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을 거닐다: 백영수 1922~2018
2020-05-12~2020-08-09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4,000 (성인 기준)
수원시립미술관 2020 기획전 ⟪백년을 거닐다: 백영수 1922~2018⟫은 신사실파 동인이자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하며 일생동안 창작에 몰두한 수원 태생의 작가 백영수(白榮洙, 1922-2018)의 예술세계를 조명하는 회고전이다. 전시는 아카이브를 볼 수 있는 1. 백영수의 삶을 거닐다. 와 1940년대부터 2010년에 이르기까지 연대순으로 배열된 작품이 전시되는 2. 백영수의 작품을 거닐다. 의 두 부분으로 구성된다.
1. 백영수의 삶을 거닐다.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1 전시실은 백영수의 삶과 창작 세계를 살펴볼 수 있는 아카이브 공간으로 2018년 타계 이후 본격적으로 정리한 백영수 연보와 사진, 개인전 및 단체전의 브로슈어와 도록, 보도기사 등을 통해 그가 남긴 궤적을 살핀다.
전시실 중앙에 조성된 아틀리에는 백영수가 2011년 귀국하여 머무른 자택이자 작업실인 의정부 백영수미술관의 1층과 2층의 일부를 옮겨 재현한 것으로, 그가 실제로 그림을 그릴 때 사용했던 이젤과 깔개, 물감, 붓, 의자 등이 함께 전시되어 있다. 또한, 1998년 파리 아틀리에에서 촬영한 <모성의 나무> 와 2001년 작품 <귀로>를 제작하는 장면이 담긴 기록영상으로 작품 제작의 면면을 살피고, 김동호, 김명애, 김윤섭이 기억하는 백영수와의 일화가 담긴 인터뷰 영상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백영수의 목소리를 들어볼 수 있겠다.
그동안 백영수와 관련하여 신사실파 미술동인이나 추상 경향 등 초기의 작품(1940 ~ 50년대)과 시대상이 주된 연구의 대상이었던 것에서 나아가 이번 ⟪백년을 거닐다: 백영수 1922-2018⟫에서 선보이는 아카이브 자료를 기반으로 다각도의 심도 있는 연구가 진행될 수 있기를 바란다.
2. 백영수의 작품을 거닐다.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2, 4 전시실은 194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제작된 백영수의 작품을 연대기 순으로 전시한다. 약 200여 점에 달하는 작품이 전시되는 역대 최대 규모의 백영수 개인전으로, 각 시기별 백영수 작품의 특성을 파악하고 그가 고유의 화풍을 만들어가기까지의 탐색과 발전의 과정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1922년 수원 교동에서 태어난 백영수는 2세에 어머니를 따라 일본으로 이주하여 유년기를 보내고 오사카 미술학교에 진학하여 사이토 요리(齊藤與里), 야노 교손(失野橋村)의 지도를 받았다. 1944년 귀국하여 이듬해 목포 조흥은행 회의실에서 첫 번째 개인전을 개최하고 조선대학교 미술학과 창설에 참여하는 등 본격적으로 한국에서의 활동을 시작하였다. 1947년 서울에 입성해 문화교류의 장이었던 명동의 다방에서 문학가, 미술인, 연극인, 영화인, 음악가 등과 만나 교류하였고 1950년 한국 최초의 미술교육서인 『미술개론(美術槪論)』을 발간하기도 했다.
한국전쟁 발발 후 피란지인 부산으로 옮겨간 백영수는 혼란한 환경에서도 끊임없이 그림을 그리고 전시를 개최하며 창작에 매진하였다. 부산에서 만난 다양한 분야의 예술인들과의 교류를 통해 백영수는 더욱 성장하였고, 많은 출판물에 그림과 삽화를 실으며 출판미술 분야에서도 활약하게 된다. 특히 해방 후 최초로 등장한 추상미술 단체인 신사실파(新寫實派)는 김환기, 이중섭, 유영국, 이규상, 장욱진 등이 참여한 화가 동인그룹이었는데, 백영수 역시 1953년 부산 국립박물관에서 개최된 《제3회 신사실파미술전》에 참여하여 <장에 가는 길>, <여름> 등을 비롯한 8점의 작품을 선보였다.
1977년 뉴욕을 거쳐 프랑스에 정착한 이후 백영수는 세계 각국에서 개최된 많은 전시에 꾸준히 작품을 선보였는데, 그의 붓 끝에서 탄생한 단란한 가족, 편안히 누워 쉬는 어린이, 아이를 업고 안은 어머니, 하늘을 나는 모자, 마당과 집, 창과 문 등의 친근한 소재들은 간략한 선과 차분한 색으로 많은 이들에게 평온함을 선사하였다.
2011년 귀국하여 생을 마감할 때까지 백영수는 일상과도 같았던 매일 그리고, 칠하며 손으로 빚어 만들기를 멈추지 않았다. 이는 곧 그가 평생 찾아 헤맨 자유를 향한 여정이었고, 종착지는 네 귀퉁이가 있는 캔버스였다. “그림 속에 있지 않으면 나는 없는 사람이나 마찬가지다.” 라는 백영수의 말을 길잡이별로 삼아 ⟪백년을 거닐다: 백영수 1922-2018⟫의 동행이 되어보기를 권한다.
* 별도의 소장처가 표기되지 않은 작품은 백영수미술관 소장.
* <날으는 모자>의 옳은 우리말 표기는 <나는 모자>이나, 백영수 작가의 시적 허용을 고려하여 원문 그대로를 표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