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2021년 특별전
가치의 재발견; […] 그렇게 다시 태어났다
- 기 간 : 2021. 04. 02 ~ 08. 29
- 장 소 : 큐빅하우스 갤러리 5, 6
- 참여작가 : 박인선, 파브르윤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은 지난 2013년 섬유설치작가 윤필남, 왕경애와 함께 인간과 운명공동체인 환경의 보존 및 영구적인 보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제고하고, 자연을 동반자로서 배려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업사이클링(Upcycling)’의 철학을 미학적 관점에 초점을 맞추어 재해석한 전시를 선보인 바 있습니다. 이들 작가는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개관 이후부터 전시, 학술, 홍보 전반에 활용되어 그 사용가치가 퇴색된 현수막을 중심으로, 버려지거나 추가로 수집된 폐현수막이나 폐오브제 등을 활용하여 그들만의 독창적인 예술적 관점으로 재해석함으로써 폐품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은 일련의 작품들을 선보였고, 이와 함께 효용가치가 소진되어 버려진 사물에 대한 두 작가의 상이한 예술적 접근법을 보여주는 다수의 신작들을 해당 전시에서 소개한 바 있습니다.
2013년 《업사이클_Art; 가치의 재발견》 전시의 연장선상에서 8년이 지난 2021년 새로운 버전으로 선보이게 되는 특별전 《가치의 재발견》은 ‘[…] 그렇게 다시 태어났다’라는 소타이틀을 가지고 전개되는 지난 2013년 전시의 새로운 변주곡이자, 자연환경의 사회적 가치가 재조명되고 재활용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화되고 있는 코로나 팬데믹 시대의 한가운데를 관통하는 전시입니다. 2020년에 전 세계를 엄습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의 팬데믹 상황은 정상적인 삶의 패턴을 바꾸고, 자연 생태계의 파괴로 악화된 자연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여실히 드러냈습니다. 자연환경은 누구 하나가 아닌 우리가 아끼고 가꾸어 후대에 온전하게 남겨줘야 할 인류 모두의 유산인 것입니다. 이번 특별전은 이와 같은 사회적 배경과 시대적 흐름을 담아내고자 기획된, 사물의 재활용을 통한 ‘가치의 재발견’ 전시입니다.
《가치의 재발견》 ‘[…] 그렇게 다시 태어났다’ 전시에 참여한 예술가 박인선, 파브르 윤 작가는 이미 사용했거나 혹은 버려진 자원의 ‘재활용’을 통해 그들만의 고유한 심미안으로 폐오브제에 다시 생명을 불어넣어 재탄생한 독창적 예술작품들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들은 주변 일상 속에서 효용가치가 끝나버린 옛날 물건이나 생활폐기물을 이용하여 새롭게 조합하고 가공하여 폐자재에 새로운 미적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기발한 예술작품으로 승화시키고 있습니다.
박인선은 고철, 비철 등의 폐기물처리장 한 켠에 마련된 작업실에서 생명과 자연, 그리고 인간을 테마로 사물의 재활용이라는 자신만의 예술적 언어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습니다. 일상의 물건들을 아상블라주로 용접, 압축하여 폐품의 새로운 존재가치를 부여하는 작업과정 너머에는 자연의 본질을 이해하는 작가의 미적 통찰력과 재활용에 대한 오픈 마인드, 그리고 일상 속에서 자연친화적인 삶을 이어나가려는 작가의 겸허한 의지가 엿보입니다. 이러한 작가의 의지는 궁극적으로 용도 폐기된 사물들 안에 자연의 생명력과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는 원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그렇게 다시 태어난’ 자연의 형상을 담고 있는 그의 예술작품들은 입체감이나 대상의 재현이라는 존재감을 가지면서, 부드럽고 유려한 선과 형상을 띄며 자연환경과 인간사회의 화합과 공생을 구현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너무 과하지도, 너무 부족하지도 않은 마침맞은 크기, 부피, 길이, 무게 등의 작품규모는 이번 전시 테마의 진정성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파브르 윤은 서로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일상의 쓰임을 다한 다양한 소재들을 활용하여 새롭게 변형하거나 병치, 중첩, 나열, 집합 등의 방식으로 배치하여 구상적인 화면의 질서와 조형성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사물의 형상, 레디메이드는 조금씩 변형되어 가는 것입니다. 그의 작품들은 작가 의식의 편린들이 남긴 흔적을 쫓으며 단발마적인 예술적 감흥을 유발하기보다는, 우리에게 익숙한 일상 속에서 만나는 주변의 오브제처럼 생소하지 않은 편안함으로 시나브로 다가옵니다. 유머와 해학 넘치는 여러 작품의 형상들은 무거운 진중한 삶을 넘어설 수 있는 편안하고 경쾌한 삶에 대한 희망의 메시지를 담고 있으며, 이것은 윤영기 작가가 소소한 일상의 미시적 세계가 빚어내는 삶의 본질적 모습에 항상 주목하고 있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입니다.
본 전시의 기저와 기획의도에는 ‘잠시 빌려 쓰는 지구’, ‘잠깐 스쳐 지나가는 자연’에 대한 인간의 겸허함이 내재되어 있습니다. 인간 중심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생태 중심적이고 친환경적 관점에서 인간이 자연과 구별된 존재가 아니라 생태계와 뗄레야 뗄 수 없는 공생의 관계를 맺고 있는 자연의 한 부분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자연환경과 상생의 지혜를 찾아야 한다는 선명한 메시지가 이번 전시를 통해 관람객에게 깊은 울림으로 전달되길 기대합니다. 아울러 버려진, 파괴된 것들 속에서 작가만의 고유한 심미안으로 재활용품에 새로운 예술적 생명을 불어넣어 완성한 결과물들을 소개하는 이번 전시가 폐자재와 재활용품에 대한 기존의 사회적 고정관념을 희석하고 변화시킬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되길 기대합니다.
본래의 용도 및 사용가치를 떠나 오브제 이면의 성질을 발견할 수 있는 나름의 안목과 관심을 갖고 있다면 누구든지 폐자재에 대한 재활용의 쓰임새를 주변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사물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하고 이를 재활용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우리네 삶을 보다 윤택하게 만들면서, 피폐해져가는 환경을 보호하고 상생의 길을 가기 위한 의미있는 발걸음이 될 수 있습니다. 본 전시에서 사용가치를 잃어버린 사물들의 극적인 예술적 반전은 일상 속 예술을 우리가 몸소 체감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입니다.
박인선_전시 전경
파브르윤_전시 전경