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춘천박물관 특별전 [불심 깃든 쇳물, 강원 철불]
‘창령사 터 오백나한’, ‘금강산과 관동팔경’ 등 강원의 자연을 담은 문화유산을 박물관 브랜드로 내세운 국립춘천박물관은 2020년 세 번째 특별전으로 <불심 깃든 쇳물, 강원 철불>을 개최한다. 철불은 지방 호족들이 할거하던 혼란기인 통일신라 말~고려 초에 조성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현재 강원 지역에 다수가 남아있다. 국립춘천박물관은 지난 3년간 철불에 대한 과학적 연구를 지속해왔으며, 올해 그 결과물인 연구보고서 간행과 함께 보존과학자의 시선으로 특별전을 준비했다.
철은 인간의 삶을 획기적으로 변화시켜 준 금속이다. 청동과는 강도의 차원이 다른 단단한 철을 가지고 인간은 농기구, 무기 등 여러 가지 물건을 만들어 사용해왔다. 철의 가공은 기본적으로 1,150℃ 이상의 고온의 불을 다룰 수 있는 기술이 선행되어야 했다. 구리와 주석의 합금인 청동이 철보다 먼저 쓰이게 된 것은 구리가 철보다 훨씬 낮은 온도에서 가공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철의 사용으로 인간의 농업생산량은 비약적으로 발전하였고, 철제 무기의 사용으로 전쟁이 좀 더 치열해졌으며, 이 과정에서 한 집단이, 다른 집단과의 만남을 통해 하나의 국가로 성장하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철불도 이러한 시대의 종교적 산물이라 할 수 있다.
‘왜 불상을 철로 만들었는가?’ 이 의문은 철불이 제작된 지 천년이 넘었음에도 명확하게 밝혀진 바 없다. 다만 유력하게로는 통일신라 말기 선종의 전래와 지방 호족의 발흥, 그리고 구리의 수급 문제 등이 거론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어떻게 만들었는가?’ 에 대한 답은 이번 특별전을 통해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번 특별전은 <철로 만든 ‘부처’>가 아닌 <‘철로 만든’ 부처>에 초점을 맞췄다. 각각 1m 내외의 크기, 250㎏ 이상의 몸집을 가지고 있는 철불을 과연 그 뜨거운 쇳물로 어떻게, 어디서 만들었는지에 대한 해답을 보존과학 연구 성과로 보여주고자 한다.
이번 특별전에는 보물 제1873호 약사여래좌상을 포함하여 강원지역에서 출토된 것으로 알려진 철불 4점과 그와 관련된 흔적들, 철불을 제작했던 곳으로 추정되는 유적에서 출토된 유물 등이 함께 출품된다. 보존과학적 접근을 통하여 관람객들은 눈으로 만 보는 것이 아니라 철불의 물리적 실체를 보다 직접적으로 지각하는 새로운 체험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