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2019-10-11 ~ 2020-01-22
박지은
무료
010-6204-1572
병원으로 오는 환자들은 모두 아팠고 다 다르게 아팠다.
증상이 다른 이유는 나이나 성별같이 일반적인 원인도 있지만, 그들이 보낸 시간과 현재의 감정 등 지극히 개인적인 원인도 있었다. 그들이 호소하는 증상은 다 달랐다. 같은 병명을 가진 용종도 모양과 크기가 같은 경우는 하나도 없었다.
모두가 다른 이유로 병원에 왔느데도 그들을 몇 개의 병명의 카테고리 안에서 동일화 시키는 일은 안타까웠다.
현대 의학기술이 만들어낸 축복인지 저주인지 모를 각종 검사 기구를 통해 그들의 몸을 들여다본다. 선홍빛 장벽에는 생과 사 사이에 일어난 수많은 사건들이 화석처럼 새겨진 경우가 다반사였다.
놀랍도록 몸 안은 부지런하고 진실되게 개인의 시간을 기록하고 있었다. 부모로부터 혹은 그 윗세대로부터 기억된 시간의 역사가 반영되고 거기에 개인적인 경험까지 기록된 몸속 풍경은 신비로웠지만 슬프고, 장엄했지만 쓸쓸했다.
사멸해가는 모든 것은 결국 하나의 지점을 향해 나아간다. 하지만 그 지점으로 가는 길이 무한대로 존재한다는 사실은 위로가 되었다. 각자의 길에서 마주하는 수많은 통증의 일부를 덜어주는 일은 보람된 경우도 많았지만 시간 자체가 통증인 경우도 많았다.
진료실에 앉아 붉고 하얗고 구불구불하고 어두운 내시경 화면을 바라보며 개개인의 시간의 역사가 이미지로 기록되는 가능성을 생각해본다. 사라지는 모든 것을 한 장의 이미지로 남기는 건 나를 치료하는 방법이 되기도 했다. – Dr. Lu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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