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전시


  • 트위터
  • 인스타그램1604
  • 유튜브20240110

전시상세정보

인쇄 스크랩 URL 트위터 페이스북 목록

신자경 공예: !...?전

  • 상세정보
  • 전시평론
  • 평점·리뷰
  • 관련행사
  • 전시뷰어



전시소개

누크갤러리는 2020년 공예전시로 일상에서 익숙하게 사용하는 물건을 만드는 신자경의 <!...?>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사물은 도대체 무엇일까?’라는 고민에서부터 시작된 작업들 50여점을 선보인다.

작가는 기물을 만드는 손의 행위와 기물을 사용하는 손의 행위를 관찰하고 연구한다. 일상적인 기물의 용도와 보편적인 기물의 크기와 형태에 대해 생각하고 의문을 가진다. 이러한 사물에 대한 의문에서 신자경의 작업은 시작한다. 작가에게 손은 본질과도 같은 존재이다. 손으로 만들고 파내고 빚고, 손 안에서 사물을 움직여 본다. 오래된 건축물에 달려있던 손잡이에 은으로 만든 다양한 모양과 크기의 보울을 연결해 음식을 서빙하는 기물을 만들기도 한다. ‘재결합_사회적 거리두기 Reunion_Social Distancing’는 오래된 은스푼을 모아 만든 용기에 금박을 입혀 가치 있는 새로운 사물로 재탄생했다. 크기가 다른 스푼을 조합해 두개의 층으로 만들어진 기물은 층을 분리해 사용할 수도 있다. 마치 전염병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고 있는 현 상황을 연상시킨다. 식탁 위에서 사용하는 컵들을 모아 장식적인 탑을 쌓기도 하고 사물을 손 안에서 돌리며 3D프로그램 상에서 기울이고 잡아당겨 보며 사물형태의 가능성을 실험해보기도 한다.


신자경의 작품을 보면 뭔가 다른 새로운 발상이 신기하기만 하다. 유연하게 생각을 발전시켜 옛 것과 신기술을 적절히 사용해 완성도 있는 결과물을 보여준다. 사물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하는 작
업태도에서 작가만의 독창성을 찾아본다.


작가노트

일상은 익숙한 사물들로 가득하다. 하지만 어떤 사물을 내가 무에서 만들어 내려는 순간 그 물건은 갑자기 낯설게 다가온다. 가령 어떤 사물이 컵인지, 화병인지, 보울인지는 어떠한 형태적, 크기적 요소로 규정되는 것일까? 물론 액체를 담을 수 있고 양 손으로 들 수 있는 무게의 화병이라면 화병으로 물을 마실 수 있을 것이고, 꽃다발의 길이가 짧고, 줄기 부분의 지름이 일반적인 컵에 들어갈 수 있다면 컵에 꽃다발을 꽂아도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보울과 컵은 그 용도가 무엇인가를 담는 물건이라는 점에서 결국 비슷하다. 하지만 어떤 컵이 보울이 아닌 컵으로 인식되려면 그 입구의 지름이 어느 정도 크기여야 할까? 그 지름이 3cm 라면 너무 작아서 연필 꽂이가 될 것 같고, 보편적인 일회용 종이컵처럼 7cm 가 적당한 것인지, 10cm 쯤 되면 보울이 되어 버릴지, 그 적당한 크기를 결정하여 사물을 만든다는 것은 사실 상당히 어려운 문제이다.

머릿속에 있는 이런 복잡한 생각들을 떨치며 곰곰이 고민해본다. 그 사물은 도대체 무엇일까? 그 사물이 존재하지 않았더라면 무엇으로 그 사물을 대체했을까? 그 익숙한 형태가 아닌 다른 모양일 수는 없을까?

손이 떠오른다. 대체하는 손, 맞닿는 손, 만드는 손, 무엇을 움직이는 손.

지난 여름의 짧지 않은 시간을 나폴리에서 보냈다. 폼페이의 문양들, 인근 박물관, 성 등의 수집품을 보며 그 엄청난 장식을 사방에 그리고, 또 만들어낸 당시 장인들의 손길이 보였다. 장식이 화려한 방에서는 당시 그 주인의 부를 느끼고, 장식이 초라하거나 완성되지 못한 방에서는 그 주인의 당시 재정상태를 의심했다. 햇살이 뜨겁게 쏟아지는 채도 높은 나폴리에서 칙칙한 작업실로 돌아오니
엄청나게 미니멀한 독일의 환경이 나를 맞이한다. 장식의 욕구가 마구마구 솟아오른다. 하지만 간소화하고 생략하는 것이 더 익숙했던 작업 환경에서 장식은 또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하는 것인지
생소하기만 하다.

손의 만드는 행위 자체가 장식이 될 수 있을까? 구덩이를 파듯 흙의 덩어리를 파낸다. 우묵한 홈을 만들어 대접을 만든다. 
흙을 당겨서 파내는 손가락의 움직임은 흔적을 남긴다. 가장자리로 밀려난
덩어리들을 손으로 만져 잡아가며 모양을 만들어 준다. (작품: 파내다)

맛있는 만두가 그립다. 냉동 만두로 좀처럼 충족되지 않는 욕구불만이 기회가 있을 때 마다 직접 피를 밀어 만두를 만들도록 자극하였다. 만두피가 탄력이 없거나, 너무 탄력이 있거나, 사이즈가 일정하지 않거나, 욕심에 만두 소를 너무 많이 채우면 결코 고르게 예쁜 손만두를 만들 수 없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어느 정도 흡족한 모양의 손만두를 만들게 되었지만 한국의 만두 모양은 내가 따라갈 수 없도록 계속 더 놀랍게 발전한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어떻게 하면 저런 모양이 나오는지 상상조차 어렵다. 나도 도태되지 않겠다는 의지로 열심히 유튜브를 검색하여 예쁜 만두를 만들어내는 능력자들의 손끝을 열심히 눈으로 따라간다. 손으로 야무지게 만두의 주름을 잡아나가는 손놀림은 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다. 일정한 양의 반죽으로 일정한 모양을 만들어내는 손의 반복적인 동작, 그로 인하여 생겨나는 여러가지 주름 장식들. (작품: 빚다 1, 2)

같은 행위를 반복하여 여러 개의 사물을 동시에 만들다 보면 간혹 지루함이 밀려온다. 같은 행위의 반복이 매번 다른 모양을 좀 알아서 자동적으로 만들어주면 좋겠다. 이런 반복된 행위의 흔적이 각기 다른 다양한 장식이 될 수 있을까?
숟가락을 만들 궤를 만든다. 은보다 무른 순금을 묻어 궤를 만들며 단조의 과정에서 이 순금이 어떤모양으로 흔적을 남길지 상상해본다. 금 gold 이라는 이물질이 섞인 은은 완성되어가는 과정에서 격렬히 반항하며 갈라진 금 crack 을 만들어낸다. 동시에 그 금 crack 은 그 자신보다 더 귀한 금 gold 으로
채워진다. (작품: something better 1, 2)

버림받은 물건들을 보면 알 수 없는 안타까움과 책임감이 생긴다. 내가 또 다른 물건을 만들어내는 것을 업으로 삼고 있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벼룩시장에서 하나 둘씩 구조해온 숟가락들을 보고 있으면 엄청나게 큰 사이즈와 갖은 장식이 눈에 들어온다. 체구가 작았던 옛날 사람들은 분명히 입도 현대인보다 작았을 것 같고, 한번에 저렇게 엄청난 양을 입에 넣을 만큼 음식이 풍부 하지도 않았을 것 같은데 숟가락은 왜 그리 컸는지 모르겠다. 그 크기가 입에 넣는 용도라기 보다는 차라리 무엇을 담아야 할 것 같다. 그러고 보면 숟가락은 사발에 손잡이가 달린 물건이다. 하지만 사발에 손잡이가 달렸더라도 숟가락이 아닌 사발인 물건도 있다. 그러면 숟가락과 손잡이가 달린 사발은 결국 사발의 크기에 의해 그 정체가 결정되는 것인가? 숟가락의 사발 부분을 모아 큰 사발을 만들어본다. 옛 장식들을 재활용해본다. 버려졌던 각각의 숟가락들은 함께 모여 새로운 사물로 새 생명을 얻는다. (작품: Reunion
black II)

모임과 만남이 불현듯 생소하다. 전염병으로 shut down 을 경험하고 나니 포옹도, 볼 뽀뽀도 금지된 반가운 만남이 어색하다. 권태로운 반강제 감금 생활이 종료되자 함께 하고싶은 마음들이 넘쳐나지만 각종 제약이 존재한다. 2 가정 이상의 모임도, 바싹 붙어 않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 그런 우리의 모습들이 층이 분리된 에타게르 etagere 같다. (작품: Reunion social distancing)

지나가던 길에 옛 건축 용품을 파는 가게가 눈에 들어온다. 온갖 종류의 손잡이가 눈에 띈다. 그러고보니 외풍이 심해서 아무리 난방을 해도 추운 낡은 나무 창틀의 집들도 이제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전혀 멋스럽 진 않지만 따뜻한 플라스틱 이중 창이 추위와 난방비에 결국 굴복한 우리의 삶으로 들어왔다. 잘 살펴보면 손잡이의 장식 들에서 저 손잡이가 달려 있었을 창문, 그 창문이 속했을 건축물의 건축 시기가 보인다. 시대별 장식을 잘 간직하고 있는 저 손잡이들은 이제 어디에 쓰일 수 있을까? 식사 중에 손잡이가 떠오른다. 손 안의 숟가락 손잡이를 본다. 숟가락을 움직이는 손목의 움직임과 창문 손잡이를 돌리는 손목의 움직임이 겹쳐진다. (작품: 대접과손잡이)

작가들이 잘 만든 물건들이 탐난다. 주머니 사정이 허락하는 대로 한두 개씩 사서 모아본다. 이렇게 모은 귀한 물건들은 찬장에 잘 모셔 둔다. 그러다 보면 이 물건의 가치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다는 생각도 들지만 컵을, 사발을, 숟가락을 식탁 위에 덩그러니 놓아두기도 또 애매하다. 식탁 위의 물건들은 사용할 때 그 놓인 자리가 계속 바뀐다. 이 변화를 식탁 위의 장식으로 이용할 수
있을까? (작품: DIY 컵 탑)

사물을 손 안에서 이리저리 움직여본다. 그 움직임의 순간순간의 모양을 관찰해본다. 그 움직임의 모양들을 조합하면 어떤 모양이 나올까? 3D 프로그램이 재미있다. 정확한 수치를 입력하여 특정 형태를 만들어 내는 것은 일 같지만 자유롭게 형태를 기울이고 당기며 그 변하는 모양을 관찰해보는 것은 흥미롭다. 더군다나 내가 쉽게 상상할 수 없는 교합 점의 곡선의 모양, 덩어리가 겹치면서 발생하는 안쪽 면의 모양 등을 실시간으로 가시화해준다. 가상의 사물을 기울이고 당기며 그 움직임의 흔적들을 붙이고 떼어내며 사물의 형태의 가능성을 실험해보는 동시에 안쪽 면에도 독자적인 조형성을 더해준다. (작품: Tilt & Drag I, II)




작가약력

신자경은 1981 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2004 년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디자인학부 공예과를 졸업한 후에 2010 년 독일 뉘른베르크 국립미술대학 금은공예과를 졸업했다(마에스터슐러린). 2004 년 이후 3 회의 개인전과 100 여회의 기획단체전에 참가했다. 2010 년 16 회 Silver Triennial International(독일) 젊은 작가 부문 1 위 수상, 2011 년 Grassimesse Apolline Prize(독일) 수상 외에 3 회에 걸쳐 수상, 13 회에 걸쳐 입선하였다. 영국 런던의 빅토리아 알버트 박물관과 독일 하나우 금속공예 박물관, 독일 라이프찌히 그라씨공예박물관, 한국의 푸른문화재단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현재 독일 프랑크푸르트 인근에서 공방을 운영하며 작업 활동을 하고 있다.



하단 정보

FAMILY SITE

03015 서울 종로구 홍지문1길 4 (홍지동44) 김달진미술연구소 T +82.2.730.6214 F +82.2.730.9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