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
2020-02-05 ~ 2020-02-11
곽아현, 김소현, 박희정, 정임정
무료
02-2223-2533
사악한 주방 Cutthroat Kitchen
곽아현, 김소현, 박희정, 정임정
2020. 02. 05 ~ 2020. 02. 11
2020. 02. 09 PM 2:00(+ Avan-T Jazz Saxophonist)
Open 10:30 ~ Close 19:30
인사동마루 갤러리(InsadongMARU Gallery)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35-4(관훈동 192-15) 인사동마루 신관 3F
T. 02-2223-2533
blog.naver.com/maruinsadong
www.instagram.com/insadongmarugallery
기획: A:rK
후원: SPACE 153
A:rK
사악한 주방 1 Cutthroat Kitchen 1: 근처는 얼씬도 않던 주방을/ 갑자기 자주 가게 된다.// 주방과 관련된 것들과/ 어쩔 수 없이 가까워진다.// 음식의 재료를 고르고/ 적당한 집기류를 구비하고/ 손쉬운 요리 레시피를 찾아보고/ 설거지를 내 몸 씻기보다 자주하며/ 음식쓰레기를 처리하는 노하우도 생긴다.// 어느 순간/ 초월하여 해탈의 경지로/ 해체, 환기, 카타르시스를 맛보는 단계를 넘어/ 자유를 만나는 대신/ 일상 속 원래 제 자리인 냥/ 뻔뻔스럽게 자리 잡고야 만다.// 뭇 여성들이/ 한결같이 경험하는/ 완벽히 변화된/ 삶의 풍경// 예술가도 피해갈 수 없는/ 한사람의/ 한 여성의/ 한 아이의 삶이/ 삽시간에 종잇장 뒤집듯 변해버렸다.
곽아현, Cutthroat Kitchen 부활을 꿈꾸며, 행주에 실드로잉, 40x40cm, 2019
사악한 주방 2 Cutthroat Kitchen 2: 숲과 들판에서 자라/ 바람과 비와 햇살을 머금고/ 온갖 종류의 생명들을 만나고 나면/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내 손 안에 가득히 들어온다.// 준비를 마친/ 매끈하고 유려한 곡선과 직선의/ 감탄이 절로 나오는 완벽한 형태가/ 그들을 맞이하고/ 능숙하면서도 유연하게 그들을 이끈다.// 절정에 이르러/ 완성에 가까운 최고의 단계에 이르면/ 총천연색의 빛나는 아우라를 내뿜고/ 갖가지 상상력과 창의성을 자극하며/ 최대한 매력적인 자세를 취한다.// 서서히 흩어져 허물어지고/ 파괴되어 내부가 뒤섞이며/ 모든 색상들은 블랙홀로/ 마지막 불꽃을 폭발하듯/ 끝도 없는 아우성에서 메아리가 되어 퍼져나간다.// 거대한 찰나가 단숨에 지나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눈부신 환영이 되어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른다./ 잊을 수 없는 기억들은/ 추억이 되어 가슴 한 켠에 내리꽂힌다.// 영원히.
김소현, Respiration, Mixed Media on Canvas, 65.1x65.1cm, 2020
김소현, Breathe, Mixed Media on Canvas, 65.1x65.1cm, 2020
김소현, Ventilation, Mixed Media on Canvas, 72.7x72.7cm, 2020
그저 지루해 빠진 일상이다. 단순히 누구에게나 주어진 아주 평범한 일상이었다. 그러나 그것조차 맘 편히 누리지 못하는 이들이 있었으며, 잔잔한 일상의 단면들을 제 멋대로 그려대고, 그들의 아지트로 가져가 조작하고, 등골이 서늘하도록 날선 싸함을 선사하기도 했다.
너는 언제부터 평범한 일상이었느냐. 그들에겐 때론 가식이고 거짓이며, 페이크이고 두 얼굴의 아이러니이며, 수많은 이들을 희생시킨 위령탑 위에 세워진 유령들의 필수코스 ‘호텔 델루나’와도 같았다.
산 자이든 죽은 자이든, 그들에 관해선 모두가 철저히 둔감하여 끝끝내 그 무엇도 알지 못하고, 일상과 다른 이들 사이의 중간자로써 그들은 모든 것을 감싸 안아 스스로를 걸러내고 다듬어 마지막까지 매만진 후, 가족의 기쁨과 인류의 행복을 위하여 지금까지의 모든 것을 기꺼이 선사하며, 어떠한 한도 풀지 못하고 자연히 소멸하듯 모든 것들을 끌어안고 끝까지 버텨내며, 그 끝에 가서야 아무도 모르게 저 혼자 장렬히 전사하고 마는 것이다.
박희정, 20180103, Oil on Canvas, 40x30cm, 2018
박희정, 20191207, Oil on Canvas, 70x50cm, 2019
어느 여성의 삶이며 모든 이들의 삶이기도 한 나와 당신들의 이야기. 짧고도 얕은 언어와 넘치는 감정들만 한가득인 말들과 쉽게 이해하기 힘들고 뚜렷이 알 수도 없는 하지만 예리한 느낌만으로 어찌 공감이란 걸 이끌어낼 수 있을까. 불나방과도 같은 열정-순수한 그 열정을 인정받을 길 없어 스스로 불구덩이에 뛰어들어 번뜩이는 환영을 남긴 채 일순간 사라져 버리고 말 회한 가득한 열정으로 끝을 맺을 것인가. 단숨에 뒤덮여진 공간과 낯설고도 익숙한 특유의 공기, 무언의 압박감, 서서히 저절로 움직여지는 삶의 방향과 모두가 옳다고 믿는 어떤 힘, 혼자만의 발악과 외침은 점차 잦아들어 어느 순간 스스로에게도 잊히고 마는 망각의 세계를 우리는 그저 고요히 건너가고 있을 뿐이다.
정임정, White Bowl, Oil on Wood, 50x50cm, 2019
정임정, 좌우 각 Cutting Board and Bowl 1·2, Oil on Wood, 44x32cm, 2015
정임정, Wooden Cutting Board, Oil on Wood, 72x52cm, 설치 장면
우리는 평생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는 한 인간이며, 한편으론 언제나 순수한 아이와도 같은 모습을 간직한 채 살아가고 있다. 또한, 그 절반은 여성이며 어머니이기도 하고, 그 중 몇몇은 예술가라는 역할을 덧입고 이 땅에 발 딛으며 꾸역꾸역 살아가고 있다. 걔 중 네 명의 작가들이 인간, 아이, 여성, 어머니, 예술가로써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주어진 사소한 일상을 눈 깜짝할 새에 영향을 주고받아 그들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들어버린 ‘사악한 주방’을 만났다. 넘치는 생명력을 가득 품은 재료들로부터 재련된 집기류의 유려한 모습들, 화려하면서도 완벽히 완성된 결과물로써 이 세상 모든 것들이 함축되어 보여 지기도 하고, 그 이후의 격렬한 변화와 마지막엔 완전히 사라져 버린 후에도 생겨난 잔상들까지, 한 마디로 급변하는 삶의 한 가운데에서도 우리는 또다시 새로운 방식으로서의 예술의 순간을 맞이한 것이다. 일상이 예술이 되고, 변화된 환경 속에서도 더욱 더 예술적 사고를 불러일으키는, 그야말로 삶이 예술이 되는 경험을 미시적이나마 곳곳에서 아주 진하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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