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 두 여인:박수근 박완서:황종례〕
기간 : 2020.04.16.-2021.04.18.
장소 : 박수근기념전시관
지난 4월, 인간의 선함과 진실함을 그린 화가 박수근(1914~1965)의 대표작품 <나무와 두 여인>(하드보드 위 합지에 유채, 27x19.5cm, 1950년대 중반)이 박수근미술관의 소장품이 되었다.
박수근 작품 시리즈 중 가장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나목> 시리즈는 잎과 열매가 없는 나무가 중앙에 당당히 버티고 서있고 양쪽으로 짐이나 아이를 업고 가는 여인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당시 서민들의 삶의 모습을 연민의 시선을 담아 그린 이 작품과 유사한 작품은 현재 6점이 잔존한다.
박수근과 박완서(1931~2011)는 1952년 당시 동화백화점(현재 신세계백화점)내에 있던 미8군 기념품판매점 내 초상화부에서 함께 일한바 있다. 그 시대, 그 시절을 회상하며 박수근을 주인공으로 다룬 박완서의 소설 『나목』은 일반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다. 『나목』에 등장하는 <나무와 두 여인> 작품에 대해 박완서와 유홍준(1949~, 전 박수근미술관 명예관장)도 언급했듯이 박수근의 나목은 시든 고목이 아니라 새 봄을 준비하는 겨울나무다.
이번에 박수근미술관에서 소장하게 된 <나무와 두 여인> 작품은 박수근이 직접 스크랩한 사진첩(장남 박성남 소장)에 흑백사진으로 남겨져 있다. 이는 박수근 작품의 진위감정에 가장 중요한 근거로 활용되고 있다.
이 작품은 국내 주요언론과 비평가들을 통해 여러 번 언급된 작품으로 박수근의 모든 작품을 대표하는 사례로 대중들에게 인지되고 있다. 오광수(1938~ , 전 국립현대미술관장)는 그의 글에서 박수근 예술의 가장 전형을 보여주는 나무와 여인 작품은 잎 하나 없는 앙상한 나뭇가지가 상징하는 가난한 시대의 돌아가는 사람과 기다리는 사람이 표징 하는 삶의 염원이 팽팽하게 아로새겨지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1978년 이후 단 한 번도 미술시장에 나오지 않았던 이 작품은 한 가족이 42년간 소장하고 있다가 박수근선생이 잠들어있는 강원도 양구 박수근미술관에서 소장할 수 있도록 기꺼이 기회를 주었다.
올해는 박수근선생이 작고하신지 55주기가 되는 해여서 <나무와 두 여인> 작품을 소장하게 된 의미가 더더욱 크다. 이 작품의 의미와 가치를 일반 대중들에게 소개하고, 박수근선생 작고 55주기를 추모하고자 특별기획전 <나무와 두여인 ; 박수근 · 박완서 · 황종례>을 기획하게 되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주목해야 할 지점은 미군부대 PX시절 함께 근무했던 박완서(1931~2011)의 대표작인 장편소설 『나목』의 1970년 초판본을 필두로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간행되어온 10권의『나목』저서와 중국과 미국 등에서 번역 출판된 책들이 전시된다. 그 외 『그 많던 싱아는 어디에 있을까』의 초판본과 번역본, 이두식 작가의 작품이 표지 그림으로 실려 있는 『도시의 흉년』초판본들도 전시된다.
또한 초상화부 시절 막걸리를 함께 마시며 다 같이 힘든 시대의 ‘초상’을 함께 그렸던 도예가 황종례(1927~ )의 귀얄문 도자기와 고려청자의 재현과 보급을 위해 일생을 바친 황종례의 부친 황인춘(1984~1950)의 청자 반상기도 전시된다. 아울러 전통과 가업을 계승하고 현대적 도예의 일반보급을 위해 애쓴 전 이화여대 도예과 교수 황종구(1919~2003)의 작품도 전시된다.
1952년, 한국전쟁 이후 폐허가 된 서울의 중심에서 궁여지책으로 얻은 미군부대의 PX 일자리, 그곳에서 함께 일했던 세 명의 예술가는 지금 한국의 대표적인 화가와 소설가 그리고 도예가로 우뚝 서 있다.
박수근미술관은 이번에 개최하는 특별전을 통해 70여년 만에 재회하는 박수근 · 박완서 · 황종례의 예술가로서 삶과 인간으로서의 삶, 그리고 그들의 뿌리 깊은 예술세계가 더더욱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삶이었음을 재조명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