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상Ⅱ-나를 보다>전은 급격하게 소용돌이치던 한국 근‧현대사를 살아온 예술가의 시선을 통하여 그들의 예술 작품 속에 녹아있는 시간의 흐름과 인간 내면의 언어를 함께 호흡해보고자 기획되었다.
지난 2019년 3월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에서는 <자화상-나를 보다> 서화미술특별전이 열려 많은 관람객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하여 마치 자화상을 그리듯 지난 100년간의 우리 역사를 서화(書畫)라는 키워드로 되돌아보며 당대 인물들의 고뇌와 열정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전시였다. ‘예술에 있어서의 독립 문제’를 화두로 근현대 대변혁기 우리 예술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었던 <자화상-나를 보다> 전시로부터 1년여의 시간이 흐른 지금 ‘영남지역’ 이라는 공간의 특성을 더하여 <자화상Ⅱ-나를 보다>를 기획하였다. 이번 전시를 통해 근‧현대, 한국 그리고 영남이라는 지역의 시공간 속에서 한국 미술의 모습을 현재의 시점으로 되짚어볼 수 있을 것이다.
미술사적으로 근대와 현대를 아울러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지방화단의 태동이라 볼 수 있다. 지방의 화가들이 보여준 예술적 성취나 수준은 그리 대단하지 않았으나 지방화단이 등장했다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지방이 가지는 사회 구조의 변화와 삶의 양식이 수도권과는 다른 문화적 토양을 가졌다는 것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특히 부산, 마산을 비롯한 영남지역의 화단은 제2의 수도권 역할을 하였으며 근대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끼친 영향과 성과는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되는 부분이다. 하여 <자화상Ⅱ-나를 보다>전은 치열한 시간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변혁기의 미술 작품들과, 영남화단을 기반으로 근‧현대의 변화를 충실히 담아내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들을 중심으로 구성되었다.
이 전시는 섣부른 가치 판단을 배제하고 역사의 도도한 흐름 앞에 치열하게 때로는 처연하게 살아 낸 인간의 의지가 작품으로 승화된 흔적을 있는 그대로 보고자 했다. 지난 100여 년 간 외세의 침략과 내부의 이념 대립이 잇달아 소용돌이치는 가운데 정치‧외교‧사회‧경제 외의 분야들은 거의 돌보고 꾸려갈 여력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근‧현대 미술 활동은 여전히 우리 주변에서 살아 숨 쉬며 면면히 이루어져 왔음을 이번 전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