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노아트 스페이스 개관전에 초대합니다.

최근 제 작업은 윷놀이(배색)와 아리랑(축제)를 주제로 하여 발표되어 왔습니다.  이번 전시는 한글의 역사성과 생명성에 대한 작가적 속내를 숨기지 않고 드러내고자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재료나 기법에 충실한 시각적 한글이 아니라 그 중심을  한글에 담긴 정신에 두었습니다.

모든 작가들의 삶의 이력이 동일하지 않듯이 그림을 그리기 전, 저는 글을 썼습니다. 한글에 대한 많은 글을 쓰고 난 후,  그림에  다가갈 수 있는 용기가 생성되었습니다. 글과 그림 즉 문자와 색이라는 경계를 넘나들며 융합하고 인정하는 퓨전주의 한글 작품을 발표하였으며, 그에 기초한 작업을 진행해 왔습니다. 한글로 표현되는 것이라면 재료나 장르에 제한 없이 열정을 쏟아 부었고, 그만큼 넘어지는 것이 다반사였습니다.  넘어진 저를 일으켜 세운 것은 열등감이었습니다. 누구도 나의 넘어짐을 바라보거나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소외감은 역설적이게도 더 자유스럽게 한글에 천착하게 했습니다.

'큰 글'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한글은  대한민국의 문화 나침반이자 미래성장의 동력입니다. 문자와 글이 사라지지 않고 함께 공존한다는 것은 곧  살아있는 생명체와 같습니다.  한글은 죽은 자의 화석이 아닌 살아 있는 언어이며, 그 속에 깊은 뜻이 담겨 있는 희토류 같은 문화 자원입니다.

제 작품에서 표현된 직선과 곡선의 선은 한글의 가로와 세로의 선도 될 수 있지만 큰 나무의 나이테처럼 역사성을 의미합니다.   녹색의 나뭇잎은 작지만 강인한 생명의 메타포 입니다.

이번 전시를 통해 글자와 언어는 우리민족의 면면한 생명력이자 미래로 향해 가는  동력이자  문화 국가를 지향하는 정신이라는 것을 되새기며 함께 나누기를 소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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