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titled, 정은주, 2020, Acrylic on canvas, 259.1x193.9cm
정은주 ‘초록 아래서(Under the Green)’展
3전시실, 선큰가든, 2전시실 1섹션
다티스트1에 선정된 정은주 작가는 색(色)을 화면 가득 담아낸다. 작가에게 색은 선과 면을 구성하며 서사를 이루고, 그 자체로 존재하며 상징의 경계를 넘나든다. 색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상징성, 색채 심리학에서 기인하는 색의 성격, 그것이 개인에게 작용하는 방식 또한 정은주의 색면(色面) 작업에 나타나 있다.
1964년 대구에서 출생한 정 작가는 계명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독일 국립 브라운슈바익 조형예술대학 및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독일 유학 후 2001년 시공 갤러리 전시를 시작으로 2016년까지 이어온 반입체 작업은 나무와 캔버스에 스프레이 물감을 여러 겹 덮고 사포로 갈아내어 겹을 형성한다. 이 작업들은 색면에 간결함과 단순함을 부여하고 더 나아가 비현실적으로 매끈한 표면을 선보여 새로운 공간과 시간성을 작품에 새긴다.
전시전경
생경함과 영롱함을 동시에 내뿜는 반입체 작업은 고밀도의 반복된 노동을 요구하는데 미술평론가 조은정은 2017년 평론 <고착된 시간의 언어>에서 정은주의 반입체 작업에 대해 “대량생산의 얼굴을 한 수공의 세계”라고 표현했다.
스프레이를 반복적으로 사용하여 매끈한 면을 만드는 작업에서 ‘숨’을 느낄 수 없었던 작가는 2017년부터 ‘회화로의 회귀’를 선언하고, 붓을 사용해 오롯이 색을 올리는 과정을 거듭하며 색의 근원과 원초성을 연구하는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덮고 갈아낸 표면’은 작가의 숨결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붓질을 담은 화면’으로 변모하여 여백과 비움을 담는다. 붓은 정은주의 몸, 그리고 호흡이 된다. 붓과 물감은 넘침과 모자람을 반복하며 균형을 다잡아나간다. 반입체 작업에서 느껴지는 물질성과 정서적인 면은 변하지 않았지만, 회화작업에서는 작가의 내면에 더욱 몰입할 수 있다.
전시전경
이번 전시는 3전시실과 선큰가든 2전시실 일부에서 열린다. 3전시실과 선큰가든은 자연과 조우하는 공간의 특색을 그대로 살려, 색으로 둘러싸인 하나의 설치작품 같은 공간을 보여준다. 2전시실에서는 지금의 정은주를 있게 한 반입체 작품과 함께 2020-21년 회화작품을 집중적으로 보여준다. 관람객들은 이를 통해 정 작가의 회화가 어떠한 과정을 거쳐 왔는지 추측 할 수 있다.
바실리 칸디스키는 <미술에 있어 정신적인 것에 관하여>에서 색의 심리적 효과를 언급하며 일반적으로 색은 영혼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수단이라고 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정은주의 색이 작가의 영혼에 어떠한 영향을 주었는지, 또 우리의 영혼에 어떠한 울림을 미치는지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오롯한 색의 아름다움을 느끼며 우리 마음 속 색의 감성을 찾아보고 공유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정은주 작가소개
1989 계명대학교 미술대학 회화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서양화 전공)
1997 독일 국립 브라운슈바익 조형예술대학 및 동대학원 졸업
(Diplom, Meisterschueler-Prof. Walter Dahn, Prof. John Armleder)
개인전
2021대구미술관, 대구
2020pncgalley(풍국창고), 대구
pncgalley(청담점), 서울
2019 갤러리 B, 서울
2017 동원화랑, 대구
2016서린스페이스, 부산
2014갤러리소헌&소헌컨템포러리, 대구
서린스페이스, 부산
2013갤러리 전, 대구
2011기억공작소-테트리스, 봉산문화회관, 대구
아트파크 스페이스, 서울
단체전
2020각각의색, 예술발전소, 대구
2019사월애전, 동원화랑, 대구
2018미니멀 변주, 서울대학교미술관, 서울
Female Artist in our Time, 포항시립미술관, 포항
2017한국미술의 풍경전, 금산갤러리, 서울, 한국
서사와 형식, 킨텍스, 일산
영남문화의 원류를 찾아서, 신세계갤러리, 대구
2016Art-LAB 신세계갤러리, 서울
미술은 게임이다, 수원아이파크시립미술관, 수원
대구미술아우르기, 수성아트피아-예술의 전당, 서울
2015한국현대미술초대전, 울산문화예술회관, 울산
2014시간 그리고 표면(Time and Surface), 봉산문화회관, 대구
2013 강정간다-2013강정대구현대미술제, 강정보 디아크, 대구
2012The Power전, 한기숙갤러리, 대구
웰컴 에브리원, 포항시립미술관, 포항
2011100인 100색전, 서울시립미술관, 서울
자연의 현상, 환경미술전, 마산아트센터, 마산
작품소장
중외제약/서울시립미술관/대구문화예술회관
관련행사
전시평론
정은주전
박영택
내밀하고 예민한 마음의 이동과 흐름의 이끌고 가는 붓질은 흥건한 습성의 색채를 머금고 천에 깊이 스미고 번지는 색채로 얼룩지며 모종의 막을, 무한한 길을 연다. 그렇게 막막해진 화면의 내부를 시선 너머로 끌고 간다. 사각의 틀 안에서 이루어지는 붓질, 농담과 색차의 층들의 조우와 스밈이 이룬 이 우연적 요소들의 길항이 활달하고 감각적인 회화를 만들어내면서 심리적이고 정신적인 그 어떤 색, 아름다운 색을 응고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