 곳을 날아다니며 손에 요술봉을 들고 마법의 주문으로 여기 저기 가로등을 켜는 마법의 팅커벨.



마치 팅커벨처럼 그는 화폭 곳곳에 등불을 켠다.


도시의 골목길.


언젠가는 거기도 풀이 무성하게 자라고 나무가 숲을 이루었던 곳이리라. 저녁이면 구름이 내려앉고, 아침이면 안개가 피어오르던 그 곳. 그 자리에 어느 날 하나 둘 작은 집이 생기고, 큰 길이 나고, 골목길이 생기고, 곧 마을을 이루었으렸다.


전원에서 태어나 자란 그가 풍경을 그리는 것은 퍽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기찻길을 따라 여행을 하며 역 주변에 남아 있는 풀숲 사이로 아스라히 피어오르는 안개와 바람을 담아 고풍스러운 풍경을 화폭에 담아냈다. 때로는 눈 내리는 풍경도 그렸다. 한 동안 그렇게 도인처럼 자연과 대화를 나누다가 도시로 변신한 자연을 생각하며 도시로 눈길을 돌렸다. 숲과 언덕은 이제 집과 골목으로 바뀌었지만 그곳에는 여전히 바람이 불고, 안개가 피어오르며 눈이 내렸다. 천지의 창조와 생명의 탄생에 대한 비밀을 바람으로 안겨주고 안개로 보여주던 자연의 이야기는 이제 그 언덕에 둥지를 튼 사람들의 이야기로 옮겨갔다. 분주한 일상을 보내고 달콤한 잠을 자며 맞이하는 평온한 밤이 되면 이 도시를 사는 우리의 진솔한 이야기가 들려올 터이다.


눈이 내리는 밤이 되면 김종언 작가는 길을 나선다. 큰길과 골목길, 지붕과 장독대, 그리고 나목의 가지와 빈 둥지에도 빠짐없이 하얗게 눈이 내리면, 가로등 불빛 아래로 불 켜진 창이 나타나고, 그 안에서 새어 나오는 너와 나의 이야기가 궁금해서다. 도란도란 속삭이는 그 숨결이 그리운 것이다. 그의 발걸음은 어느 새 화폭 안의 골목길에 들어서고, 그는 팅커벨이 되어 골목마다 마법의 등불을 켠다.


눈이 내리는 밤에 그가 이 골목 저 골목에 등불을 밝히면서 우리의 눈길을 이끌 때, 어느 새 우리도 작가를 따라 예의 그 창가에 귀를 기울이고, 이웃의 이야기, 우리 자신의 내면의 소리를 듣게 된다. 하늘에서는 소담스럽게 눈이 내리고, 우리의 이야기는 그렇게 계속되는 것이다. 밤새......


 


-갤러리 더키움 관장 금주섭(의학박사)



밤새... 목포_oil on canvas_194.0x97.0cm_2018



밤새... 목포 청호로_oil on canvas_91.0x65.2cm_2019


작가노트_


눈 내리는 하얀 밤 얼기설기 얽힌 골목길

동 트기 전 신문을 배달하는 소년의 바쁜 걸음처럼 나는 정신없이

골목길 모퉁이를 돌고 돌아 발자국을 남긴다.

언제 그칠지 모를 눈과 이내 꺼져버릴 가로등 불빛이 아쉬워

쉴 새 없이 움직여 보지만 그 새벽은 짧기만 하다.

눈이 오는 밤은 춥지만 환하여서 좋고 그 추위는 따뜻함을 생각하게 하여서 좋다

이 곳 저 곳 구석구석을 기웃거리고 담을 타기도 지붕 위를 오르기도 한다.

몰래 옥상에 올라 발자국도 남기고 장독 뚜껑에 손도장도 찍어본다.

성에가 낀 창을 타고 흐르는 tv소리는 시린 몸을 녹여주기에 충분하고

뾰족한 유리 조각이 촘촘히 박힌 눈 덮인 담장에선 순박한 도둑이 연상될 정도의

친근감마저 느껴진다.

가끔 개짓는 소리에 놀라 급히 자리를 뜨기도 하고 인기척 소리에 카메라를 숨긴 채

선걸음으로 모퉁이를 돌아간다. 이상 한 듯 바라보는 시선이 불편하기도 하지만

긴 삶의 흔적들을 너무 쉽게 바라보고 포장 하려는 내 미안함에서 나오는

어색함이기도 하다.

가파른 골목길 중턱에서 올라가지도 내려가지도 못하는 차를 쳐다보며

밤을 새기도, 주차된 차를 찾지 못하여 긴 시간을 헤매기도 하지만

많은 생각과 기억을 만들어주는 그러한 시간들이 참 좋다.

훗날 그곳의 눈처럼 나의 그림에도 많은 이야기가 쌓여지면 좋겠다...


2018 12 지난겨울




밤새... 홍제동_oil on canvas_91.0x65.2cm_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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