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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품다: 월락재천 수상지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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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두 통과 책 한권의 프롤로그 


<이어 품다>전은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 상설전시와 기획전시를 통합한 형태의 특별기획전입니다. 조선 후기의 시대상을 보여주는 상설전시실 유물 중 두 통의 편지와 한 권의 책을 선정해 조명하고 있습니다. 이 서책들은 우리를 근대의 시원으로 안내하는 통로입니다. 이른바 ‘중세적 지배 체제의 동요와 해체’ 시기에 새로운 사상적 질서를 갈망했던 실학파 지식인들이 남긴 기록유산입니다. 관람객들은 이승훈의 <친필 서한>, 정약종의 <주교요지>, 그리고 정하상의 <상재상서>를 차례로 만나게 될 것입니다.


이승훈(1756-1801)은 1784년 북경의 천주당을 방문하여 조선인으로서 처음으로 세례를 받고 돌아온 실학자입니다. 27세 약관의 나이였던 그는 이벽 등의 동료들에게 세례를 줌으로써 평신도가 주도하는 한국 최초의 신앙공동체를 탄생시켰습니다. 정약종(1760-1801)이 저술한 <주교요지>는 최초의 한글 교리서로 천주교가 민중에 전파되는데 큰 역할을 담당한 서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정하상(1795-1839)의 <상재상서>는 1839년 기해박해를 주동한 재상 이지연에게 천주교 교리의 정당성을 알리려고 쓴 편지입니다. 


<이어 품다>전은 박물관 전시의 원리를 따라 유물을 뮤지올로지와 예술의 맥락에서 접근하고 있습니다. 서책을 둘러싼 인물들의 초상화와 초상조각 그리고 당대의 시대상을 보여주는 오브제들을 함께 선보입니다. 또한 전시 주제에 부응하는 현대미술 작품들을 통해 근대의 시간과 변혁의 공간에 대한 확장된 해석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가 개화기 조선의 지식인들이 인간으로서 겪었던 실존적 갈등과 종교적 신념의 교집합 부분을 ‘보편적 진리’의 관점에서 새롭게 바라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 예술감독



한상희 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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