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서문
모래의 어족魚族, 어족이 사는 모래와 불은 도자의 근간이 되는 요소들이다. 이번 전시에서 변규리 작가의 작업은 물속을 자유로이 다니는 물고기처럼 물과 불, 모래라는 도자재료의 근간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변규리 작가의 작품은 물레를 기본 제작 방식으로 하여 몸통이라는 축과 얇고 가느다란 원통형의 촉수를 자르고 붙여 제작된다. 그 크기와 형태는 각기 다르며 유기적인 형태를 띤다.
주목할 점은 작가의 컵과 화병으로 이름 지어진 공예품이 다양한 고화도의 색 유약이 입혀지며 조형성을 획득하고, 그것들이 위치해야 할 곳을 벗어나 바다를 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 도예는 기능성과 효율성을 위한 것으로 여겨진 전통 도예와 달리, 표현 매체의 다양화로 현대 미술에 못지않은 다각적인 면모를 보이고 있다. 작가는 <변신물> 시리즈의 화병이 식물보다 화려한 옷을 입지 않고 흙과 돌이 들러붙은 듯한 수수한 질감을 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특히 <변신물>의 두 번째 화기에서 위의 원통에 사용된 유약의 표현은 나무의 겉면을, 그 밑의 원통의 색상과 투명함은 바다를 연상시킨다. 작가의 끈질긴 재료와 유약에 대한 탐구로 나타난 특유의 모습들은 기존 공예작업에서 느낄 수 없는 자연의 질감을 연상하게 하는 색다른 특이성으로 다가온다.
작가는 더 나아가 그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화기를 하나의 생명체로서 표현한다. <촉수> 시리즈에서 주의 깊게 봐야 할 것은 그것이 위치하는 장소이다. ‘장소성’은 현대 미술에서 반드시 언급되는 미학적 개념 중 하나로, 작품이 어디에 놓이는지에 따라 그 작품이 갖는 의미와 해석이 달라질 수 있기에 작업과 비평에서 중요한 요소이다. 우리가 아는 일반적인 공예품은 그것의 기능성을 강조하여 관객들에게 완결한 모습을 보여주고자 하얗고 깨끗한 전시대 위에 집중 조명을 이용하여 그림자까지도 완벽한 모습으로 전시된다. 그러나 작가의 작업은 전시의 제목과 작품 사진에서도 알 수 있듯 바다와 모래사장에 놓여있다. 작업이 바다에 위치함으로써 공예의 유용성은 사라지고, 바다를 떠다니고 모래사장을 기어다니는 바다의 생명체, 어족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그러나 <촉수>는 그것이 본래 화기라는 정체성을 잊지 않은 듯 식물을 품고 확장된다. 도자는 바다를 이루는 물과 모래로 만들어지고 불을 통해 단단해져 그것이 다시 물과 식물을 담고 바다를 떠다닌다.
‘ - 되는 법’으로 정의되고 있는 작업은 철학자 질 들뢰즈를 떠오르게 한다. 컵이 되는 법, 나무가 되는 법, 화병이 되는 법으로 작가는 자신의 작업을 정리하고 있다. 들뢰즈의 ‘ - 되기’는 차이를 가로지르는 실천적 활동으로, 다수가 정한 표준에서 벗어나 자신의 주체성을 회복하기 위함이다. 작가는 일반적인 컵과 화병의 형상을 벗어난 형태의 컵과 화병 되기, 그리고 꽃과 식물을 품는 화기로서의 나무 되기를 말하고 있다. 들뢰즈는 다수가 말하는 표준은 전체의 표준이 될 수 없기에 소수가 그들의 개성을 존중하고 주체성을 회복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변규리의 ‘ - 되는 법’은 형태 면에서도 유약의 독특한 표현적인 면에서도 차이를 가로지르는 실천적 도자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이번 전시에서 변규리 작가의 작업은 기존의 도예 작품에서 쉽게 볼 수 없는 기의 형상과 유약의 표현 및 설치로 그것만의 ‘되기’를 통해 개성과 주체성을 찾고자 하는 일련의 시도로 볼 수 있다. 모래의 어족으로서의 작가의 화기는 마치 그것이 바다에서 살아 움직일 것 같은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작가 노트 가운데 기억나는 문구가 있다. 극한의 불을 이겨낸 그들을 통해 용기를 얻는다는 작가의 말은 그 무엇보다 중요한 메시지가 아닐까 생각해보며 마찬가지로 작품을 보는 이도 용기를 얻길 바라본다.
박경하 (미술비평)
작가노트
모래의 어족魚族
변 규 리
그들은 구부러진 공간에 서식하며
보름 밤마다 달의 그물을 찢고 깊은 밤바다로 헤엄쳐간다
쉬이 익 쉭 -
‘ㄹ’처럼 유연하게 구부렸다가 펴기를 반복하며 나아간다
아래로 아래로 심해의 크레바스를 지나, 바닥까지 간다
아롱거리는 야광불빛등을 이마에 달고 사는
납작한 심어족을 만난 그들은
무언가 몇 마디 속살거리고는 힘을 빼고 물에 몸을 맡겨
유유히 해표면으로 떠오른다
그리고는 흰 달아래 남부러울 것 없는 긴 촉수를 빼내어
우 우 우 -
큰 한 숨을 내뱉고 미끌거리는 몸뚱아리를 움직여
푸른 소금끼에 젖은 검은모래 품속으로 파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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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부드러운 땅,
모래는 그 물이 아니면 저 곳에 다다를 수 없다
Land that is still soft,
the sand cannot reach that place without the water
“나는 모래와 돌과 불에게 권한을 내어주고 무대 뒤로 사라진다.
그들은 서식지를 찾아 잔뜩 구부러진 공간,
화기(花器)의 어깨와 입, 팔, 다리에 들러붙어서 말을 한다.
해지는 오후에 그들의 목소리를 귀기울여 듣는 걸 몹시 좋아한다.
모래의 어족들은 지난 밤 낙타대상들의 모닥불에 녹아 유리가루가
예민한 제 촉수어딘가에 떨어졌다며
야단법석이다“
작가노트 중
Fish in the Sand
Dwelling in that curved space,
they tear the moon's net and swim toward the deep night sea every full moon
Hiss hiss-
It advances while repeatedly bending flexibly like the letter s and straightening out
Downward, downward beyond the ocean depths' crevice, it reaches the bottom
They who meet flat deep fish
that live with glowing night lights blinking on their foreheads
mumble a few words before relaxing and giving in to the water
and slowly float to the ocean surface
Then they take out their long tentacles with nothing to envy under the sun
and woo woo woo-
exhale a deep breath before moving their slippery bodies
and burying themselves in the embrace of black sand soaked with blue saltiness
*전시기념 워크북 발간:
“이번 전시에서 변규리 작가는 그의 작업과 텍스트, 사진이 담겨진 워크북을
닻프레스와 협업하여 40부 한정 수작업 에디션으로 독립출판하였다.
본인의 도자 작업에 대한 생물학적, 광물학적 서사와
현대도예의 한 줄기로써 천착해온 재료와 유약연구에서 걸러진 시간의 통찰이
텍스트와 사진에 녹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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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s and Photographs ©2018-2020 Pyon, Kyuri
Ceramic Work © 2019-2020 Pyon, Kyuri
Designed by Datz Press
Printed and bound by Datz Books, Seoul, Korea
변 규 리 Pyon, kyuri 卞 圭 里
교육경력
1994 미술학학사(B.F.A) 건국대학교 예술대학 공예학과(도예)
1999 미술학석사(M.F.A) 건국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도예)
2004 도자기기술학석사(M.F.A) 명지대학교 도자기기술학과(철유)
2010 공학박사(ph.D) 명지대학교 신소재공학과 (도자기 안료)
전시경력
개인전 2회 (서울) / 기획. 초대전 다수
2019 화조풍월(花鳥風月) 변규리, 이철민 도자 2인전 (경인미술관 아틀리에, 서울)
2018 견물생심(犬物生心)전 (도작공 갤러리, 서울)
2016-2018 아리타도자기축제참여 (有田陶器市,Gallery Baekpasun, Arita, Japan)
2017 공감전/ merry go round전 (신세계 갤러리, 인천)
2017 Bloomy Art Fair 블루미 아트페어 바람이 짓는 집 (신세계 갤러리, 인천)
2016 “화기애애 (花器愛愛/花氣娾愛)” (갤러리 도작공, 서울)
2016 GVSU International Ceramic Workshop (Grandvalley State Univ., Michigan)
2016 Baekpasun: Wave of Hundreds (Gallery Baekpasun, Arita, Japan)
2016 갤러리 백파선: 한국여성도예가2인전 (Gallery Baekpasun, Arita, Japan)
2016 Transition/Tradition –Comtemporary Ceramic art of India and South Korea(Gallery nvya/New Delhi)
2015 Ceramic Connect –korea india international exhibition (INCO gallery, Chennai)
2015 Colorful Wonderful –한국인도국제교류전 (이도 갤러리, 서울)
2012 인도-한국 세라믹 레지던시 프로그램 참가 (칼락쉬트라 아카데미, 첸나이, 인도)
2012 Earth matters: An Indo-Korean ceramic Exhibition(라리칼라아카데미,첸나이,인도)
현
수주도예연구소 소장
고마테이블웨어 대표
건국대학교 리빙디자인학과 대학원 출강
Education
1994 B.F.A KONKUK University (Dept. Craft / Ceramic)
1999 M.F.A KONKUK University (Dept. Industrial Design/ Ceramic)
2004 M.S MYOUNGJI University (Dept. Ceramic Techniques/ Ceramic Glaze)
2010 Ph.D MYOUNGJI University (Dept. Materials Science and Engineering/ Ceramic Pigments)
Solo & Selected Exhibition
2 time Solo Exhibition (Seoul) , Many invitations
2019 VASES, Ceramic Duo exhibition (KyoungIn gallery Atllier, Seoul)
2018 犬物生心, Ceramic exhibition (Dojakgong gallery, Seoul)
2016-2018 ARITA Ceramic Festival (有田陶器市, Gallery Baekpasun, Arita, Japan)
2017 Sympathy/ merry go round (Shinsegye gallery, Incheon)
2017 Bloomy Art Fair - A windy house (Shinsegye gallery, Incheon)
2016 花器愛愛/花氣娾愛 (Dojakgong gallery, Seoul)
2016 GVSU International Ceramic Workshop (Grandvalley State Univ., Michigan)
2016 Baekpasun: Wave of Hundreds (Gallery Baekpasun, Arita, Japan)
2016 Korean Female Ceramic EXHIBITION (Gallery Baekpasun, Arita, Japan)
2016 Transition/Tradition
–Comtemporary Ceramic art of India and South Korea(Gallery nvya/New Delhi)
2015 Ceramic Connect –korea india international exhibition (INCO gallery, Chennai)
2015 Colorful Wonderful –Korean-India International Exchange Exhibition(YIDO Gallery, Seoul)
2012 India - Korean Ceramic Residency (Kalakshetra Foundation, Chennai, India)
2012 Earth matters: An Indo-Korean ceramic Exhibition (Lalit kala academy, Chennai, India)
Director: Suju Ceramic Research Institute
Goma Tableware
Lecture: Department of Living Design, Kon-Kuk UNIV.
instagram : goma_potte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