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박² Compulsion to Repeat
191127-200308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1층 전시실
부문
회화, 사진, 영상, 조각, 설치 등
작품수
45점
참여작가
김용관, 김인배, 뉴 미네랄 콜렉티브, 에밀리아 스카눌리터, 오머 파스트, 우정수, 이재이, 정연두, 차재민
서울시립미술관의 기획전시 ≪강박2≫은 ‘반복’이라는 일상적 개념이 동시대 예술 속에 구현되는 양상을 살펴봄으로써, 우리를 구성하고 사로잡는 심리적 강박을 조명한다. 반복은 우리 삶 속에 다양한 형태로 녹아있으며, 가시적이든 그렇지 않든 우리 몸과 정신 활동의 많은 부분을 포함하여 세계가 구조화되는 방식 또한 반복에 기초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같은 일을 되풀이하는 것’을 뜻하는 반복은 기원, 생성, 창조, 새로움 등의 관념보다는 복제, 모방 등과 연결되며 의미론적으로 열등하게 취급되어 왔다. 그러나 포스트모더니즘 이후 반복이 갖는 본질적 특성은 더 이상 같은 것의 회귀를 의미하는 동일성의 메커니즘으로 귀결되지 않고, 이른바 ‘차이는 반복의 결과’라는 동시대 사유 속에서 창조의 근원으로 부상하며 사회적, 정치적으로 재해석되고 있다. 이 전시는 반복이 우리 삶의 안팎을 지배적으로 점유하는 정신병리학적 현상으로서 ‘강박’을 단지 개인의 문제가 아닌 동시대 사회구조의 문제 속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강박은 ‘내적인 강제에 의하여 실행하지 않을 수 없는 반복적 행동의 형태’를 뜻한다. 이 전시는 강박이 그 자체로 지니는 반복적인 속성에 주목함과 동시에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 또한 반복에 있음을 이야기한다. 이를 위해 ≪강박2≫은 자본주의 체제가 삶의 지평을 잠식해버린 오늘날, ‘의미 있는 삶의 추구’로 대변되는 현대인의 강박적 상황을 터전 삼아 아홉 명(팀)의 작가가 세상을 읽고 질문하는 과정을 통해 비판적 사유의 실험장을 구성한다. 이곳에서 생겨나는 사유의 가능성들은 외부에서 새로운 답을 찾는 대신 내파(內破)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강박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은 그것의 위반이나 대안과 같이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내부에 있기 때문이다. 바로 여기에 강박의 심리적 측면을 넘어서는 행위의 가능성이 있다. 강박 속에서 스스로를 반복하는 강박, 즉 ‘강박의 강박’, 혹은 ‘강박X강박’은 이 전시를 관통하는 예술적 전유의 전략이다. 그렇다면 ‘강박2’은 반복이 바로 강박의 자리임을 알려주는 고유한 기호가 된다. 반복은 강박에 틈을 낼 수 있는 유일한 형식이자 강박 행위로서의 예술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로 작동한다. 여기 초대된 아홉 명(팀)의 작가는 회화, 영상, 사진, 조각 등 다양한 매체로 현실의 반복을 변주함으로써 다양체적인 세계의 모습을 작품에 투영하고 있다. 전시를 이루는 개별 작품들이 강박에 저항하기 위하여 시간적, 공간적 반복 혹은 주제적, 구조적 반복을 통해 보여주는 것은 반복이 어떻게 창조하는가에 관한 끊임없는 실험이자 탐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