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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응노, 종이로 그린 그림》은 이응노가 가장 많이 사용한 재료인 ‘종이’에 주목한 전시이다. 이응노의 예술 활동을 전 시기로 살펴보면,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잡지나 신문지를 활용한 평면작업, 종이죽으로 만든 조각, 그리고 종이 릴리프(relief) 등을 꾸준히 시도하였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응노의 종이작업을 전시의 대상으로 정하여, 그가 필연적으로 사용한 종이의 재료와 기법에 따라 분류해 구성했다.
이응노가 처음 변화를 꾀한 때는 1950년대 말 독일과 프랑스에서 서구 현대미술을 체험하면서이다. 당시 서구미술은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는 전통적인 개념에서 벗어나 다양한 재료와 기법을 다루었고, 이응노 역시 변화하는 흐름을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음이 분명하다. 이응노는 1960년 1월 프랑스에 정착하였는데, 당시 미술의 경향을 살펴보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나타난 앵포르멜(informel) 미술운동이 지속되면서 형태를 기하학적으로 해체하고 분할하는 추상미술이 주요한 흐름이었다. 장 뒤뷔페(Jean Dubuffet), 장 포트리에(Jean Fautrier)는 앵포르멜 미술의 선구자로서 독특한 재질감을 표현하며 추상미술을 이끌었다. 이후 파리에 진출한 자오우키(Zao Wou-ki)와 같은 동양화가들은 고대문자를 활용한 추상화를 구성하며, 동방의 화가라는 정체성을 확고히 하며 앵포르멜 미술운동을 전개하고 있었다.
이응노는 1962년 파리의 파케티 화랑에서 《이응노 꼴라주》전을 열게 되었다. 이응노의 종이 꼴라주 작품은 같은 해에 서울에서도 소개가 되었는데, 종이가 예술의 주요한 재료로써 순수 조형언어로 현대화된 과정은 권영우와 같은 일군의 화가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게 되었을 것이다. 이후 현재 국내에서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전광영, 박철, 한기주 작가들의 작품을 살펴보며, 이응노 종이 작품의 재료적, 기법적 특징을 비교하며 감상해보고자 한다.
이응노의 종이를 활용한 다양한 기법으로 보았을 때 종이는 그의 작품세계에서 중요한 재료이자 창작의 원천이며, 그가 자신만의 조형언어를 얼마나 치열하게 탐구하고 고민했는지 알 수 있는 중요한 요소인 것이다. 본 전시에서는 이응노가 주요하게 활용한 종이에 초점을 맞추어 그간 소개되지 않았던 이응노의 미공개 종이 작품을 재료와 기법으로 분류해 공개한다. 이와 동시에 동서양에서 종이를 다뤄온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며 종이의 물성을 다루는 작가들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엿볼 수 있는 전시가 될 것이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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